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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통해 세상을 봅니다. 안녕하세요, 맛있는 이야기 ‘미담(味談)’입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응급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이만 아부 샤말라(34)의 아들 메카. [AFP]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아이만, 내 배에서 메카를 꺼내 그녀를 돌봐줘.”

토요일이었다. 이날은 아들 샴(9)의 생일이기도 했다. 만삭의 아내 다린(28)은 가만히 쉬라는 만류에도 괜찮다며, 발코니에 쭈그려 앉아 빨래를 시작했다. 아들 샴도 엄마 옆에서 심심한 듯 화분의 풀만 꺾고 있었다.

며칠이나 먹지 못한 아내와 아들이 안쓰러웠다. 생일인데 뭐라도 먹이고 싶은 생각에 음식을 구해보려 집을 나서던 그때였다.

“쉬익, 콰과광”

공기를 찢는 날카로운 바람소리. 무엇인가 무너지는 굉음. 뒷통수로 전해지는 뜨거운 공기. 매캐한 화약내.

‘안돼…다린’

계단을 뛰어올라 문을 열었을 때, 내 눈에 들어온 풍경은 포격으로 먼지가 뒤덮인 거실과 무너져버린 발코니뿐이었다. 방금 전까지 발코니에 있던 다린과 아들이 보이지 않았다.

풀린 다리를 두 손으로 겨우 잡고 넘어지듯 뛰어내려왔다. 아내는 무너진 잔해 위에 누워 있었다. 찢겨진 얼굴은 피와 먼지로 범벅이 돼 있었다. 입고 있던 바지를 보고서야 겨우 다린임을 알아챘다.

아내를 부여잡고 절규했다. 작은 신음소리를 듣기 전까지 나는 다린이 죽은 줄 알았다. 다행이 다린은 살아있었다.

“다린! 내 목소리 들려?” 나는 황급히 아내에게 소리쳤다.

눈도 뜨지 못한 채 다린은 너덜거리는 입술을 떨며, 사그라질 듯 작은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아이만, 내 배에서 메카를 꺼내 그녀를 돌봐줘.”

그리고 다린의 숨결이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마지막 모든 생명력을 쏟아내듯, 다린은 그 말을 내뱉자마자 세상을 떠났다.

포격으로 파괴된 가자지구의 건물.

나는 다린의 시신을 업고 아부 유세프 알 나자르 병원으로 달려갔다. 의사에게 아기를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선생님 제발 저희 아기를 살려주세요. 제 아내의 마지막 소원이에요. 제발.”

의사는 곧바로 다린의 시신을 아랍에미리트 적신월사(Emirates Red Crescent) 병원으로 보냈다. 메카는 제왕절개 수술로 태어났다. 수술을 진행한 의사는 메카가 엄마로부터 산소를 공급받지 못해 뇌 손상으로 인한 영구적 장애를 안고 살아갈 수 있다고 했다.

불행하게도, 이 좌절스러운 진단보다 더 절망적인 현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른 아침 군인이 찾아와 아들 샴을 찾았다는 소식을 전했다. 파란 가방 안에 든 샴은 검붉게 타버린 모습으로 죽어있었다. 군인은 샴이 포격의 피해를 직접적으로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아이만 아부 샤말라(34)가 아들 메카를 바라보고 있다. [AFP]

“너마저 사라진다면. 나는..”

그날 밤 인큐베이터 안에 누워있는 메카의 얼굴을 바라보며 혼잣말을 되뇌었다.

물은 떨어져 갔고, 아이에게 먹일 분유도 없다. 아기는 인큐베이터 안에서 영양주사에 의존한 채 하루 하루를 연명하고 있다. 어제부터는 울음소리마저 내지 않는다. 코 끝에 손가락을 대보고 숨결을 느껴야 살아있음을 느낀다. 얼마 못 가 병원의 전기가 끊길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게 되면, 메카는 살 수 있을까. 절망감이 옥죄어 왔다.

고갈된 물·분유…’5만명’ 새 생명의 목숨이 위태롭다
가자지구 포격을 피하는 아이들. [AFP]

가자지구에 거주하고 있는 아이만 아부 샤말라(34)의 실제 사연이다.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 거주하고 있던 그는 지난 21일(현지시간) 포격으로 아내와 아들을 잃었다.

전쟁의 참상은 인간의 상상으로 만들어낸 그 어떤 지옥보다 참혹하다. 따뜻한 보살핌이 필요한 아기들마저 나락(奈落)의 길을 피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아기들의 생존을 위한 필수품인 물과 분유·우유가 고갈되고 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포위하면서, 국제적인 구호의 손길도 점차 사그라들고 있다.

유엔개발기구(UNDP)에 따르면, 임부와 신생아에게 필요한 물은 하루 최소 7.5L지만, 가자지구에서는 현재 하루 3L의 물만 제공되고 있다. 이 때문에 오염된 물에 분유를 타 먹여 콜레라·설사병 등으로 죽음의 위기에 처한 아기들이 늘어가고 있다.

가자지구에 거주하고 있는 사리다 후세인 사바는 “가자지구 전역에 물이 거의 고갈되면서 임부 또는 아기가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라며 “가자지구의 아이들을 위해 이스라엘이 인도주의적으로 물 공급을 복구해주기를 간절히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엔아동기금에 따르면 전쟁이 시작된 지난 7일부터 24일까지만 어린이 2360명이 사망했다. 지난 주에만 700명이 넘는 아이들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물과 분유의 지원이 없다면, 아이들의 사상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가자지구 내 임부를 약 5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들 중 약 5500명은 다음 달 출산을 앞두고 있다.

안타깝게도 구호는 점차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에 따르면 가자지구 내 유엔 구호기구들은 연료 비축분이 거의 소진됨에 따라 구호 활동을 크게 줄이기 시작했다. 구호기구들은 난민들에게 음식을 제공하는 빵집과 병원에 대한 지원을 줄였다.

“기금 모금에 동참해주세요”…포기하지 않는 한 희망은 남아있다
가자지구 구호품을 실은 세이브더칠드런 트럭. [세이브더칠드런[

비록 절망적인 상황이 이어진다고 하더라도 희망의 손길을 놓아선 안된다.

한국에서는 직접 구호물품을 보내기는 힘들다. 대신 세이브더칠드런·유니세프 등 민간 구호단체에 구호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간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자사 홈페이지와 네이버 해피빈을 통해 모금을 받고 있다.

현재 세이브더칠드런이 확보한 구호품에는 아기들을 위한 물과 식량이 포함돼 있다. 현재는 이집트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가 맞닿아 있는 라파에서 대기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유니세프 역시 기금 모금을 통해 구호품을 구입해 가자지구에 전달하고 있다. 20일 기준 100만달러(13억5000만원)의 모금액이 모였다.

유니세프는 이를 통해 1600명분의 의약품을 팔레스타인 보건부에 전달했으며, 가자지구 인근 서안지구(웨스트뱅크)에는 8만명이 3개월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의약품 키트와 5만명이 3개월간 사용할 수 있는 소모성 의료키트도 전달했다.

또, 80만명이 안전한 식수를 이용할 수 있도록 5만L의 연료 및 식수정화제를 전달했으며, 식수 4만4000병도 지원했다. 이밖에 취약가정 1057곳에 지원금 각 187달러(25만원)를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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