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매출이 회복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떨어졌습니다. 임대료와 임금, 금리, 식자재 가격만 올랐죠. 건물주는 코로나19 사태가 완화됐으니 임대료를 30%나 올려달라고 요구합니다. 진지하게 폐업까지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지난 4일 오후 12시30분께 서울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인근의 한 양식당은 점심을 먹으러 나온 이들로 붐벼 보였다. 하지만 이내 손님들은 썰물처럼 빠져나갔고, 식당엔 한적함마저 감돌았다. 식당 사장 김모씨(56·남)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엔 밥때를 가리지 않고 손님들로 가득했다. 홀 손님뿐 아니라 배달 주문도 올해엔 급감했다”며 위와 같이 답답함을 토로했다.

인근 분식집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한창 식사 때임에도 10개의 테이블 중 절반에만 손님이 차 있었다. 어두운 표정의 사장 유모씨(52·남)는 “전년 대비 매출이 20% 가까이 줄었다. 단골들 얼굴 보기도 힘들 정도”라며 “반면 공과금과 식자재값, 직원 임금 등은 계속 오르고 있다. 도저히 버티기 힘들어 직원을 절반으로 줄이고, 5년 만에 가격을 5%가량 올렸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다행히 건물주께서 사정을 이해해주셔 다행이지 임대료까지 올랐다면 폐업까지 고민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사태가 완화되며 매출 회복을 꿈꾸던 자영업자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60% 이상의 자영업자는 전년 대비 상반기 매출이 감소했다고 답했고, 40%가량은 향후 3년 내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음식점업 및 도·소매업, 기타서비스업 등 자영업자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영업자 2023년 상반기 실적 및 하반기 전망 설문조사’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63.4%는 올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고 답했다. 올 상반기 매출은 평균적으로 전년 동기 대비 9.8% 감소했다. 가장 부담된 경영비용 증가 항목은 원자재·재료비(20.9%), 인건비(20.0%),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18.2%), 임차료(14.2%) 순으로 나타났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노동계가 올해 최저임금보다 26.9% 높은 1만2210원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경영계는 올해와 같은 수준인 9620원을 최초 안으로 제시했다. 2차 수정안에서도 노동계는 1만2000원, 경영계는 9700원을 제출하며 간극을 크게 좁히진 못했다.

자영업자들이 존폐기로에 서자 중소기업중앙회 노동인력위원회와 최저임금 특별위원회는 지난 3일 영등포구 중기중앙회에서 최저임금의 합리적 결정을 촉구하는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을 개최하기도 했다. 이들은 “저성장 국면에 따른 경기침체와 공공요금 인상, 고물가로 인한 생산비용 급등으로 많은 중소기업이 한계 상황에 처해 있다”며 “기업 생존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라도 최저임금을 현 수준으로 유지해 달라”고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내수 활성화 및 금융 지원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하준경 한양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예산이 한정돼있어 쉽지 않겠지만 내수 활성화 정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세제 지원이나 쿠폰 등 폭넓게 고민을 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영업자들이 코로나19 사태를 고금리 대출로 버틴 경우가 많다. 이런 분들에 대한 대환대출 등 금융지원도 생각해볼 수 있다. 또한 영업할수록 적자가 누적되지만, 빚 때문에 폐업을 못 하는 악순환에 빠진 이들이 폐업할 수 있도록 구조조정 지원 등도 고려해봄 직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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