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있지 못해 미안하죠.”

KT 위즈 필승조 주권(28)과 김민수(31)는 현재 부상으로 1군이 아닌 재활군에 머물고 있다. 주권은 오른쪽 전완근 소상, 김민수는 오른쪽 어깨 극상근건 손상 소견을 받았다.

두 선수는 KT의 주축 불펜이다. 주권은 지난 시즌 58경기에 나와 3승 3패 1세이브 15홀드 평균자책 3.91을 기록했다. 2020년 홀드왕 출신이다. 김민수는 지난 시즌 76경기에 나서 5승 4패 3세이브 30홀드 평균자책 1.90으로 홀드 부문 2위에 오르며 개인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김민수는 매일 밤 주권과 KT경기를 보며 응원했다. 사진=김재현 기자
김민수는 매일 밤 주권과 KT경기를 보며 응원했다. 사진=김재현 기자

박영현, 김재윤과 함께 KT 필승조를 구축해야 하는 두 선수의 이탈은 뼈아프게 다가왔다. 손동현, 조이현 등 새로운 투수들이 힘을 냈지만 이들만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었다. 또한 야수들의 부상까지 겹치다 보니 KT는 쉽게 반등하지 못했다.

결국 KT는 4월 20일 SSG 랜더스전부터 4월 30일 삼성 라이온즈전까지 10경기를 치르는 동안 1무 9패, 9연패 늪에 빠졌다. KT가 9연패 늪에 빠진 건 창단 두 번째 시즌인 2016시즌 이후 약 7년 만이었다. 순위도 9위까지 떨어졌다.

전북 익산에 위치한 KT 퓨처스 훈련장에서 재활 훈련에 한창인 주권과 김민수의 마음은 편할 리가 없었다. 룸메이트인 두 선수는 재활 훈련이 끝난 후, 매일 저녁 TV 앞에 KT 경기를 보며 동료들을 응원했다.

2일 익산에서 만났던 주권은 “운동 끝나고 숙소 들어가서 TV를 틀고, 야구 경기를 본다. 중간 투수들이 올라와서 던지는 걸 꼬박꼬박 챙겨 보고 있다. 또 우리 팀이 ‘제발 이겨라, 이겨라’라고 말하며 보는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김민수도 “이렇게 마냥 웃고 있어도, 편하지는 않다. 룸메이트인 권이랑 같이 KT 경기를 챙겨 보는데, 이렇게나마 미안함을 덜고 싶더라. 또 우리 팀이다 보니 챙겨볼 수밖에 없더라. 잘 되면 좋은데, 아무래도 팀이 처져 있다 보니 마음이 무겁고, 편하지는 않다”라고 말했다.

KT 1군에 있는 선수들은 모두 있는 힘을 쥐어 짜내고 있다. 부상 악령 속에 정상 컨디션인 선수를 손에 꼽을 정도다. 힘든 상황에도 1군 선수들은 늘 재활군, 퓨처스에서 고생하는 선수들이 먼저였다. 이들이 급하게 올라오는 게 아닌 정상적인 컨디션을 만들어 올라와, 함께 아름다운 경기력을 보여주고 싶다는 진심을 늘 표하고 있다.

 주권은 매일 저녁 ‘KT 이겨라 이겨라’를 외쳤다. 사진=김영구 기자
주권은 매일 저녁 ‘KT 이겨라 이겨라’를 외쳤다. 사진=김영구 기자

김민수는 “난 우리 팀 선수들에게 너무 고맙다. 우리 팀 야수, 투수할 것 없이 하물며 (박)경수 형에게도 전화가 왔다. (고)영표 형, (김)재윤이 형, (박)영현이 등이 늘 연락이 와 ‘괜찮냐’라고 물으며 내 몸 상태를 걱정해 준다. 코치님들도 마찬가지다. 사실 코칭스태프를 통해 나의 몸 상태나 여러 부분을 다 공유하고 보고 받으며 알고 있을 텐데, 개인적으로 연락을 해 ‘그립다’는 뉘앙스를 보일 때마다 선수들은 고마움을 느낄 수 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다 보니 힘들지 않다. 오히려 함께 하지 못해 원팀 마인드가 더욱 커진 것 같다. 팀원들과 더욱 돈독해지는 느낌이 든다. 여기 있는 선수들이 더욱 몸을 잘 만들어 팀에 도움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다”라고 힘줘 말했다.

익산에서 외치는 ‘KT 이겨라’의 말이 인천SSG랜더스필드에도 들렸을까. KT는 2일 SSG를 상대로 11-4 승리를 챙기며 9연패 탈출에 성공했다. 선발 웨스 벤자민이 6이닝 3실점 호투를 펼치며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했다. 또한 김민혁이 4타수 4안타, 장성우가 5타수 2안타 4탄점, 김준태가 5타수 1안타(1홈런) 2타점 등 타선이 17안타를 폭발했다.

KT는 부상자가 조금씩 복귀하고 있다. 박병호가 3주 진단이 아닌 1주 진단으로 이른 복귀가 가능해졌고, 재활군에서 굵은 땀을 흘리고 있는 주권과 김민수도 순조롭게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그리고 시즌 초반 이탈했던 소형준이 3일 선발로 돌아온다.

KT의 시즌은 이제 시작이다.

이정원 MK스포츠 기자(2garden@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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