고물가·고금리로 서민경제가 팍팍해지자 대표적인 불황형 대출인 보험약관대출을 받는 이들이 늘고 있다. 최근 은행권이 가계대출을 조이면서 돈줄이 막힌 서민들이 보험사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보험약관대출 잔액이 70조원을 넘어섰다 / DALL-E

30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보험사 약관대출 잔액은 70조7940억원으로 나타났다. 2022년 68조원 대비 3조원 가량 증가했다. 역대 최대 수준이다.

생명보험사별로 살펴보면 삼성생명 약관대출 잔액이 18조7392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한화생명 9조8082억원 ▲교보생명 8조1485억원 ▲신한라이프 6조3137억원 ▲NH농협생명 4조1628억원 ▲KB라이프생명 2조707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손해보험사의 경우, 삼성화재 약관대출 잔액이 4조3238억원으로 가장 컸고 ▲현대해상 3조2863억원 ▲DB손해보험 3조1616억원 ▲KB손해보험 3조610억원 ▲한화손해보험 1조4534억원 순이다.

약관대출 연체→보험해지로 이어져

약관대출은 보험가입자가 해지환급금의 최대 95% 한도 내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일종의 담보대출이다. 서민들이 급전이 필요할때 이용하는 최후의 수단이라는 성격이 강하다. 일시적인 자금난으로 손해를 보고 보험계약을 해지하는 사태를 방지하는 역할을 담당하기도 한다.

약관대출 금리는 기본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산정한다. 보험 상품의 종류, 가입 기간, 보험료 납부 방법 등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 가산금리의 경우, 기본금리에 비해 비교적 인하 여력이 있어 당국차원에서 가산금리 인하 압박을 지속하고 있다.

당국의 압박이 계속되면서 보험사들은 기존 2%대 가산금리를 0.5%포인트 낮아진 1.5% 수준으로 조정했다. 지난 1월 금융감독원이 보험사의 약관대출 가산금리 산정 체계를 점검한 뒤 합리화를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낮아진 금리로 대출 수요가 지속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약관대출 잔액이 급증할수록 보험사의 보험 해지율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차주가 이자를 제때 내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면 보험을 해지할 수 밖에 없다. 특히 해지환급금이 적은 저해지 보장성보험의 경우 해지율이 높아진다.  

자구책 마련 나선 보험사…삼성화재, 아예 상품 중단

특히 보장성보험 상품 비중이 높은 손보사의 경우 위기감이 더 크다. 일부 손보사는 약관대출 한도를 잔존만기에 따라 차등조정하거나 일부 상품의 약관대출 운영을 중단하며 고삐를 죄고 있다. 현재 보험사 5년 계약유지율이 41.5%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만큼, 계약유지를 위한 차선책을 강구하는 모습이다. 

현대해상은 지난해 보장성 보험의 약관대출 한도를 기존 60%에서 만기에 따라 0~60%로 차등 적용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삼성화재는 최근 무배당 삼성80평생보험(Ⅰ~Ⅳ), 무배당 유비무암보험 상품 5종에 대한 약관대출 운영을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해당상품은 기존 해약환급금 30%까지 약관대출이 가능했으나 내달 26일부터는 신규·추가 대출을 받지 않는다. 해당 상품들은 출시된 지 10년 이상 지난 상품이다. 계약만료 시 해지환급금이 없는 순수 보장성 상품인 만큼, 리스크 관리를 위해 약관대출 중단을 준비했다는 설명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약관대출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은 단기적으로 보험사 이자 수익에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땐 그렇지 않다”며 “주요 질병을 보장하는 보장성보험을 해지할 경우 향후 가계에 큰 타격을 줄 수다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전대현 기자 jd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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