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조원상 현대자동차 일본법인장
조원상 현대차 일본법인장이 26일 일본 요코하마 CXC에서 한국자동차기자협회와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자동차기자협회

현대자동차가 일본 사회에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철수 12년만인 지난해 재진출을 선언한 이후 일본 소비자의 신뢰를 얻으려면 당장의 마켓쉐어(판매 점유율) 보다 마인드쉐어(소비자 인지도)가 더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랐다. 2년 연속 ‘세계의 차’에 선정 될 정도의 뛰어난 전기차 자신감을 바탕으로, 아직은 폐쇄적인 현지에 새로운 전기차(EV)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며 시장의 문을 노크 중이다. 그렇게 차를 산 고객에겐 강력한 ‘어슈어런스(보장)’ 제도와 애프터서비스로 책임져, 재구매까지 이어질 수 있을 정도의 만족감을 준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일본법인장은 고객에게 손 편지까지 써 가며 고객마음을 사로 잡으려 애쓰고 있다.

제품으로는 ‘프리미엄’ 이미지를, 서비스로는 ‘진심’을 전하는 이른바, ‘나지무(なじむ, : 친숙해지다·정들다·단골손님이 되다)’ 전략이다.

지난 26일 조원상 현대차 일본법인장은 일본 요코하마 CXC(고객경험센터)에서 한국자동차기자협회와 만나 “판매가 개시 된 이후부터 올해 8월까지 700여대 이상을 팔았다”며 “부족한 게 아니냐는 평가가 있지만 재진입이기 때문에 ‘마켓쉐어’ 보다는 ‘마인드 쉐어’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어떤 판단일까. 조 법인장은 “미국과 유럽, 중국에 주재 해봤지만 일본시장이 제일 까다로운 거 같다”며 “좁은 길·좁은 주차장·관세 장벽도 있지만 일본 소비자의 마인드가 보수적”이라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섣불리 ‘진출 3~4년만에 1만대를 팔겠다’라거나 ‘마켓쉐어 5%를 하겠다’는 선언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게 현대차가 일본 시장을 대하는 자세다.

조 법인장은 “현지 고객들이 이름만 들어도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진정 현대차가 일본에서 한국을 대표해 얻을 수 있는 가치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미지 포지셔닝’을 큰 축으로 봤다”고 전했다. 그는 “판매량이 작아도 고객 만족도가 높고, 재구매 의향이 생기게 하는 신뢰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따르면 일본시장은 일찌감치 성숙기에 이르렀고 경차가 40%, 수입차는 5.4% 밖에 안되는 상당히 폐쇄적인 시장이다.

공략 포인트는 전기차로 만드는 ‘프리미엄 이미지’다. 일단 전기차 경쟁력에는 자신 있다는 입장이다. 조 법인장은 “현대차가 전기차로 2년 연속 ‘세계 올해의 차’를 차지한 브랜드 아니냐. 전용 전기차 뿐 아니라 파생 전기차, 고성능 N브랜드 라인업을 토대로 ‘할로 이펙트(후광 효과)’를 낼 있게 전략적 포지션을 유지 중”이라고 했다. 후광효과를 바탕으로 향후 소형·세단·CUV까지 다양한 라인업으로 발을 넓혀 가겠다는 전략이다. 당장 코나 EV는 11월부터 현지 판매를 시작한다.

지난해 아이오닉5는 현지에 출시하자마자 ‘일본 올해의 차(J-COTY)’ 타이틀을 아시아 브랜드 최초로 얻었다. 독일 브랜드 외에는 처음 있는 일이고, 진입 첫 해에 얻은 성과로는 전무후무하다.

공간
1현대자동차 요코하마 CXC(고객경험센터)내 신차 납차(출고) 공간. /한국자동차기자협회

고객 마음을 얻는 일은 긴 시간이 걸린다. 현대차는 마인드쉐어 측면에서 과거 미국서 추진했던 강력한 ‘어슈어런스’ 프로그램을 론칭했다. 3년에 한번씩 하는 차량 점검 비용이 아이오닉5의 경우 150만~200만원 정도 드는데, 그 비용을 현대차에서 내주고 있다. 차 운전하다 발생하는 범퍼·사이드미러 등의 스크래치도 10만엔까지는 보장해 준다.

이 정도면 단순히 자동차를 파는 게 아니라 EV 라이프에 들어오라는 ‘초청 인사’라는 게 조 법인장 설명이다. 아직 EV 시장에 대한 경계감이 있는 일본 소비자들한테 전기차 특유의 압도적 토크와 정숙성, 회생제동을 통한 원패달 드라이브 경험을 보여주겠다는 식이다. 올해 5월엔 브랜드 데이도 열었다.

이날 방문한 현대차 요코하마 CXC는 이같은 현대차 전략을 제대로 보여주는 거점이다. 약 740㎡ 넓이에 차량 인도·수리·세차·충전 등 모든 것을 원스톱으로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급속·완속 총 9대가 설치돼 있고 내부는 편백나무를 재활용한 자재를 썼다. 차량 인도 공간은 요코하마 CXC의 자랑으로, 회전판 위 차량을 올려놓고 프리젠테이션을 받으며 지켜볼 수 있게 했다. 이 공간에서 차를 받고자 먼 거리에 사는 고객들도 직접 달려오는 경우도 많다는 설명이다. 일본 현지 첫 지점으로, 두 번째 CXC는 관서 지역이 될 전망이다. 현재 고객군을 보며 여러 곳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가 얼마나 진정성 있게 다가가고 있는 지 보여주는 일화가 있다. 조 법인장은 “최근 일이다. 일본은 아날로그 감성이라, 70대 고객이 손편지를 보내왔다.현대차 전기차를 온라인으로 사는 데 걱정이 많았지만, CXC를 찾아 직원과 함께 해보니 정말 쉬웠고 새로운 세상을 알게 돼 활력이 됐다는 감사 인사였다”면서 “그 분께 너무 고마워 두 페이지의 손 편지를 썼고 새롭게 시작한 사업의 의미를 새기게 됐다. 굉장히 뭉클했던 기억”이라고 전했다.

일본의 70대 고객이 평생 첫 현대차에 전기차, 그것도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일련의 경험에 도전 한 건 현지에 스며들고자 하는 현대차 노력의 성과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로 해석된다.

6. 현대자동차 요코하마 CXC(고객경험센터) 차량전시장
현대자동차 요코하마 CXC 차량전시장. /한국자동차기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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