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계열사로 보폭을 넓히던 카카오 재무 라인이 공백 상태다.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인수 과정에서 시세 조종을 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되면서다. 회사 곳간을 운영하면서 그룹 전체 비전을 세우는 이들이 자리를 비우면서 카카오 성장 전략에도 구멍이 생겼다.

지난 26일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강호중 카카오 투자전략실장(부사장), 이준호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투자전략부문장 등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긴다고 밝혔다.

배 대표는 카카오 그룹 전체를 아울러 투자를 총괄하는 역할이다. 그룹 전체 방향을 조율하는 CA협의체에서 투자 부문을 책임지고 있다. 카카오 사내이사뿐 아니라 카카오모빌리티 기타비상무이사, 카카오스타일 기타비상무이사, 카카오픽코마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 지난해까지 카카오모빌리티와 카카오스타일 이사회에 참여하다가 올해부터 카카오와 카카오픽코마로 역할을 확대했다.

강 부사장은 배 대표를 지근거리에서 돕는 핵심 실무자다. 강 부사장 역시 카카오스페이스 기타비상무이사, 카카오모빌리티 감사, 카카오스타일 감사로 계열사로 참여하고 있다.

이 부문장은 카카오엔터 계열사 12곳의 이사회에 속해있다. 현빈이 소속된 연예기획사 브이에이스티 대표이자 이사회 의장이고 스타쉽엔터테인먼트, 비에이치엔터테인먼트, 숲엔터테이먼트, 영화사월광 등 기획사나 제작사 12곳의 기타비상무이사다. 이 부문장은 김성수 카카오엔터 대표의 최측근으로 CJ ENM에서 함께 카카오로 넘어온 인물이다.

이번 시세 조종 의혹과는 별개로 김기홍 전 카카오 재무그룹장(부사장)은 법인카드로 1억원 상당의 게임 아이템을 결제해 3개월 정직 처분을 받았다. 김 전 부사장은 카카오게임즈의 기타비상무이사다. 카카오의 IT 서비스 및 솔루션 개발사인 계열사인 케이앤웍스, 디케이테크인 기타비상무이사에도 이름을 올렸다.

그간 카카오 재무·투자 담당 고위 임원들은 투자나 인수·합병(M&A)으로 계열사의 성장 활로를 찾는 중책을 맡았다. 이들이 포진한 엔터테인먼트, 모빌리티, 콘텐츠 계열사는 카카오가 꾸준히 투자하며 성장 동력으로 키우는 곳이다. 그만큼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의 신임을 받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막중한 역할을 맡았던 재무 라인이 연달아 업무에서 이탈하면서 카카오의 전략 수립에 비상등이 켜졌다. 회사 곳간을 운영하는 것뿐 아니라 긴 호흡으로 투자와 M&A 전략을 세워야 할 역할에 공백이 생겼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그간 대내외 이슈로 새로운 기술이 나오거나 산업 트렌드가 변할 때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했다”며 “변화가 빠른 업계 특성상 이번 사태로 다시 발목을 잡히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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