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웹소설·드라마로 팬층 확대…온라인 넘어 오프라인으로

새 수익 창구 될 수도…”대중성 있는 작품 나오면 폭발력 있을 것”

영화 '신입사원: 더 무비' 속 한 장면
영화 ‘신입사원: 더 무비’ 속 한 장면

[나인플래너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에서 주로 볼 수 있었던 BL(보이즈 러브) 콘텐츠가 안방을 넘어 극장을 통해 잇따라 관객을 찾아가고 있다.

BL 콘텐츠의 팬층이 두꺼워지면서 극장가에서 수익을 창출해내는 새로운 장르로 떠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BL 영화 시장은 기존 BL 드라마를 극장판으로 편집한 작품이나 일본에서 수입한 작품이 양분하고 있다.

다음 달 3일 개봉하는 김조광수 감독의 영화 ‘신입사원: 더 무비’도 드라마를 영화화한 것이다.

왓챠에서 공개된 7부작 웹드라마 ‘신입사원’을 114분 분량으로 재구성했다. 전체 길이를 줄인 대신 드라마에는 없던 새로운 장면을 추가했다.

인턴사원으로 광고회사에 들어간 승현(문지용 분)이 워커홀릭 파트장 종찬(권혁)을 만나며 겪게 되는 로맨스를 그린다.

구마사카 이즈루 감독의 일본 영화 ‘사랑에 애태우며 노래하라’는 최근 극장에 걸렸다.

괴한에게 납치돼 상처 입은 초등학교 교사가 의문의 남자를 만나 치유한다는 내용이다.

영화사 미디어캐슬은 아예 일본 BL 영화 기획전을 선보이고 있다.

‘사랑이 BOY기 시작한 순간’이란 이름으로 열리는 이 기획전은 ‘극장판 아름다운 그: 이터널’, ‘그녀가 좋아하는 것은’, ‘메타모르포제의 툇마루’ 3편을 이달 순차적으로 소개한다.

'극장판 아름다운 그: 이터널' 속 한 장면
‘극장판 아름다운 그: 이터널’ 속 한 장면

[미디어캐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BL 영화는 남성 간의 사랑을 다룬다는 점에서 퀴어 영화와 비슷한 지점이 있다.

그러나 오롯이 이들의 ‘로맨스’에만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엄밀히 따지면 퀴어 영화와는 다른 성격이 있다. BL 영화는 두 남자 주인공의 사랑을 판타지적 요소를 가미해 낭만적으로 그리는 데 치중하는 편이다. 동성애자가 겪는 고충이나 차별, 극복 등을 다루는 경우도 적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국내에서 BL 콘텐츠는 이른바 ‘오타쿠(한 분야나 인물에 빠진 사람을 뜻하는 일본어) 문화’로 받아들여지거나 극소수의 마니아만이 향유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e북·웹툰 플랫폼이 활성화한 2010년대 중후반부터 BL 콘텐츠만의 카테고리가 따로 생길 만큼 인기에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2020년대 들어서는 국산 BL 드라마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특히 왓챠 8부작 드라마 ‘시맨틱 에러’는 지난해 2월 공개 직후 왓챠 랭킹 1위에 오르고 굿즈(팬 상품)가 출시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이런 흐름에 이어 영화까지 개봉하는 것은 BL 팬들의 결집력이 탄탄해졌다는 방증이란 분석이 나온다.

‘신입사원’을 연출한 김조광수 감독은 “OTT 등을 통해 생긴 BL 팬층이 점점 더 단단해지고 있다”면서 “휴대전화가 아닌 극장에서 큰 화면으로 콘텐츠를 보고 싶다는 팬들의 요구가 지속해서 있었다”고 영화화 배경을 설명했다.

이는 BL 콘텐츠에 대한 사회 인식이 변화한 덕분이기도 하다. 한 배급사 관계자는 “BL이 음지 문화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고 팬들도 많아지면서 관객들이 사회적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오프라인에서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영화 '사랑에 애태우며 노래하라'
영화 ‘사랑에 애태우며 노래하라’

[도키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점차 중소 규모 영화가 설 자리를 잃어가는 상황에서 BL 장르가 수익 창출의 새로운 활로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물론 일반 상업 영화만큼 관객층이 넓지는 않지만, 일부 인기 BL 영화의 관객 수는 독립·예술영화를 뛰어넘기도 한다.

‘시맨틱 에러: 더 무비’의 경우 약 6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일본 BL 영화 ‘체리마호’는 누적 관객 수 1만8천여 명을 기록했고, ‘극장판 아름다운 그: 이터널’는 개봉 열흘 만에 약 6천명을 모았다.

올해 나온 한국 독립영화 ‘수라'(3만3천여 명), ‘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 모른다'(1만8천여 명), ‘드림팰리스'(1만2천여 명), ‘스프린터'(7천여 명) 등과 비교해도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국내 제작사가 만든 BL 영화가 해외에 수출되는 경우도 다수다. ‘시맨틱 에러: 더 무비’는 대만, 홍콩, 베트남, 싱가포르 등에 판매됐으며 개봉을 앞둔 ‘신입사원: 더 무비’도 아시아 여러 국가에 먼저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판매와 극장 상영을 끝내고 나면 OTT로 넘어가 수익을 낼 수 있다.

하지만 이제 막 시장에 진입한 만큼 BL 영화가 안정적 수익 창구로 자리 잡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업계는 전망한다.

강상욱 미디어캐슬 대표는 “우리나라는 BL 영화가 첫발을 뗀 단계로, 큰 수익을 기대하고 기획전을 준비하진 않았다”며 “다만, 나중에 대중이 공감하는 작품이 나오게 되면 확산력과 폭발력을 발휘할 수 있다. 아직은 테스트베드(시험대) 수준이지만 몇 년 안에 그런 작품이 하나쯤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시맨틱 에러: 더 무비' 포스터
‘시맨틱 에러: 더 무비’ 포스터

[왓챠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ramb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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