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수요 반등 확실”…삼성·SK 반도체 내년 나란히 개선 전망

삼성·SK, 메모리 업황 반등 정조준 차세대 제품 기술 우위 과시

중동·러시아 지정학적 리스크, 재고 감축, 매스 마켓 시장 회복은 관건

‘삼성 메모리 테크 데이 2023’에서 최초 공개된 HBM3E(High Bandwidth Memory) D램 ‘샤인볼트(Shinebolt)’ⓒ삼성전자 반도체 뉴스룸 ‘삼성 메모리 테크 데이 2023’에서 최초 공개된 HBM3E(High Bandwidth Memory) D램 ‘샤인볼트(Shinebolt)’ⓒ삼성전자 반도체 뉴스룸

“(메모리) 가격이 바닥을 쳤다.”(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CEO)

“다운턴(하강국면)을 지나 본격적인 회복세로 접어들었다.”(김우현 SK하이닉스 CFO)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들을 뒤흔든 ‘반도체 불황’이 끝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AI(인공지능) 훈풍에 고용량·고성능 제품 수요가 뚜렷하게 개선되면서 3분기 SK하이닉스 D램 사업은 흑자로 전환됐고 삼성전자 DS(반도체 부문) 적자폭은 축소됐다.

수요 부진, 가격 하락, 재고 부담 삼중고에 시달렸던 삼성·SK·마이크론은 내년 반도체 업황이 수요 증가, 가격 상승, 재고 감소로 전환되면서 ‘V자 반등’이 가시회될 것으로 보고 있다. HBM(고대역폭메모리) 날개를 단 삼성·SK의 회복세에는 이견이 없지만 중동 및 러-우 전쟁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리스크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메모리 제조사들은 완만하지만 뚜렷한 재고 축소, AI 서버향 제품 수요 강세, 가격 반등 기대감 등을 근거로 내년 반도체 업황이 반등할 토대가 마련됐다고 판단한다. 그간 삼성·SK는 고부가 제품 비중은 늘리는 한편 범용(레거시)은 적극 감산하는 방식으로 올 한해를 버텼다.

1분기 3조4000억원, 2분기 2조9000억원의 영업적자를 낸 SK하이닉스는 3분기 손실폭을 1조8000억원으로 줄였다. D램은 DDR5와 HBM 수요 강세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상반기에만 9조원의 적자를 본 삼성전자 DS 부문은 3분기 적자폭이 3조원대로 축소된 것으로 추정된다. 레거시 위주의 적극적인 감산과 프리미엄 제품 수요가 맞물린 효과다.

업계 안팎에서도 삼성과 SK 반도체 겨울이 지나가고 있다고 진단한다. 내년 영업이익 증권가 컨센서스(평균 추정치)는 삼성전자 33조2656억원, SK하이닉스 8조1016억원이다. 삼성 DS 부문 추정치는 9조~15조원대여서 작년 영업익(23조8200억원)에는 한참 미달하지만, 내년을 발판으로 예년 수준의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에는 이견이 없다.

전망대로 주 수요 시장인 PC, 모바일, 서버 시장이 살아나기만 한다면 가장 수혜를 볼 곳은 ‘규모의 경제’를 구현한 삼성과 SK다. 올해 가장 수요가 뚜렷했던 AI용 메모리를 정조준해 삼성과 SK가 투자에 공을 들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도체대전(SEDEX 2023)'에서 선보인 SK하이닉스 HBM3E ⓒSK하이닉스 뉴스룸 ‘반도체대전(SEDEX 2023)’에서 선보인 SK하이닉스 HBM3E ⓒSK하이닉스 뉴스룸

최근 열린 ‘반도체대전(SEDEX 2023)’에서 양사는 최신 기술을 탑재한 차세대 메모리 제품을 나란히 선보이며 기술 과시에 나섰다. AI용 메모리 제품으로 각광받고 있는 HBM3e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 대표적이다.

HBM은 여러 개의 D램 칩을 TSV로 수직 연결해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고부가가치 제품을 말한다. HBM3e는 HBM3의 확장형 모델로, 속도부터 발열 제어, 고객 사용 편의성 등 모든 측면에서 현존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가격도 기존 제품 보다 5~7배 비싸기 때문에 팔수록 이득이다. 삼성과 SK는 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 AMD 등에 이 제품을 공급할 예정이다.

관련 투자도 AI 시장을 정조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명수 SK하이닉스 D램 마케팅담당은 “AI 서버는 향후 5년간 연평균 40% 이상 꾸준히 증가하며, (같은 기간) HBM 시장은 연평균 60~80%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자사의 HBM 비중은 전체 시장(10% 중후반대)을 상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SK하이닉스는 HBM과 DDR5, LPDDR5 등 고부가 주력제품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로 했다. D램 10나노 4세대(1a)와 5세대(1b) 중심으로 공정을 전환하는 한편, HBM과 TSV에 대한 투자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TSV는D램 칩에 수천 개의 미세한 구멍을 뚫어 상층과 하층 칩의 구멍을 수직으로 관통하는 전극으로 연결하는 어드밴스드 패키징 기술을 말한다.

올 상반기 반도체에만 23조2000억원을 투입하며 시설 및 R&D(연구개발) 투자에 앞장서고 있는 삼성도 흔들림 없는 투자로 반도체 호황 사이클을 대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 내년 투자 계획ⓒ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내년 투자 계획ⓒSK하이닉스

다만 호황 사이클을 기대하기에 앞서 양사 모두 재고 관리는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제조사들의 재고는 적극적인 감산에 힘 입어 올 상반기 정점을 기록한 뒤 완만한 개선 추세에 있다. 고객사 재고는 고사양 제품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느리게 진행되는 상황이다.

특히 낸드의 경우 여전히 답보 상태여서 내년 말에나 반등이 예상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김우현 CFO는 “내년 D램과 낸드 산업 전체 생산증가율은 올해 마이너스 성장에서 내년에는 플러스로 전환되나 한자릿 수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한다”고 언급했다.

내년 반도체 봄을 앞당길 제품으로 거론되는 DDR5, HBM는 특수 시장인 AI 서버향에 국한돼 있는 만큼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PC, 모바일, 일반 서버 등 기존 시장 수요가 뒷받침돼야 메모리 반도체 반등을 논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HBM에 대한 관심이 과도한 측면이 있다”면서 “매스 마켓(대량 판매 시장)에서의 미국·중국 기업 추격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하마스 갈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외 리스크도 내년 반도체 반등 시기를 더디게 할 요인 중 하나다. 고유가·고금리·고환율 기조에 영향을 줘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감소하거나, CSP(클라우드 서비스 제공 사업자) 등 주요 고객사들의 투자 연기가 줄줄이 이어질 수 있어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내년부터 반도체 반등이 시작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인 만큼 삼성과 SK의 가파른 성장세가 예상된다”면서도 “지정학적 리스크, 재고 감축 속도, AI향 외 수요 반등 분위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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