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클라우드 산업은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겪고 있다.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있지만 거대한 외산 기업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정부는 공공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환을 통해 클라우드 산업 발전을 이끌고 있지만 적은 예산과 도입에 대한 인식 부족, CSAP(클라우드 보안인증) 어려움 등으로 더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클라우드 발전으로 가는 경계에 서 있는 K-클라우드, 지금의 몸살이 성장통이 될 수 있을지 진단해본다. [편집자 주]

AI 기술이 급부상하면서 이를 뒷받침해주는 클라우드가 핵심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유럽, 중국 등 주요 국가에서도 클라우드 산업 육성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추세다.

한국 정부도 클라우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관련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정책은 ‘클라우드 기본계획’으로 지난 2016년 시작해 총 3차례 추진했으며 내년부터 4차 기본계획이 실행될 예정이다.

세 번의 추진 기간 동안 국내 클라우드 산업의 경쟁력은 상당한 수준으로 올라왔다는 평가다. 하지만 현실적인 측면에서 보면 외산 클라우드 사업자들이 국내 전체 클라우드 시장의 6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공공 클라우드 전환 사업을 통해 국내 클라우드 업계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으나 이 역시 CSAP의 딜레마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 

CSAP는 클라우드 인증제도로, 공공기관에 보안 안전성이 검증된 클라우드 서비스를 공급하기 위해 시행되고 있다. CSAP에는 물리적으로 분리된 클라우드 공간을 마련해야 하는 ‘물리적 망분리’ 기준이 있어 국내 클라우드 기업들이 주요 무대로 입지를 확보해왔다. 그러나 최근들어 외산 CSP(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들도 공공기관으로 비즈니스 기회를 넓히기 위해 CSAP 기준 완화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기회와 위기가 공존하는 국내 클라우드 산업에 대해 양희동 이화여대 교수는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내서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양희동 교수는 클라우드 전문가로 ‘제4차 클라우드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TF에서 민간 부분 위원장을 현재 맡고 있다. 국내 클라우드 산업이 성장하고 한국만의 클라우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양희동 교수(이화여대 경영대학 경영학과)는 현재 ‘제4차 클라우드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TF에서 민간 부분 위원장을 맡고 있다. / 조상록 기자
양희동 교수(이화여대 경영대학 경영학과)는 현재 ‘제4차 클라우드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TF에서 민간 부분 위원장을 맡고 있다. / 조상록 기자

국내 클라우드 시장은 외산 CSP와 국내 CSP로 혼재돼 있는 상황이다. 어떻게 보는가.

“현재 국내 클라우드 시장은 외산 CSP 3사(AWS, MS, 구글)가 전체 시장의 65%를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이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이 혼재돼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국내 CPS들이 경쟁력으로 승부수를 던지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래서 이전에도 늘 얘기하던 것이 CSAP 개방이다. CSAP는 결코 효과적이지 않으며 오히려 생산성을 떨어뜨린다. 따라서 CSAP 제도로 외산의 국내 공공 클라우드 영역을 막을 것이 아니라 이를 개방하고 오히려 국내 기업들이 차별화 된 클라우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
 

차별화 된 전략이라면 무엇이 있을까.

“‘클라우드 인더 백그라운드’ 전략이다. 절대 클라우드 그 자체만으로 성공적인 전략을 마련할 수는 없다. 백엔드 부분에 클라우드를 두고 한국의 특화된 서비스들과 연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결국 핵심은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라고 본다. AWS(아마존웹서비스)의 가장 큰 SaaS는 넷플릭스다. 한국에서는 K-콘텐츠가 충분히 경쟁력 있기 때문에 이런 서비스들과 연계하는 방안도 차별화 포인트가 될 수 있다.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SaaS가 반드시 소프트웨어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기존 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는 ASP(Application Service Provider) 방식으로 ERP, 웹서버 등을 이용했는데, SaaS를 소프트웨어 개념으로만 본다면 ASP에서 SaaS로 변환 및 확장하는 수준이다.

이는 ASP 시장이 클라우드로 전환된 것뿐 새로운 산업이 만들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클라우드 서비스를 활성화시키려면 SaaS의 폭을 늘려야 되고 SaaS에 특화된 클라우드 IaaS(서비스형 인프라스트럭처)와 결합해 해외 시장으로 나가는 것이 차별화 된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클라우드 산업은 통합적 산업화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 한국의 클라우드 전략이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과 같을 수 없고, 같을 필요도 없다.”
 

현재 ‘제4차 클라우드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TF에서 민간 부분 위원장을 맡고 계신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민간 클라우드 발전을 위한 논의 내용은 무엇이 있나.

“크게 다섯 가지를 제시했다. 규제 해결, 클라우드 생태계 조성, 인력 양성, 수요 촉진, 해외 진출이다. 이 중에 인력 양성과 해외 진출을 말씀드리고 싶다.

한국만의 클라우드 인프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클라우드 네이티브를 위한 전문인력 양성이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 대학에 클라우드 관련한 과목이 부족한 실정이다. 모두 AI에 치중돼 있다. 대학의 커리큘럼이 4년마다 한번 씩 바뀌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클라우드 과목을 추가한다고 해도 4년 뒤에나 가능한 일이다.

결국 기업에서 움직여야 한다. 기업은 클라우드 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구성해야 하고 대학에서는 내부 교수진으로만 구성된 과목이 아닌 기업의 전문가들이 교육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다음은 해외 진출이다. 우리가 동남아 시장은 진출하기 쉽다고 보는데, 결코 그렇지 않다.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민간 차원의 교류가 우선돼야 한다. 가령 해당 국가에서 지식인이나 인플루언서 등과 연계해 자연스럽게 한국의 클라우드 서비스가 활용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무턱대고 해외 기업들에게 클라우드 서비스를 홍보한다고 하면 누가 이용하겠는가.”
 

국내에서 클라우드 생태계가 조성되면 수요가 늘어야 한다고들 얘기한다. 어떻게 보는가.

“중요한 건 이용할 가치가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 마련이다. 그 이후에 수요 촉진을 위한 노력이 필요할텐데, 대기업의 참여가 효과적일 것으로 본다. 가령 현대자동차도 차량용 클라우드가 필요할 것이다. 현대자동차에서 클라우드를 이용하면 협력 업체들 또한 자연히 클라우드를 이용하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삼성, 포스코, SK, LG 등 국내 대기업들도 클라우드 인프라 및 전략을 갖춰야 한다.”
 

정부가 클라우드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공공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환에 대한 예산을 줄이고 있다. 

“정부는 클라우드를 IT 산업이 아닌 국가 인프라로 봐야 한다. 가령 교통, 통신, 반도체 등과 같이 인프라로 인식하면 클라우드는 백그라운드에서 작동하지만 국가 운영의 핵심 역할을 하게 된다.

따라서 정부의 마인드가 바뀌어야 한다. 인프라로써 클라우드를 발전시키고자 한다면 반드시 국내 클라우드만 살리겠다는 것에 국한될 필요는 없다. 클라우드에 대해 보다 펀더멘털한 마인드를 가지고 범산업적인 차원에서 발전시켜나가야 한다고 본다.”

조상록 기자 jsrok@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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