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정치 그날엔’은 주목해야 할 장면이나 사건, 인물과 관련한 ‘기억의 재소환’을 통해 한국 정치를 되돌아보는 연재 기획 코너입니다.

‘파란 눈의 한국인’ 인요한 연세대 의대 교수는 국민의힘 계열 정당과 인연이 깊은 인물이다. 제22대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에 임명되면서 다시 화제의 중심에 섰는데, 그가 정가에서 주목받은 시기는 1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2년 대통령선거 열기가 한창 달아올랐던 10월, 새누리당 대통합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으면서 박근혜 당시 후보의 호남 유세를 도왔다. 인요한 교수의 외모는 외국인처럼 보이지만, 그는 전남 순천 출신이다.

19세기, 미국에서 온 선교사 유진 벨씨의 증손자인 인 교수는 대한민국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미국 시민권을 유지하며 한국 국적을 취득한 최초의 특별귀화자가 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인연은 대선 이후에도 이어졌다. 2012년 12월19일 정치인 박근혜가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에 당선된 8일 뒤에 있었던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2012년 12월27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주요인선 결과를 전했는데, 당시 발탁된 화제의 인물 중 한 명이 인요한 교수다.

인요한 교수는 박근혜 정부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민대통합위원회 부위원장으로 기용됐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신임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박근혜 대통령직인수위 인선은 많은 화제를 낳았다. 주목받은 이는 인요한 교수 한 명이 아니었다. 대통령직인수위 청년특위 위원에는 KBS 예능프로그램 ‘남자의 자격’에서 합창단 지휘로 대중적 인기를 끌었던 박칼린 뮤지컬 음악감독이 발탁됐다.

또 한 명이 관심의 대상으로 떠올랐는데 독립운동가 윤봉길 의사의 장손녀인 윤주경 전 매헌윤봉길의사기념사업회 이사다. 독립운동가의 상징인 윤봉길 의사 장손녀는 2012년 10월 새누리당 대통합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으면서 대선에도 힘을 보탰다.

윤주경 전 이사와 인요한 교수는 비슷한 시기에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힘을 보탰고, 지금은 국민의힘 소속으로 한 지붕 아래에 있다. 윤주경 전 이사는 2020년 총선에서 국회의원이 됐고, 국민의힘 소속 현역 의원이다. 인요한 교수는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됐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자기와 특별한 인연이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26일 재회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 44주기 추도식 자리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만남이 이뤄졌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중책을 맡은 이후 사실상 첫 외부 공식 행사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아버지께서 일생을 바쳐 이루고자 했던 잘 사는 나라가 이뤄지고 있는 것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에는 이날 귀국한 윤석열 대통령도 참석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금 세계적인 복합위기 상황에서 우리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정신과 위업을 다시 새기고 이를 발판으로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중동 순방길에서 돌아오자마자 박근혜 전 대통령과 만난 것은 정치적으로 상징성이 있는 장면이다. 현직 대통령이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한 것도 이례적인데, 보수정치의 상징적인 인물인 박근혜 전 대통령과 만난 것은 여러 의미가 있다.

총선을 앞두고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이 고전할 것이란 여론조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보수 대단결’ 메시지를 전하는 의미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만남 그 자체가 정치 메시지라는 얘기다.

특별한 만남의 현장에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함께했다는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인연으로 현실 정치에 한 발을 걸치게 됐고, 윤석열 정부에서는 집권 여당의 혁신 작업을 주도하는 위치가 됐다. 윤석열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 그리고 인요한 혁신위원장. 10월26일,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은 내년 4월 총선의 길목에서 정치적인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여당의 혁신과 관련해 어떤 수를 두게 될까. 10월26일 만남은, 회심의 한 수를 선택하는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당사자인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말에 “추모 자리에서는 추모해야 한다”면서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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