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커창 전 중국 국무원 총리가 27일 심장마비로 별세하자 서방 언론들은 주요 기사로 보도하며 그의 생애를 조명했다. 외신들은 리 전 총리가 2인자로서 보인 소신 행보와 시진핑 국가주석 1인 체제에서 존재감을 잃은 점 등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외신들은 베이징대에서 공부한 엘리트 경제학자 출신인 리 전 총리가 과거 중국 국내총생산(GDP) 수치를 신뢰할 수 없다고 언급하는 등 경제 상황의 문제점을 있는 그대로 말하려 한 인물이었다고 평가했다. 또 합리적·실용적 경제정책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시 주석의 1인 권력 강화와 통제적인 정책으로 힘을 잃었다고 전했다.

영국 BBC방송은 리 전 총리가 “빈부격차를 줄이고 저렴한 주택 제공에 초점을 둔 정책으로 덜 혜택받은 사람들을 위해 일하는 지도자로 명성을 얻었다”며 “시 주석에 의해 결국 배제됐지만 경제정책 면에서는 실용주의로 인기 있는 지도자였다”고 전했다.

또 “시 주석에 충성하는 그룹에 속하지 않은 유일한 현직 고위 관료”였으며 “최근 수년 동안 중국 최고 지도자들 사이에서 고립돼 있었다”고 지적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리 전 총리의 합리적인 정책 결정은 시진핑의 정치화된 통치의 날카로운 모서리를 부드럽게 했지만, 궁극적으로는 제한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관료주의를 없애겠다며 사업 등록 기간을 대폭 단축한 것과 같은 리 전 총리의 성과는 시 주석의 반기업 정책으로 훼손됐다고 보도했다.

CNN은 “중국과 서방 국가의 관계가 갈수록 경색되던 시기에 중국과 세계의 다른 접근법을 대변하는 인물로 여겨졌다”며 리 전 총리가 2021년 3월 기자회견에서 ‘중국과 미국이 공통의 이익을 확대해야 한다’는 취지의 답변을 한 일화를 보도했다.

외신들은 또한 중국 당국이 리 전 총리의 사망을 축소해 전하고 인터넷에서 리 전 총리 관련 내용을 검열하는 상황에 주목했다.

BBC는 “신화통신을 비롯한 중국 관영 언론들이 리 전 총리의 경력에 대한 공산당의 평가를 나타내는 공식적인 수식어를 사용하지 않는 등 사망 소식을 경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WSJ도 웨이보 등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리 전 총리 사망 관련 댓글이 검열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과거 중국 고위 관리들의 사망 때 대중의 애도 움직임이 현지 지도자를 겨냥한 대규모 시위로 발전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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