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내 직을 걸고 ‘친일파’가 아니라고 얘기할 자신이 있다”며 한국전쟁(6·25전쟁) 영웅인 고(故) 백선엽 장군에게 친일파 프레임이 씌워졌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치인 출신 장관이라고는 하지만 국가보훈부 수장이라는 역할을 고려할 때 메시지의 강도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백 장군을) 공부할수록 친일파가 아니다. 6·25는 우리 최대 국난이었고, (백 장군은) 그 국난을 극복한 최고 영웅”이라며 “가당치도 않은 친일파 프레임으로 (백 장군을) 공격하는 건 옳지 않다”고 말했다.

백 장군의 독립군 토벌 활동 전력과 관련해서는 “백 장군이 간도특설대에 복무할 당시 나이가 22살이었다. 지금으로 치면 육군 소위”라며 “그 당시 만주에는 독립군이 없었고 거기 있던 사람들은 항일하던 홍군 내지는 비적들이다. 토벌했다는 데 그 대상이 독립군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백 장군은 친일 행적으로 논란이 있는 인물이다.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의 ‘2009년 보고서’에 따르면 백 장관은 1941년부터 1945년 일본 패전 시까지 일제의 실질적 실민지였던 만주국군 장교로서 침략전쟁에 협력했고 특히 1943년부터 1945년까지 항일세력을 무력 탄압하는 조선인 특수부대인 간도특설대 장교로서 일제의 침략전쟁에 적극 협력했다.

반면 한국전쟁 당시 대한민국을 구한 명장이라는 평가도 있다. 1950년 8월 육군 제1사단장으로 경북 칠곡 일대 다부동전투에서 전투를 지휘하며 북한군을 막아내는 등 활약해 전쟁 영웅이 됐고, 1953년 당시 33살 나이로 한국군 최초의 대장이 됐다. 전쟁 당시 그는 국군에서 1사단장, 1군단장, 육군참모총장, 휴전회담 한국 대표, 합참의장 등을 지냈다.

앞서 박 장관은 백 장군의 국립현충원 안장 기록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라는 문구를 삭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친일 행적으로 비판을 받는 백 장군의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국가보훈부와 국립현충원 홈페이지에서 백 장군의 안장 기록을 검색하면 비고란에 ‘친일반민족행위자’라는 문구가 낙인처럼 남아있는데 이를 삭제하겠다는 것이다.

박 장관의 역사적 사실에 관한 단정적인 해석이 담겨 있다. 역사 학자가 아니라 법률가 출신인 박 장관의 이런 언급은 적절성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 다만 박 장관이 내년 4월10일 제22대 총선에 출마할 것이 유력하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그의 메시지를 정치적인 포석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국민의힘의 지지층인 보수 세력들에게 자기의 존재감을 각인시킨다는 차원에서 국가보훈처장 신분에도 강도가 센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는 얘기다.

한편 2019년 3월 당시 보훈처는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회'(반민규명위)가 정한 명단을 기준으로 보훈처와 현충원 홈페이지의 안장자 기록 비고란에 ‘친일반민족행위자’라는 문구를 삽입했다.

현재 현충원에 안장돼 있으면서 ‘친일반민족행위자’라고 표기된 인물은 백 장군을 포함해 신태영 전 국방부 장관, 신현준 전 해병대 사령관, 이응준 전 체신부 장관, 백낙준 전 연세대 등 12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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