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서울 종각역 일대에서 제25회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열렸다.

양선우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장은 이날 무대에 올라 “50명 남짓이 대학로를 한 바퀴 돌던 프라이드 퍼레이드가 이제는 15만명이 함께하는 국내 최대 민간축제로 자리매김했다”며 개막 인사를 건넸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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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렇게 많은 사람이 찾아오는 대한민국 대표 축제임에도 불구하고 올해도 우여곡절이 많았다”면서도 “그런데도 우리가 여기서 함께 퍼레이드를 할 수 있게 된 이유는 바로 여러분의 자긍심 덕분”이라고 말했다.

올해 서울퀴어퍼레이드는 지난해에 이어 서울광장에서 열리지 못했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도서관 주관 ‘책 읽는 서울광장’ 행사가 예정된 탓이다. 서울역사박물관 등지에서 서울퀴어문화축제 기념 토론회도 열려고 했으나 연달아 장소 대관이 거절됐다.

부스 운영이 시작되는 이날 오전 11시께부터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해 오후 2시께에는 서울 지하철 1호선 종각역 5번출구 앞부터 2호선 을지로입구역 2번출구까지 5개 차로가 참가자들로 가득 찼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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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들은 성소수자 커뮤니티를 상징하는 ‘6색 무지개’ 깃발, 스카프, 리본 등을 손에 들거나 몸에 두른 채 축제를 즐겼다. 무지개색 옷을 입거나 화려한 드레스로 치장한 ‘드래그 퀸’ 차림을 한 이들도 눈에 띄었다.

성소수자 단체는 물론 서울대·경희대·중앙대·홍익대 등 대학 내 성소수자 동아리, 미국·독일·영국·프랑스 등 대사관이 운영하는 부스 60여개도 차려졌다. 가장 인기였던 즉석 사진 부스 ‘무지개 네컷’ 앞은 함께 온 이들과 축제를 기념하고자 하는 이들로 북적였다.

퀴어축제 참석자들은 이날 오후 4시27분 종각역 앞에서 시작해 서울 한복판을 무지개로 물들였다. 가로 20m 세로 5m의 무지개 현수막이 앞서 나갔다. 그 뒤를 9대의 오토바이가 뒤따랐다. 선두 트럭을 뒤따르던 참가자들은 ‘모두의 결혼’이라는 손수건을 들고 서울 남대문로와 우정국로 일대를 돌며 “동성결혼! 지금 당장! 혼인평등! 실현하라!”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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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행렬을 반긴 것은 참가자뿐만이 아니었다. 서울 명동 회현사거리를 건널 땐 외국인 무리가 핸드폰을 꺼내 이들을 신기한 듯 찍고 박수로 맞이하기도 했다. 60대로 보이는 여성 대여섯명은 지나가는 트럭의 노랫소리에 맞춰 길 위에서 춤을 추기도 했다.

모두가 이들의 행진 길을 반긴 것은 아니었다. 이날 낮 12시 50분께부터는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인근에서 퀴어축제 반대 집회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동성애 퀴어축제 반대’, ‘포괄적 차별금지법 반대’ 등 문구가 적힌 파란 깃발과 팻말을 손에 들고 서울시의회 앞부터 서울 지하철 1호선 시청역까지 4개 차로에서 시위를 했다. 행사장과 반대 집회 장소가 떨어져 있어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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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 원피스를 입은 한 퀴어축제 참가자는 “동성애는 사랑이다”며 그들에게 6차례에 걸쳐 손키스를 날렸다. 선두 트럭의 후미에선 신부님과 목사님 등 8명이 “우리는 종교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모든 혐오와 차별, 편견에 반대합니다”라고 쓰인 현수막을 들고 묵묵히 이들의 행진 길을 따랐다.

이날 행진은 총 1시간10분 가량 이어졌다. 모두의 결혼,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레즈히어로즈 등 12개 단체가 트럭 8대에 나눠타고 참가자들을 이끌었다. 이날 퀴어축제엔 약 15만명(주최측 추산)이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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