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명이 희생당한 이태원 참사 1주기를 맞아 서울 곳곳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행렬이 이어졌다. 유가족과 생존자뿐만 아니라 종교계와 정치권 등 각계각층과 시민들도 추모대회가 열린 서울광장과 이태원을 찾아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유가족들은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을 여야에 촉구하기도 했다.

29일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협의회)와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는 이날 오후 서울광장서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를 진행했다. 이들은 오후 2시께 참사가 발생한 서울 지하철 이태원역 앞에서 4대 종교(개신교·불교·원불교·천주교) 기도회를 진행하고 용산 대통령실과 서울역을 거쳐 서울광장까지 행진했다. 주최 측 추산 1만7000여명이 서울광장에 모였다. 경찰은 안전 등을 위해 25개 중대를 배치했다.

유가족들은 잃어버린 가족을 여전히 그리워했다. 희생자 김의진의 어머니 임현주씨는 편지를 통해 “오래 행복할 것이라고 믿었고 어떤 상황에서도 행복과 사랑을 지켜줄 것이라고 자신했던 엄마의 믿음이 한순간에 무너졌다”며 “159명의 빼앗긴 생명, 행복, 미래로도 부족해서 우리 남겨진 가족들은 모든 것을 빼앗겼다”고 말했다. 희생자 안민형의 누나 안하경씨는 “좀 더 잘해줄 걸 하는 후회들이 너무 많다”며 “평생 미안해하며 이 삶을 살아갈 것이다”고 눈물을 흘렸다.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도 이어졌다. 참사 생존자인 이주현씨는 “살아남은 나는 운이 좋아 살아남았는데 희생자는 운이 나빠 죽은 것인가”며 “여기 항상 서 있을 것이고 생존자로 남아있겠다. 다른 생존자들도 그 자리 그대로 있어 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종기 세월호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사랑하는 가족이 곁에 없다는 사실에 가슴이 무너지고 비통함을 금치 못한다. 차마 안녕하십니까, 힘내시라는 말조차 죄송스럽다”며 “지난 1년 동안 참사 희생자들은 너무나 힘든 시간을 겪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위로를 전했다. 2001년 11명이 사망한 아카시 불꽃축제 압사 사고 희생자의 유가족인 시모무라 세이지는 “우리가 겪었던 사고와 유사한 부분이 많아 가슴이 아팠다”며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의 교류를 통해 소중한 가족을 잃은 슬픔, 고통을 공유하게 돼 가족처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종교인들은 참사 희생자, 유가족, 생존자 등을 위로했다. 자캐오 신부는 “이 자리에는 희생자와 생존자, 구조자, 목격자, 사연이 있다”며 “우리는 이 자리에 함께 슬퍼하고 분노하고 이야기하러 왔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애도도 이어졌다. 이태원 골목에 조성된 추모 공간인 ‘기억과 안전의 길’에는 시민들이 적어 붙인 추모 메시지가 가득했다. 서울광장에 마련된 분향소에서도 줄을 서서 흰 국화를 헌화했다. 강원 원주시에서 추모하기 위해 온 김주현씨(54·여)는 “나의 딸과 비슷한 나이의 사람들이 좁은 골목서 갑작스레 희생된 것에 마음이 아파 추모하러 왔다”며 “왜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정치권에 이태원 참사 특별법의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조사위원회 설치 등을 골자로 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지만 아직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이날 행사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 용혜인 기본소득당 상임대표,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 등이 참여했다. 이정민 협의회 운영위원장은 “특별법은 이태원 참사의 원인과 재발 방지를 논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법안이다”며 “참사 앞에 여야가 없다. 특별법을 통해 제대로 된 참사의 원인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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