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2년 당시, 규제개혁회의에 참석한 김주현 금융위원장(가운데)와 이복현 금감원장(오른쪽). / 사진=금융위원회.
지난 2022년 당시, 규제개혁회의에 참석한 김주현 금융위원장(가운데)와 이복현 금감원장(오른쪽). / 사진=금융위원회.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지난 1년간 수면 아래 가라앉았던 금융권 내 규제 완화 논의가 다시 본격화되면서 은행업권 내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그간 ‘은행 위주의 이자익’에 치우친 수익 포트폴리오로 어려움을 겪어온 주요 금융지주사를 중심으로 수익 다변화 및 신사업 진출에 대한 니즈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특히, 업계에서는 이번 규제 완화 논의가 가시적인 결과로 이어질 경우, 당장 해외사업의 성장 동력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은행업권 전반의 해외실적이 주춤한 상황에서 실질적인 규제 완화가 해외에서의 신규 사업 진출의 걸림돌을 제거해 줄 것이라는 기대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왼쪽 앞쪽에서 세 번째)이 국내 은행장 및 은행연합회장과의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금융위
김주현 금융위원장(왼쪽 앞쪽에서 세 번째)이 국내 은행장 및 은행연합회장과의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금융위

◆재개 앞둔 ‘금산분리 완화’ 논의

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달 중 국내 주요 은행권 관계자들과 만남을 갖고 구체적인 ‘비(非)금융 및 비은행’ 부문 진출과 관련한 의견 수렴에 나선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줄곧 강조해 왔던 금융권 내 규제 완화, 소위 ‘금산분리(금융과 산업 자본의 분리)’ 완화 작업에 다시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지난해 이후 다소 지지부진했던 금산분리 규제 완화 논의 재개를 위해 업권 관계자들의 의견을 들으려고 한다”며 “당장 규제 완화 자체보다는 은행들이 비은행 진출과 관련해 어떤 계획을 세웠는지 청취하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현 정권 출범 후 2022년 연말부터 금산분리, 은산분리 등 금융권의 숙원이었던 ‘이종산업 진출’ 관련한 논의의 필요성을 제기해 왔다. 윤석열 대통령 또한 후보 시절부터 금융권의 규제 완화를 통한 신사업 진출을 적극 지원하는 방식으로 금융업권 본연의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겠다는 뜻을 피력해 온 바 있다.

다만, 이 같은 논의는 지난해 상반기를 기점으로 사실상 ‘올스톱’됐다. 고금리 기조에 은행이 과도한 이자수익을 거두고 있다는 소위 ‘이자장사’ 논란이 정권 차원에서 확산됐기 때문이다. 사실상 ‘은행권 때리기’ 기조가 지속하면서 자연스레 금산분리 관련 논의도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지난해 7월 중 금융회사의 △해외 자회사 인수 설립 규제 완화 △영업 범위 확장을 통한 경쟁력 확보 △해외 자회사의 모기업 자금 조달 규제 완화 등을 골자로 한 규제개선 방안을 발표하겠다는 구체적인 타임라인도 공개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당시 이는 현실화되지 못했다. 이자장사 여파로 역대급 수익을 거둬들이는 은행이 자금력을 앞세워 이종산업에 진출할 경우 시장 질서가 어지러워질 수 있다는 국내 여론이 만만찮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금융당국의 의지가 확고한 만큼 보다 진일보한 전개가 예상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금융당국 수장이 직접 금산분리 규제 완화에 시동을 걸겠다고 밝힌 만큼 구체적이면서도 실질적인 논의 또한 재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최근 이와 관련해 “금융안정의 측면을 고려하다 보니 금산분리 규제 완화 논의가 늦어진 측면이 있다”며 “이제 본격적인 논의를 재개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국내 5대 시중은행 사옥.  / 사진=각 사.
국내 5대 시중은행 사옥.  / 사진=각 사.

