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트넘 레거시 넘버
▲ 토트넘 레거시 넘버

[스포티비뉴스=박대성 기자] 토트넘이 구단 역사를 되짚어보고 현재와 미래를 연결했다. 역대 토트넘 1군 무대를 밟았던 선수들을 순서대로 나열해 레거시 넘버(Legacy number)를 매겼다. 유니폼 뒤에 새겨질 번호인데 손흥민은 805번이다.

토트넘은 27일(한국시간)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역대 토트넘 1군 선수들을 기리는 레거시 번호를 발표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토트넘 1군 무대에서 활약했던 선수에게 번호를 매겼다. 잉글랜드 대표팀이 2019년 11월부터 레거시 넘버를 도입했는데 토트넘이 이를 차용해 구단 역사를 돌아보고 미래로 나아가기로 결정했다.

레거시 넘버는 1번부터 879번까지 부여됐다. 1군 데뷔 상황에 따라 늘어나게 된다. 시대를 대표하는 선수들에게는 코멘트를 덧붙여 따로 소개하기도 했다.

레거시 넘버 1번의 출발은 1984년 10월 13일 웨스트 허즈와 FA컵에서 뛴 선수들이다. 1984년 10월부터 현재까지 뛰었던 1군 선수 모두에게 고유 번호를 붙여 상징성을 부여했다. 당시에 선발진으로 뛰었던 11명이 1번부터 11번까지 배정 받게 됐다.

▲ 토트넘 레거시 넘버 1번 (맨 왼쪽)
▲ 토트넘 레거시 넘버 1번 (맨 왼쪽)

▲ 토트넘 역대 1군을 밟은 선수들
▲ 토트넘 역대 1군을 밟은 선수들

▲ 토트넘 역대 1군을 밟은 선수들
▲ 토트넘 역대 1군을 밟은 선수들

그렇다면 1번을 받은 선수는 누구일까. 토트넘 공식 홈페이지에도 나와있는 스탠리 브릭스다. 그는 1872년 태생으로 1931년 생을 마감했다. 1890년대에 뛴 선수로 대략 두 시즌 동안 토트넘에서 활약했다. 토트넘을 포함해 세 팀에서 뛰었는데 프로 커리어 동안 112경기 11골을 기록했고 포지션은 중앙 수비였다.

가장 마지막 번호는 가장 최근에 뛴 아르헨티나 선수 알레호 벨레스다. 올해 여름 아르헨티나 로사리오 센트랄을 떠나 토트넘에 입단했고 토트넘과 6년 계약을 체결했다. 이적료는 1300만 파운드(약 220억 원) 정도로 추정된다.

2015년 레버쿠젠에서 토트넘에 합류한 손흥민은 805번을 배정 받았다. 토트넘은 “점점 더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세계적인 스타다. 손흥민은 이제 토트넘의 전설이 됐다. 아시아 역대 최고 선수인 그는 토트넘에서 활약하는 동안 많은 축구 팬 마음을 사로 잡았다. 이제 우리 팀 주장으로 뛰며 완성되지 않은 우리의 역사와 이야기를 써내려가고 있다”라며 손흥민 번호와 상징성을 팬들에게 알렸다.

토트넘이 “우리의 전설이자 아시아 역대 최고”라고 알린 건 당연하다. 손흥민은 데뷔 시즌에 부침이 있었지만 점점 팀 내 핵심 선수로 맹활약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 시절 DESK(델레 알리, 크리스티안 에릭센, 손흥민, 해리 케인)로 활약하며 토트넘 역사상 첫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큰 공을 세웠다.

▲ 손흥민 ⓒ연합뉴스/AP
▲ 손흥민 ⓒ연합뉴스/AP

포체티노 감독 시절에 손흥민을 포함한 젊고 유망한 선수들로 프리미어리그와 유럽을 호령했지만, 토트넘은 트로피를 원했다. 포체티노 감독도 챔피언스리그 준우승 이후 번아웃에 완벽하게 팀을 이끌지 못했다. 결국 다니엘 레비 회장은 성적 부진을 이유로 포체티노 감독을 경질했고, 우승에 일가견이 있는 조제 무리뉴, 안토니오 콘테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2007-08시즌 리그컵 우승 이후 트로피를 추가하고팠지만 쉽지 않았다. 프리미어리그 톱 클래스 공격수 해리 케인과 손흥민을 보유하고도 챔피언스리그 진출권 확보도 어려웠다. 레비 회장은 무리뉴 감독에 이어 콘테 감독까지 경질한 이후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에게 바통을 넘겼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일본 J리그 요코하마 마리너스, 호주 대표팀, 셀틱FC를 이끌었던 감독이다. 프리미어리그를 포함한 빅 리그 경험이 없었다. 영국 언론과 현지 팬들은 포스테코글루 감독 부임이 확정되자 반신반의한 시선이었다.

여기에 토트넘 유스팀 출신으로 월드클래스 반열에 오른 해리 케인과도 작별했다. 케인은 토트넘에서 트로피를 들고 싶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한때 맨체스터 시티와 얽혀 훈련 불참을 하기도 했는데, 올해 여름엔 일단 프리시즌 투어엔 참가했다.

▲ bestof top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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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에른 뮌헨이 강하게 케인을 원하자, 토트넘에 데드라인을 설정했다. 내년에 계약이 끝나는 상황이라 올 시즌까지 뛰면 자유계약대상자(FA)로 떠날 수 있다. 케인은 토트넘에 2023-24시즌 개막전까지 결정하지 않는다면 팀에 남아 내년에 떠날 계획을 알렸다.

토트넘은 고심 끝에 케인을 보내고 이적료를 챙기기로 했다. 케인은 토트넘 팬들에게 그동안 감사 인사와 함께 바이에른 뮌헨으로 떠나 새로운 여정을 시작했다. 이후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에게 주장 완장을 채워 새로운 시대를 알렸다.

