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투약 혐의를 받는 배우 이선균(48·왼쪽), 그룹 빅뱅 출신 지드래곤(35·본명 권지용).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헤럴드POP]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인터넷에선 아무렇지 않게 쓰는 ‘도파민 터진다’는 말조차 SNS에선 쓰지 못하도록 하고 있어요. 약물 관련한 모든 발언조차 조심하고 있는데, 혐의가 불거지면 K-팝 그룹으로의 생명은 장담할 수 없죠.”

국내 대형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굵직한 배우와 K-팝 스타가 이름을 올린 ‘마약 스캔들’을 보며 이렇게 말했다. 현재의 대중문화계는 꽤나 뒤숭숭하다. 배우 이선균에 이어 그룹 빅뱅의 멤버 지드래곤까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잇달아 입건되면서다.

27일 가요계에 따르면 지난 며칠 사이 배우 이선균을 시작으로 지드래곤까지 입건되자 업계에서 각종 정보지가 난무하며 많은 K-팝 그룹과 가수, 배우들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이미 방탄소년단을 비롯해 근거 없는 마약 루머에 휩싸인 그룹과 가수들의 소속사는 사태 수습에 나섰다.

방탄소년단의 소속사 빅히트 뮤직은 “방탄소년단은 해당 루머와 무관하며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무분별한 루머 유포에는 강경 대응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방탄소년단의 일부 멤버가 이선균이 다니던 강남 유흥업소 단골이라는 글이 퍼져서다.

방탄소년단 팬덤 아미는 이날 오전 성명을 내고 “팬들은 허위 사실을 유포해 방탄소년단의 명예를 훼손하고 심각한 욕설과 모욕적인 발언으로 멤버들의 인격을 말살하는 자들의 범죄행위를 끝까지 추적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무분분별 정보지이나, 대형 소속사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은 ‘마약 범죄’로 인한 이미지 실추 우려 때문이다.

다수의 K-팝 그룹이 소속된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K-팝 그룹이 국내외 안팎으로 가진 긍정적이고 선한 이미지로 인해 SNS에서의 사소한 표현 하나조차도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요즘 분위기다”라며 “터무니 없는 루머일 뿐이라도 그룹의 인지도에 따라 삽시간에 전 세계로 확산되기에 각 회사 내 SNS 관리 팀이 동원해 분위기를 살피고 잘못된 소문을 바로잡는 것이 당연하게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래퍼 비아이 [131레이블]

‘마약’은 열애설이나 태도 논란, 말실수, 음주운전과는 또다른 차원의 ‘범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사실 연예인의 마약 문제는 오래 전부터 이어왔다. 1975년엔 가수 신중현, 김세환 등 18명이 줄줄이 소환되는 ’대마초 파문‘을 겪은 이후, 많은 대중가수들이 마약의 굴레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K-팝 그룹의 이름이 오르내린 건10여년 전부터다. 지드래곤이 이미 2011년 일본의 한 클럽에서 대마초 흡연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으나 당시에는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당시 지드래곤의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 측은 “일본 투어 때 참석한 술자리에서 젊은 일본인이 담배를 권해 호의에 응하는 차원에서 두세 모금 흡입한 적이 있다”고 해명했다. 빅뱅 멤버인 탑도 2016년 10월 서울 용산구 자택에서 가수 연습생 A씨와 세 차례에 걸쳐 대마초를 흡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같은 소속사인 아이콘의 멤버 비아이는 2016년 4월부터 5월까지 대마초와 LSD를 투약한 사실이 드러나 그룹을 떠났다. 지난해 8월엔 위너 출신 남태현이 필로폰 투약 혐의로 입건됐다.

K-팝 그룹 멤버가 불미스러운 일에 개입됐을 때의 파장은 상당하다. 개인의 일탈이 그룹 전체 이미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소속사에서 빠른 ‘손절’에 나서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한 대형기획사 관계자는 “마약은 한국에선 혐오범죄로 여겨져 K-팝 그룹으로 활동하는 데엔 치명적이다”라며 “멤버를 교체하고 탈퇴시키는 일이 쉬운 것은 아니고 무수히 많은 논의 과정이 필요하지만 큰 일일 수록 결단이 빠른 것이 현명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약 스캔들’도 사례와 유형에 따라 복귀 속도가 다르다. 이미 마약 범죄에 연루되고도 시간이 지나 왕성하게 활동하는 사례도 많고, 오히려 파문 이후 톱배우로 자리한 경우도 있다. K-팝 그룹 출신 가수들 역시 홀로서기로 앨범 활동을 한다. 심지어 해외에선 별 무리없이 활동하고, 여전한 인기를 누리는 경우도 있다.

또 다른 기획사 관계자는 “K-팝이 워낙 해외에서 인기가 많은 데다, 대마초 등 마약류 관련 범죄는 엄청난 범죄로 보지 않는 나라도 있어 해외 활동으로 복귀를 시도하는 경우도 있다”며 “하지만, 그럼에도 국내 활동은 도덕적 감수성의 영향으로 복귀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K-팝 그룹 멤버들의 정신 건강, 사생활, SNS에 대한 소속사의 관리는 다양하나, 사실상 “마약을 하지 말라”는 금기는 없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국내에선 대마초를 비롯한 마약류 투약은 엄연한 범죄이기 때문이다. 한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너무도 당연히 하지 말아야 할 범죄이기에 하지 말라는 이야기조차 해본 적이 없는 사안이다”라며 “일부에선 아티스트의 영감과 창작의 고통을 마약 투약 이유로 들 수 있으나, 그것 없이 개개인의 욕망과 성향의 차이로 달리 나타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톱스타의 ‘마약 스캔들’로 가요계는 떠들썩해 졌지만, 현재 마약 투약 의혹으로 입건된 지드래곤은 혐의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지드래곤은 27일 변호인을 통해 공식 입장문을 내고 “우선 저는 마약을 투약한 사실이 없다”며 “또한 최근 언론에 공개된 ‘마약류 관리 법률 위반’에 관한 뉴스 보도 내용과도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는 앞서 지드래곤과 이선균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출국금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명 연예인의 경우 해외 촬영이나 패션쇼 참석 등 출장이 잦은 점을 감안해 도주 가능성을 막겠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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