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 후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이승엽 감독(가운데). /사진=두산 베어스
승리 후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이승엽 감독(가운데). /사진=두산 베어스

승리 후 팬들에게 하트를 날리는 이승엽 감독. /사진=두산 베어스
승리 후 팬들에게 하트를 날리는 이승엽 감독. /사진=두산 베어스

“분위기를 조금 바꿔야겠습니다.”

지난달 25일 키움 히어로즈전 17-2 대승을 거두고도 이승엽(47) 두산 베어스 감독은 구단 유튜브 채널 베어스티비를 통해 이 같이 말했다.

이후 두산은 7월 치른 9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거뒀다. 6위에서 3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고 승패 마진 또한 -3에서 +6이 됐다. 시즌 초중반 부침 속에서도 잘 버텼고 분위기를 완전히 뒤집으며 전반기를 마감했다.

시즌 전 미디어데이에서 두산을 5강 후보로 올려놓은 감독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승엽 감독은 이를 겸허히 받아들이면서도 시즌 개막 후 보여주겠다는 은근한 자신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시즌 초반부터 외국인 투수 한 명을 잃고 시작했다. 외국인 타자의 부진도 극심했다. 친정팀에 복귀한 양의지가 분전했으나 타선이 전반적으로 침체기를 겪었다.

클로저 홍건희(가운데)가 팀 승리를 지켜낸 뒤 박준영(왼쪽)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클로저 홍건희(가운데)가 팀 승리를 지켜낸 뒤 박준영(왼쪽)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그럼에도 두산은 5강권 경쟁을 이어갔다. 전반기 막판으로 향하던 지난달 24일에서야 대체 외국인 투수가 처음 등판했다. 이후 빠르게 자리를 잡으며 팀 전력도 차츰 안정감을 잡아가고 있었다.

지난달 25일 키움전 대승을 거두고도 이승엽 감독은 무언가를 결심한 듯 분위기를 바꾸겠다고 말했다. 이후 이영수 2군 타격 코치를 불러올렸고 이 감독은 그에게 전반기 막판 정신적으로 지칠 수 있는 어린 선수들의 집중 케어를 당부했다.

개인적인 친분으로 일본프로야구(NPB)에서 맹활약하고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도 뛴 다카하시 인스트럭터를 불러들였다. 이 덕분인지 선발진도 안정감을 찾기 시작했다.

이후 두산은 7월 완전히 달라진 면모를 보였다. 이 기간 팀 평균자책점(ERA)은 1.76로 1위. 선발 로테이션의 5명의 투수가 릴레이 호투를 펼쳤다. 9승 중 6승이 선발승이었다. 투수진의 맹활약에 수비도 힘을 냈다. 흔한 실책 하나가 없었다.

팀 타율(0.299)과 홈런(8개)은 2위, 득점(51)은 공동 1위, 출루율(0.390)은 1위, 장타율(0.430)은 2위, OPS(출루율+장타율) 0.820는 1위였다. 도루도 10개로 공동 2위였을 정도로 타선이 불을 뿜었다.

선수들의 훈련을 돕는 이승엽 감독(가운데). /사진=두산 베어스
선수들의 훈련을 돕는 이승엽 감독(가운데). /사진=두산 베어스

프로야구 역사를 빛낸 전설이라고는 하나 지도자로서 현장 경험이 전무했던 이 감독이다. 두산에 부임하며 많은 팬들이 반겼으나 우려를 나타냈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감독은 초보 감독 같지 않았다. 현역 시절 경험한 수많은 인터뷰와 은퇴 후 해설, 방송활동으로 다져진 화술에 대한 부분을 차치하더라도 선수 시절 보인 진중함이 감독 자리에 앉아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잘되면 선수 ‘덕’, 안 되면 내 ‘탓’을 했다. 배팅볼 투수를 자처하는 등 훈련도 적극적으로 도우며 선수들에게 먼저 다가가고 있다. 한마디씩 툭 던지는 조언들도 선수들에겐 동기부여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13일 우천취소된 SSG랜더스필드에서 만난 이 감독은 9연승 비결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내가 잘한 게 아니라 선수들이 잘한 것이다. 그 공은 선수들에게 돌아가야 한다”며 “(9연승은) 나만의 기록이 아니다. 아니고 우리 선수들만 고생했는 게 아니고 우리 팀 모두가 고생한 결과”라고 공을 돌렸다.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선수들의 부진, 부상 등에 대해서도 좀처럼 감정적 동요를 보이지 않았고 동요하지 않았다. 좋은 일에도 마찬가지다. 두산 팀 최다승 타이에 1승을 남겨뒀으나 “지금은 중간 지점이니까 평가에 대해서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후반기에 들어갈 준비도 해야 되고 항상 말씀드렸듯이 무더워지는 시기가 진짜 승부처”라며 “그때 어떻게 승부할지 생각을 하고 있다”고 나무보다 숲을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팅볼 훈련에서 공을 던져주고 있는 이승엽 감독. /사진=두산 베어스
배팅볼 훈련에서 공을 던져주고 있는 이승엽 감독. /사진=두산 베어스

조급하지 않는 이 감독의 리더십 속에 김재호와 정수빈 등 베테랑들이 깨어났고 이 가운데 그동안 주축 선수로 활약하지 못했던 장승현, 이유찬 등도 잠재력을 증명해가고 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골칫거리였던 로하스 또한 7월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여기에 최근엔 박세혁(NC 다이노스) 보상선수로 데려온 박준영까지 맹타를 휘두르며 상승세에 힘을 보태고 있다.

올스타전 출전 이후 잠실구장에서 만난 마무리 홍건희는 “팀 분위기가 워낙 좋았고 경기 초반에 선제점을 내주더라도 질 것 같은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더그아웃 분위기를 전했다.

전반기 대부분을 완전체로 보내지 못했던 아쉬움이 있던 이 감독이다. 여전히 김재환이 살아나지 못하고 있지만 이 감독은 “지금이 완전체가 아닌가 싶다”며 “밑에서 준비하는 선수들도 많이 있지만 일단 여기 있는 선수들이 베스트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젠 부상이 나오면 안 된다. 잘하는 선수가 부상을 당하게 되면 팀 분위기도 굉장히 다운될 수 있다”며 “무더워지고 체력적으로 힘들어지는 이 시점에서는 컨디션 관리를 굉장히 중요시하고 부진 (걱정)보다는 부상을 조심해야 될 것 같다. 트레이닝 파트에서 충분히 잘 할 것이라고 믿고 스태프와 선수들도 서로 믿으며 8,9월을 보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어느덧 1위 LG 트윈스에 6.5경기, 2위 SSG 랜더스에 4경기까지 격차를 좁혔다. 올스타 브레이크 동안 꿀 같은 휴식과 훈련을 병행한 두산은 이날부터 광주 원정에서 연승 행진이 마감된 KIA 타이거즈와 격돌한다. 이후엔 5위 롯데 자이언츠, 선두 LG와 잠실에서 6연전으로 7월을 마감한다.

이승엽 두산 감독. /사진=두산 베어스
이승엽 두산 감독. /사진=두산 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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