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것들도 다 교사 잘못으로 몰아가”

(서울=연합뉴스) 고유선 기자 = 최근 서울지역 학교에서 교사가 학생에게 폭행당하는 등 교권추락 문제가 논란이 되면서 이른바 ‘학부모 갑질’에 시달렸다는 현직 교사들의 토로가 이어지고 있다.

학교 앞에 놓인 화환들
학교 앞에 놓인 화환들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 앞에 추모 화환이 놓여있다.
교육계에 따르면 이 학교 담임 교사 A씨가 학교 안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2023.7.20 hama@yna.co.kr

20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금쪽이 반(학급)의 현실’을 알려준다는 글이 올라와 수십개의 댓글이 달렸다.

현직 초등교사라고 밝힌 누리꾼은 “교권 추락과 교사를 보호해주지 않는 제도로 ‘금쪽이’가 속출하고, 이와 더불어 금쪽이를 키운 학부모들의 ‘갑질’로 교육계가 엉망”이라고 지적했다.

‘금쪽이’는 한 육아 상담 프로그램에서 따온 표현이다. 이전에는 귀한 자녀를 지칭하는 표현이었지만 최근에는 문제 행동을 하는 아동을 지칭할 때 주로 쓰인다.

이 누리꾼은 몇해 전 자신이 맡은 1학년 학급에 문제행동을 하는 학생이 있었고, 이 학생에게 친구의 목을 조르거나 때려도 학부모가 아이의 문제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누리꾼은 “그 학부모가 저에게 요구했던 것은 자신의 아이는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이므로 아이 자리는 자신이 정하도록 하고 등·하교도 알아서 할테니 처리는 전부 출석으로 해달라는 것이었다”며 “그런데 교사는 적극적으로 지도가 불가하다. 부모는 아동학대법을 잘 알아서 조그마한 것도 다 교사의 잘못으로 몰고 간다”고 적었다.

이어 “사소한 것들도 전부 꼬투리를 잡아 경찰, 신문고 등 모든 곳에 연락해 업무를 마비시킨다”라며 “교사는 결국 병가를 내고 그 자리에는 기간제(교사)가 오는데, 구해진 사람마저도 못 버티고 관두는 식으로 흘러가니 그 반 아이들은 피해자가 된다”고 덧붙였다.

역시 현직 교사라고 밝힌 다른 누리꾼은 “발령받은 지 한 달 되었을 때 무턱대고 교실 뒷문을 연 학부모를 잊지 못한다”며 “그 이후로도 저를 피 말리게 했던 악성 학부모는 참 많았다”고 밝혔다.

딸이 현직 교사라는 다른 누리꾼은 “(딸 학급의 학생이) 화를 못 참고 이것저것 집어던지다가 저희 아이가 뒤에서 꽉 안고 말리고 있을 때 몸으로 밀어 같이 넘어졌다”며 “하얀 블라우스에 피가 묻어나니 아이들도 놀라고 다른 반 선생님들도 놀랐다”고 적었다.

이어 “(딸은) 아이들과 부모가 똑같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한다”며 “어쩌다가 모두 금쪽이가 돼서 학부모나 학생들이 악마가 된 건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이직을 준비하는 교사라고 밝힌 누리꾼도 “아이들 폭언·폭행, 그냥 맞고 있어야 하는 게 맞고, 그렇게 연수받는다”며 “애들이 잘못해서 (교실) 뒤에 서 있게 하거나 교실 밖에 나가게 하면 학습권 침해라고 욕먹는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학부모가 힘들게 할 때 교장까지 학부모 편에 서니 정말 죽고 싶었다”며 “교육감은 누굴 위해 있는지 모르겠다. 제발 현직 교사 경험이 있는 사람이 교육감에 뽑혔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서울지역 초등학교에서 14년을 일한 한 교사는 “요즘 집에 아이가 대부분 1명이고, 너무 귀하게 키우다 보니 정상적인 사회인으로 성장하기 위해 아이들이 배우고, 인내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학부모가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아이들에게 문제가 있더라도 육아 프로그램에서 조언하는 것처럼 교사가 아이를 무조건 이해해주기를 바라는 학부모가 있다”며 “학교는 단체생활을 하는 곳이기 때문에 집에서 엄마가 해주는 것과 똑같이 교사가 아이를 대하는 것은 다른 아이들에게는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꼬집었다.

cin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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