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 2300선이 붕괴했다. 약 10개월 만이다. 원/달러 환율도 1360원 대에 진입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금리 장기화 기조 강화로 미 10년물 국채 금리가 ‘심리적 저항선’인 5% 선을 넘는 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의 전쟁이 가자지구 지상전으로 격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매크로 환경이 국내 증시에 하방 압력을 가한 결과다.

위험 자산에 대한 회피 심리 강화로 외국인 투자자의 ‘엑소더스(대탈출)’가 벌어지고, 올해 강세장의 주인공이던 2차전지주(株)가 분명한 하향세를 그리면서 국내 증시는 약세장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헤럴드경제와 긴급 진단에 나선 국내 4대 증권사 리서치 수장의 국내 증시 향방에 대한 전망은 크게 엇갈렸다. 국내 증시가 불확실성 속에서도 반도체주(株)가 중심이 된 국내 IT 관련 부문의 수출 회복세로 반등의 기회를 잡을 것이란 예측이 나온 반면, ‘저성장 코리아’가 고착된 구조 속에 반도체·2차전지(배터리) 등 주력 상품의 수출 회복 만으론 국내 주식 시장 반등을 이끌기엔 역부족이란 평가다.

▶“내년 수출 7000억弗 ‘사상 최대’” vs “구조적 성장 둔화 사이클”=27일 헤럴드경제는 국내 4대 증권사로 꼽히는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의 서철수 리서치센터장, 유종우 리서치본부장, 오태동 리서치본부장, 윤석모 리서치센터장과 향후 증시 흐름에 대해 논의했다.

리서치 수장들의 의견이 가장 선명하게 맞부딪힌 지점은 연(年) 2% 미만의 ‘저성장’이 예고된 한국 경제의 현실 속에 국내 증시의 반등 가능성에 대한 여부였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내년 코스피 영업익, 순이익 증가율이 올해 대비 55.5%, 61.0%에 이르며 글로벌 증시 1위 수준의 대폭적 증익을 기록할 것”이라며 “낙폭 과대 주가 메리트와 기업 마진 환경의 퀀텀점프 덕분에 투자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 실적과 수출 간 상관계수는 0.85로 절대적”이라며 “내년도 수출액은 사상 최대치인 7000억달러 달성 가능성이 유력한 만큼, 기업 이익으로 직결돼 주가에도 긍정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한국 경제가 내수보단 수출에 의존하는 경제”라며 “미국 등 주요 수출 시장의 경기 회복세가 주력 수출 상품인 IT 중심의 업황 회복에 따른 주식 시장의 반등세를 이끌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도 “이·팔전쟁이 (중동 전쟁 등) 극단적 시나리오로만 번지지 않는다면 내년도 기업 이익 전망치에 따른 주식 시장 상승 여력은 15% 이상”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오 본부장은 “수출 기업의 실적 개선세가 주가 지수의 하방을 지지해 주는 역할을 충분히 할 것”이라고 했고, 유 본부장과 윤 센터장은 내년 국내 증시가 ‘상고하저(上高下低·상반기 상승 후 하반기 횡보)’의 모습을 띨 것이라고 정리했다.

반면, 서철수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로나19 팬데믹에 이어 미·중 패권 전쟁의 여파로 한국 경제가 구조적으로 성장률 둔화 사이클에 빠져들 위기에 직면했다고 봤다. 그는 “한국의 주력 수출 산업인 반도체, 배터리(2차전지) 등의 경우에도 전세계적 경제 호황이 오지 않는 한 국내 주가를 상승하기엔 여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 센터장은 내년도 기업 실적 반등 기대는 워낙 낮았던 올해 수치를 기준으로 한다는 점에서 ‘착시적 성격’이 크며, 반도체·유틸리티 섹터를 제외할 경우 실적 상승률 역시 10%대 중반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이미 기업들의 재고가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수준에 육박하며 현금 흐름이 빠르게 악화되는 등 기업 재무 상태도 점점 나빠지는 상황”이라며 “‘3고(고금리·고환율·고유가)’가 완화되고, 내년도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지 않는다는 조건이 모두 충족돼야 국내 증시는 반등을 노려볼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연말 코스피 예상 밴드 2300~2650포인트…“피벗 내년 하반기”=리서치 수장들은 현재 국내 증시가 마주한 매크로 환경이 ‘3고’란 어둡고 긴 터널을 한창 지나고 있는 단계라고 한목소리로 평가했다.