손흥민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직접 말하기 전까지 주장이라는 걸 몰랐다. 토트넘 주장으로 임명된 뒤 “위고 요리스와 해리 케인은 토트넘 전설이다. 그들은 환상적인 주장이었다. 선수를 위해 싸웠고 팀을 위해 헌신했다. 토트넘이란 빅 클럽 주장을 맡아 영광이다. 토트넘과 팔에 두른 주장 완장을 위해 내 모든 걸 바치겠다.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팀을 위해 싸울 것을 다짐했다.

훈련 전 선수단과 짧막한 대면식을 하기도 했다. 선수단 앞에선 손흥민은 “올 시즌은 정말 중요하다. 모두 책임감을 가지고, 좋은 경기력을 보여줘야 한다. 좋은 훈련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는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다. 정말 중요한 시즌이다. 하나의 목표를 향해 하나의 발걸음으로 나아가야 한다”라며 그간 부진을 털어내고 높은 곳으로 나아가길 바랐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첫 계획은 손흥민 원톱이 아니었다. 줄곧 토트넘 톱을 지켰던 케인이 떠났기에 9번 공격수로 데려왔던 히샤를리송에게 기회를 줬다. 하지만 히샤를리송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원하는 퀄리티를 내지 못했고, 손흥민을 원톱에 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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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에게 최전방 역할을 맡기자 모든 퍼즐이 완성됐다. 신입생이자 부주장단 제임스 매디슨과 환상적인 콤비를 보이며 토트넘 공격 포인트를 책임졌다. 필요한 순간에 날카로운 득점력으로 토트넘 상승세에 날개를 달았다.

토트넘은 캡틴 손흥민, 포스테코글루 감독 아래 젊은 선수들과 거침없이 질주했다. 손흥민은 대부분 경기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며 공격 포인트를 적립했다. 현재 토트넘은 개막전부터 9경기 무패(7승 2무)를 달리면서 아스널, 맨체스터 시티 등 프리미어리그 내 쟁쟁한 팀을 제치고 단독 1위를 달리고 있다.

압도적인 맹활약에 손흥민도 기쁨을 함께했다. 아스널과 북런던 더비 등에서 활약하자 프리미어리그 9월 이달의 선수 후보에 들었다. 괴물 공격수 엘링 홀란드가 없는 상황이라 손흥민 수상은 당연한 결과였다.

10월 A매치 기간에 이달의 선수가 발표됐다. 손흥민은 토트넘에 합류한 이후 개인 통산 프리미어리그 이달의 선수 통산 4회를 기록했다. 프리미어리그로 개편된 이후 이달의 선수를 4번 품에 안은 선수는 티에리 앙리, 폴 스콜스, 프랭크 램파드, 데니스 베르캄프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역사적인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 bestof top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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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평가전을 치르고 돌아온 9라운드에서도 변함없는 영향력을 과시했다. 풀럼전을 치르기 전에 라커룸에서 선수들에게 “매번 A매치가 끝나면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라며 집중력을 요구했다.

토트넘은 캡틴 손흥민과 함께 날아올랐다. 손흥민은 전반 중반을 넘은 시점에 드리블로 풀럼 수비를 흔들었다. 이후 페널티 박스 앞에서 순간 수비가 열리는 걸 포착했고, 정교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뒤흔들었다. 후반전에도 손흥민의 영향력은 매우 컸다. 케인이 떠난 이후 영혼의 단짝으로 맹활약하고 있는 제임스 매디슨과 합작해 팀 두 번째 골을 만들었다. 풀럼전에서 1골 1도움으로 팀 상승세에 날개를 달았다. 

손흥민의 풀럼전 득점으로 현재까지 2023-24시즌 프리미어리그 7호골을 기록했다. 리그 득점 2위를 달리며 압도적인 초반 페이스를 보였다. 현재 리그 득점 선두 괴물 공격수 엘링 홀란드와 두 골 차이 밖에 나지 않아 시즌 막판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뉴캐슬 유나이티드 등에서 뛰었던 프리미어리그 전설인 공격수 앨런 시어러가 9라운드 이주의 베스트를 선정했다.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을 통해 발표됐는데 손흥민은 제임스 매디슨과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유럽축구통계업체 ‘후스코어드닷컴’과 ‘소파스코어’도 9라운드 이주의 팀에 손흥민을 뽑았다. 높은 평점을 매기면서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으로 지목했다. 영국 매체 ‘스포츠몰’도 “토트넘 포스테코글루 감독 아래에서 주인공 역할을 즐기고 있다. 매디슨과 인상적인 연계 플레이로 토트넘 공격에 큰 활력을 불어 넣고 있다. 손흥민은 풀럼전에서 4번의 키 패스와 5번의 볼 리커버리, 4번의 볼 다툼 승리로 토트넘을 프리미어리그 1위로 이끌었다”이라며 풀럼전 맹활약과 함께 프리미어리그 이주의 베스트로 선정했다. 손흥민은 2019년 4월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이 개장한 이후 50번째 홈 구장 골 겹경사까지 안았다.

토트넘이 압도적인 단독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사이, 현지에서 손흥민과 연장 옵션 가능성 보도가 있었다. 사실 지난 9월부터 흘러나온 이야기였는데 최근 ‘디 애슬레틱’은 “토트넘 캡틴이자 핵심 공격수 손흥민이 2025년 토트넘과 계약이 끝난다. 손흥민과 토트넘 계약서엔 1년 연장 옵션안이 있다. 토트넘은 손흥민의 계약을 1년 더 연장하려고 한다. 토트넘이 다가올 미래에 체결할 가장 큰 계약 중 하나”라며 신빙성을 더욱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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