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기아가 글로벌 완성차 업체 중에서 올해 가장 빠른 수익성 개선을 보이고 있다. 선진 시장을 중심으로 친환경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수익성 높은 차종 판매를 늘린 덕분이다. 현대차·기아는 올해 1~3분기 누적으로도 사상 최대 실적 기록을 쌓아가고 있다. 연간 영업이익률은 테슬라, 폭스바겐, 도요타 등 주요 완성차 업체를 제치고 10%대 두 자릿수 달성이 기대된다.

29일 현대자동차는 올해 3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8% 늘어난 41조26억원, 영업이익은 146% 증가한 3조8217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번 분기 실적은 4조2000억원대의 사상 최대 분기 영업이익에는 못 미쳤지만 지난해 평균(2조4000억원)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치다.

기아도 3분기 11%가 넘는 영업이익률을 달성하며 실적 호조를 이어갔다. 3분기 기아 매출액은 전년대비 10% 증가한 25조5454억원, 영업이익은 273% 늘어난 2조8651억원이다. 올해 현대차·기아는 1~3분기 누적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 중이다. 4분기 무난한 수준의 실적만 내더라도 올해 연간으로도 역대 최대 기록을 세우게 된다.


현대차·기아, 올해 실적 새 역사 쓴다…국내 상장사 유일 영업익 10조 클럽 진입

현대차·기아는 올해 연간 27조원대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할 전망이다. 현대차가 15조원대, 기아가 12조원대로 각각 ‘영업이익 10조 클럽’에 처음으로 진입하게 된다. 우리나라 상장사 중 연간 영업이익 10조원 기록을 세워 본 기업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정도다. 올해는 반도체 업황이 꺾이면서 현대차와 기아가 유일하게 10조원대 영업이익 달성 기업에 이름을 올릴 전망이다.

지난 2분기 현대차는 올해 가이던스(실적 목표치)를 매출액 성장률 14~15%, 영업이익률 8~9%로 연초 목표치 보다 올려 잡았다. 전날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서강현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은 “올해 연간 가이던스 상단에 가까운 실적을 달성할 것”이라며 9%가 넘는 영업이익률 달성 자신감을 내비쳤다.

기아도 분위기가 좋다. 영업이익 규모는 현대차보다 작지만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 기준으로는 현대차를 앞설 전망이다. 앞서 기아도 지난 2분기에 올해 가이던스를 한단계 높였다. 매출액 100조원 이상에 영업이익 11조5000억원~12조원, 영업이익률은 11.5~12%까지도 달성 가능하다고 제시했다. 주우정 기아 재경본부장은 “중국·러시아·인도에서 판매 계획에 차질이 다소 있지만, 이 부분을 미국·유럽 등 선진시장 호조가 상쇄하고 있다”며 “올해 가이던스는 무난하게 달성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대차·기아, 올해 예상 영업이익률 10.3%…테슬라보다 높아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의 연간 영업이익률 전망치를 보면 현대차·기아의 개선이 가장 빠르게 나타난다. 현대차·기아는 프리미엄 차종, SUV, 친환경차 위주의 수익성 중심으로 체질 개선을 꾀하고 있다. 이제는 글로벌 판매 기준 3위 업체에 올라온 만큼 양적 성장보다 질적 성장에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아시아경제는 블룸버그 컨센서스 자료를 바탕으로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의 올해 영업이익률 전망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현대차·기아의 전년대비 상승폭이 가장 크게 나타났다. 주요 업체 중 수익성 개선이 가장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다. 올해 현대차·기아는 10.3% 영업이익률(현대차 9.2%, 기아 11.8%)이 기대된다. 이는 지난해보다 2.9%포인트 오른 수치다.

영업이익률 순위 기준으로는 메르세데스-벤츠와 스텔란티스가 각각 12.5%로 1·2위를 다툴 전망이다. 3·4위로는 BMW그룹(11.5%)과 현대차·기아(10.3%)의 접전이 예상된다. 한때 16%가 넘는 영업이익률로 업계를 놀라게 했던 테슬라가 한 자릿수 전망치(9.7%)를 받았다는 점도 주목할만한 부분이다. 올해 들어 테슬라는 공격적인 할인 전략으로 수익성보다는 점유율 확대를 꾀하고 있다.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전환한 현대차·기아와는 반대의 전략을 구사하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기아의 빠른 수익성 개선의 원인을 여러 가지로 보고 있다. 우선 북미·유럽 등 선진 시장에서 브랜드 위상이 달라졌다. 현대차·기아는 전기차를 비롯해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늘리는 전략으로 친환경차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친환경차에는 첨단 사양이 대거 장착되면서 대당 평균 판매 가격(ASP)도 높아졌다.

올해 1~3분기 미국에서 현대차·기아는 전년대비 61% 증가한 21만3270대의 친환경차를 판매했다. 그중 67%는 하이브리드 모델이었으며, 전기차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적용이 배제된 ‘플릿(법인·렌터카·중고차 업체 대상 판매)’ 비중을 적극 늘렸다. 현재 미국에서 플릿 차량은 현지 생산 전기차가 아니더라도 정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두 번째로는 전체 판매에서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와 SUV의 비중이 높아진 덕분이다. 비싸고 큰 차를 팔면 원가가 높아지지만 제조사가 남길 수 있는 수익도 그만큼 많아진다. 현대차 3분기 글로벌 판매 비중을 보면 제네시스는 5.1%, SUV는 54.7%를 차지했다. 3분기 글로벌 시장에서 팔린 현대차 10대 중 6대는 제네시스 또는 SUV였다는 의미다. 기아도 3분기 전체 판매에서 RV(레저용차량) 비중이 70%에 육박했다.

마지막으로는 낮은 고정비와 유연한 생산 정책이 꼽힌다. 현대차·기아는 기존에 투자한 내연기관 생산 설비에 대한 감가상각이 거의 끝났다. 내연기관차는 생산만 하면 이익이 나는 구조에 접어들었단 의미다. 또 일부 내연기관 생산 라인에서는 전기차도 병행 생산한다. 이제는 시장의 수요에 따라 내연기관, 하이브리드, 전기차의 생산 포트폴리오를 유연하게 조절하면서 일정한 수익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서 본부장은 “해외 법인 임원 평가 지표에 과거엔 물량 목표만 주어졌다면 이제는 수익성 목표까지 함께 설정하고 있다”며 “의사 결정·평가 체계를 비롯한 현대차의 기업 체질이 물량 중심에서 수익성 중심으로 완전히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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