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의 산하 레이블 수직계열화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법원의 가처분 인용이라는 변수를 만났다. 어도어 임시주주총회가 5월 31일 열려도 민희진 어도어 대표이사를 해임할 수 없어서다. 다만 하이브의 레이블 수직계열화는 이변이 없을 전망이다. 수직계열화는 생산부터 판매까지 모든 과정을 통합 운영하는 방식의 수직형 지배구조를 말한다.

하이브 용산 사옥. / IT조선
하이브 용산 사옥. / IT조선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하이브를 상대로 신청한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결정을 인용했다. 법원이 민희진 대표의 손을 들어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 하이브는 31일 진행될 어도어 임시주주총회에서 민희진 어도어 대표이사 해임 안건에 찬성할 수 없게 된다.

법원은 “현재까지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하이브가 주장하는 민희진 어도어 대표 해임사유나 사임사유가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하이브는 그래도 어도어 이사회 장악 가능

가처분 인용·기각 여부와 상관 없이 하이브의 산하 레이블 장악은 이뤄질 것으로 분석된다. 민희진 대표의 가처분 신청은 ‘민희진 대표이사 해임 안건에 찬성하면 안 된다’는 내용으로 한정되기 때문이다. 민희진 대표의 가처분이 인용돼 하이브가 민 대표를 해임하지 못하지만 하이브는 어도어의 다른 사내이사를 하이브 임원으로 채울 수 있다.

어도어 이사회는 현재 민희진 대표이사와 두 명의 사내이사로 구성돼 있다. 어도어 사태로 불리는 이번 하이브 제로섬게임은 회사의 주주와 이사의 역할이 서로 달라서 생긴 일이다. 주식회사의 이사회는 자본금 10억 미만의 회사가 아니라면 3명 이상이어야 한다.

하이브는 어도어 지분 80%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주주는 주주총회를 통해 이사를 선임·해임할 수 있다. 이사는 이사회 결의를 통해 회사의 중요한 자산 처분 및 양도, 대규모 재산 차입 등 주요 경영 사항을 결정한다.

하이브는 5월 31일 어도어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어도어 이사회를 하이브 내부 임원으로 채울 계획이다. 현재 어도어 임시 이사진으로 거론되는 이들은 김주영 최고인사책임자(CHRO), 이재상 최고전략책임자(CSO), 이경준 최고재무책임자(CFO)다.

이사회 결의는 상법에 따라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한 이사 과반수의 찬성이 필요하다. 민희진 대표가 반대하더라도 나머지 2명의 하이브 측 어도어 사내이사가 찬성하면 이사회 결의가 이뤄질 수 있는 셈이다.

이는 곧 하이브가 산하 빅히트뮤직, 쏘스뮤직,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어도어, 빌리프랩, 케이오지엔터테인먼트 등 주요 레이블 경영진과 이사회를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박지원 하이브 대표 계열 인사로 채우는 수직계열화가 완성되는 모양새가 된다.

“뉴진스 활동에는 영향 없을 듯”

민희진 대표가 대표이사직을 유지한다고 어도어 경영에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 이사회 과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 찬성이 하이브 측 사내이사 2명만으로도 충분히 이뤄지기 때문이다.

김광식 법률사무소 여암 변호사는 “기업 정관에 특별히 이사 전원의 동의가 있어야 이사회 결의가 가능하다는 내용이 있지 않은 이상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이사회에서 무언가를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그는 이어 “다만 회사가 일상적으로 행하고 이사회 결의까지 요구되지 않는 상무에 속하는 사항은 여전히 회사의 대표자로서 행위가 가능하다”며 “대표이사 임기 내 현재 상황은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가처분 인용 결정에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는 뉴진스 음반 발매 및 활동 지원처럼 이사회 결의사항, 주주총회 결의사항이 아니라 회사가 일상적으로 하는 경영행위는 대표이사가 결정할 수 있다는 의미다.

서유경 법률사무소 아티스 대표변호사·변리사는 “이론상으로는 민희진 대표가 어도어 지분 18%를 보유한 소수주주로서 주주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겠지만 긴 법적 다툼을 벌이며 어도어 내분이 장기화 된다”며 “소수주주는 이사 해임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 회사의 업무와 재산상태에 대한 검사를 청구할 권리 등을 행사할 수 있긴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민 대표 측 “다른 이사 해임은 정당한 이유 없는 해임”

하이브 “법이 정한 테두리 안에서 후속 절차 나선다”

민희진 대표 측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세종은 “하이브는 법원의 이번 가처분 결정을 존중하기 바란다”며 “하이브가 가처분 결정에 반해 민희진 대표를 대표이사 및 사내이사 직위에서 배제하려는 조치를 취한다면 이는 주주간 계약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일이 된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세종은 또 “민희진 대표에게 이사 해임의 사유가 없는 이상 민희진 대표 측 사내이사 두 명에게도 이사 해임의 사유가 없다”며 “하이브가 민희진 대표 측 사내이사 두 명을 해임할 경우 이는 법원의 결정을 존중하지 않고 정당한 이유 없이 해임하는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덧붙였다.

하이브는 “당사는 민희진 대표가 제기한 가처분 소송에 대해 법원의 판단을 존중해 이번 임시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민희진 해임의 건’에 관해 찬성하는 내용으로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아울러 당사는 법원이 ‘민희진 대표가 뉴진스를 데리고 하이브 지배 범위를 이탈하거나 하이브를 압박해 하이브가 보유한 어도어 지분을 팔게 만듦으로써 하이브의 어도어 지배력을 약화시키고 민희진 대표가 어도어를 독립적으로 지배할 방법을 모색했던 것은 분명하다’고 명시한 만큼 추후 법이 정한 테두리 안에서 후속 절차에 나설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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