유 본부장은 “미 연준의 과감한 (금리 인하 등) 정책 전환이 없는 한 고금리, 강(强)달러 현상은 진정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중동 불안으로 당분간 고유가 환경은 상수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서 센터장은 “미국 경제가 과열의 후유증을 겪고 있는 중”이라며 “내년도 기업 이익 전망치를 하향 조정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주가엔 비우호적 여건”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오 본부장은 지정학적 불안이 증시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면서도 “중국의 소비, 유럽의 제조업 체감 경기가 다소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증시 개선 여지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고 했다. 윤 센터장도 “90달러 미만의 현재 국제 유가 수준을 감안하면 미 장기 국채 금리 급등은 점진적 경기둔화의 요인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봤다.

올 연말 코스피 지수 예측 밴드로 유 본부장과 윤 센터장은 2300~2600포인트, 오 본부장은 2300~2650포인트를 제시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의 한국 증시 ‘엑소더스(대탈출)’에 대한 분석도 리서치 수장 별로 갈렸다. 오 본부장은 외국인 투자자의 한국 증시 이탈 현상은 일시적 현상이라고 본 반면, 유 본부장은 “실적 호전이 예상되는 일부 산업군에만 외국인 투자자는 선별적 투자에 나설 것”이라며 전면적 매수 전환까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봤다.

한 주 앞으로 다가온 차기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대해선 4개사 리서치 수장이 모두 ‘동결’로 점쳐지는 기준금리 자체보다는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을 비롯한 연준 위원들의 ‘매파(긴축 선호) 우위’ 기조가 얼마나 누그러질지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장이 가장 관심을 보이고 있는 미 연준의 피벗(pivot·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선 내년 2분기 말~하반기란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오 본부장은 “내년 1분기 지표부터 파월 의장이 피벗 선결 조건으로 제시했던 ‘추세 이하의 성장’이 확인될 것”이라고 전망했고, 서 센터장은 “또 다른 피벗 선결 조건인 고용 둔화 조짐은 후행 지표다. 증시는 고용 둔화 조짐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지수에 선반영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반도체·車…시총 상위 대형주 중심 안정적 투자 전략 유효”=매크로 환경이 부정적인 현재 시점엔 전통적인 시총 상위 대형주를 중심으로 안정적인 투자 전략을 짜야 한다는 것이 리서치 수장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서 센터장은 “매출 회복과 재고 소진 속도가 빠른 섹터에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런 관점에서 분명한 턴어라운드 신호를 보이고 있는 반도체 섹터가 가장 효과적 투자처”라고 했다. 여기에 오 본부장은 ▷반도체 ▷자동차 ▷은행 섹터를, 유 본부장은 ▷반도체(삼성전자) ▷자동차(현대차) 섹터 등을 추천 분야로 꼽았다. 윤 센터장은 낙폭과대에 따른 밸류에이션 메리트와 내년도 실적 모멘텀에 주목해야 한다고 짚었다.

올 상반기 국내 증시 강세장을 주도했던 2차전지 관련주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한 투자 전략을 채택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동안 상승 랠리를 주도했던 양극재 업체의 이익이 리튬 가격 하락으로 줄고 있으며, 중국의 흑연 수출 규제 파급력도 아직 파악하기 힘든 상황이란 점에서다. 오 본부장은 “전기차 수요 성장 둔화가 주가 업사이드를 제한하는 요인”이라며 “전년 대비 30% 이상 판매량이 성장할지 여부가 주가 반등의 기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리서치 수장들은 한목소리로 최근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영풍제지발(發) 주가 조작 사태가 국내 증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 본부장은 “중소형주에 대한 주가 조작 사태가 주식시장 전반의 신뢰성을 훼손하기엔 한국 주식시장의 규모가 이미 너무나도 커졌다”며 “개인투자자들은 주가급등 종목에 편승해 일확천금을 노리는 투자 행위를 지양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증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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