◆금산분리 완화, 경쟁력 제고 ‘동력 될까’

이처럼 금융당국이 금산분리 규제 완화에 시동을 건 데는 국내 금융업권의 경쟁력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다. 역대급 이자익으로 매 분기 실적 기록을 갈아치우는 등 수치상 경영 성과는 우수하지만, 실질적인 경쟁력 측면에서는 개선세가 더디다는 진단도 나오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당국은 국내 금융권의 글로벌 실적에 주목하고 있다. 국내 금융사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선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의 성과도 중요한데, 각종 규제에 발목 잡혀 글로벌 시장 내 위상 제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실제 국내 금융사들의 해외 실적은 전반적으로 주춤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각 사별로 편차는 있지만 대부분 성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은 이미 수치로도 증명된다.

대표 금융업권인 은행의 경우, 올해 1분기 기준 국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해외법인 당기순익은 총 2212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2988억원) 대비 약 26% 가량 감소한 수치다.

특히 올해 1분기 리딩뱅크를 차지한 신한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은행 3곳 모두 전년 동기 대비 해외 실적이 감소했다.

신한은행의 경우 올해 1분기 해외법인에서 전년 동기(1298억원) 대비 약 8%가량 늘어난 1401억원 수준의 당기순익을 거뒀다. 반면 하나은행은 같은 기간 약 7% 감소한 423억원, 우리은행은 50%가량 줄어든 420억원의 글로벌 순익을 기록했다.

KB국민은행은 350억원 가량의 순손실을 기록한 인도네시아 부코핀 은행의 영향으로 전체 글로벌 실적 또한 약 34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다만, 부코핀 은행의 경우 적자 폭이 꾸준히 줄고 있어 조만간 흑자 전환도 예상된다.

은행권뿐 아니라 보험, 카드 등 비은행 업권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타 업권의 경우 은행과 달리 해외 진출 자체가 두드러지지 않은데 이 또한 금산분리 규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주장이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은행 뿐 아니라 비은행 업권도 일단 ‘비금융’ 진출을 제한하는 규제가 풀려야 해외에서 다양한 사업 영위가 가능하다”며 “은행 대비 자본력이 부족한 비은행 업권의 경우 해외진출 및 안착 과정에서도 모회사의 자금 투자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도 금산분리 규제 완화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회의사당 전경. /사진=국회
국회의사당 전경. /사진=국회

‘巨野’ 정국에…”법 개정 가능할까”

일단 금융당국은 그간 추진했던 금융사의 자회사 투자 제한 완화뿐 아니라 금산분리 규제 완화의 핵심인 ‘금융사의 부수 업무 규제 완화’를 염두에 두고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부수업무란 쉽게 말해 금융사가 영위할 수 있는 사업 영역을 의미한다. 현행 법상 금융사는 ‘고유업무(금융업), 그리고 이와 유사한 업무’로 부수 업무 범위가 제한돼 있다. 최근 알뜰폰 사업이 은행의 부수 업무에 포함되는 등 일부 진전이 있었다.

현재 상당수 비은행-비금융 사업의 경우 금융당국의 ‘규제샌드박스’ 조치를 통해서만 한시적으로 수행이 가능한 상황이다. 만약 금융사의 부수 업무 영역이 본업을 넘어 IT‧플랫폼‧헬스케어 등 다양한 이종분야로 확장할 경우 기존에 축적된 고객 금융정보 데이터를 활용해 더 큰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게 금융권의 주장이다.

다만, 이같은 금융당국과 금융권의 니즈에도 금산분리 규제 완화가 현실화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기존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하기 위해선 금산분리법뿐 아니라 공정거래법, 은행업법, 금융지주사법 등 주요 법안의 개정이 필요하다. 당연히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데, 이번 22대 국회에서 절대다수를 차지한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내부에서는 여전히 금산분리 규제 완화에 미온적인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야당 주도의 국회일 뿐 아니라, 금융업권 출신 의원의 숫자가 이전 대비 줄어든 탓에 금융권 관련 법안 개정 동력도 쪼그라들 것이란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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