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최용재 기자]최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들에게 화제가 된 ‘사진’이 한 장 있다.

올 시즌 맨유는 최악의 상황에 놓여 있다. 제이든 산초 항명 사태를 포함해 각종 논란이 일어났고, 성적은 곤두박질쳤다. 현재 EPL 8위. 에릭 텐 하흐 감독의 지도력에도 강한 물음표가 붙었다. 누군가 이렇게 물었다. “지금 맨유를 대표하는 스타 선수 1명 이름을 대보라”고. 아무도 이름을 말하지 못했다. 

사람은 어려울 때 과거를 돌아본다. 찬란했던 시절, 아름다웠던 추억을 되새기며 다시 힘을 내곤 한다. 지금 맨유 팬들이 그렇다. 힘들고 지친 그들이 다시 꺼낸 사진은 2007-08시즌을 앞두고 맨유가 유니폼을 공개한 사진이다.

이 사진이 특히 특별한 이유가 있다. 맨유의 ‘에이스’로 군림하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등장하는데, 그의 맨유 마지막 키트 출시 사진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맨유 팬들은 호날두가 포함된 이 사진을 보고 추억에 잠겼다. 세계 축구를 호령하던 최강 맨유 멤버들이 고스란히 사진 속에 위치해 있다.

이 멤버는 2007-08시즌 EPL 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EL) 정상에도 섰다. 맨유의 마지막 UCL 우승 멤버다.

호날두가 보이고, 웨인 루니, 폴 스콜스, 라이언 긱스, 리오 퍼디낸드, 게리 네빌, 네마냐 비디치, 마이클 캐릭, 에드윈 반 데 사르, 파트리스 에브라 등 맨유의 전설 공격수, 전설 미드필더, 전설 수비수, 전설 골키퍼까지, 그들의 당당한 얼굴이 빛난다. 가장 위에는 위대한 ‘명장’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모습도 있다.

그리고 호날두의 바로 오른쪽 옆에 있는 선수는 누구인가? 한국 축구팬이라면 가슴이 웅장해질 수밖에 없는 그 이름, 박지성이다.

2005년 맨유로 이적해 한국인 최초로 EPL에 입성한 해버지, 그 박지성이다. 지금 젊은 팬들은 손흥민에 열광하고, 토트넘에 환호하면서 밤잠을 설치고 있다. 그런데, 라떼는 말이야. 해외축구는 박지성과 맨유로 통했다. 다른 팀은 큰 의미가 없었다. 

‘주관적인 느낌’을 조금 더하자면, 그때 박지성과 맨유에 대한 관심은 역대 최고였다. 한 국가의 축구팬들이 이토록 한 팀과 한 선수를 향해 열정적인 지지와 목소리를 보낸 건, 과거에도 없었고, 현재에도 없고, 미래에도 없을 것이다. 광적이었다. 맨유는 ‘제2의 국가대표팀’이었고, 해버지는 한국 축구의 자긍심이었다.

최초의 프리미어리거, 그리고 EPL ‘절대 명가’ 소속이라는 시너지 효과는 상상을 초월했다. 지금이야 많은 한국 선수들이 EPL로 입성하지만, 최초는 항상 고귀하다. 첫 발걸음은 항상 위대하다. 박지성의 발길이 있어 후배들도 EPL로 갈 수 있었던 것이다. 

또 지금 맨유야 동네북 신세지만, 당시 맨유는 EPL 최강의 팀, 유럽 최강의 팀, 세계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팀으로 군림했다. 세계 최고의 초호화 멤버 속에서 박지성이 자신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고, 그의 활약은 축구팬들의 아침 출근길 컨디션과 기분을 결정할 정도였다. 라떼는 그랬다. 

[최용재의 매일밤 12시]는 깊은 밤, 잠 못 이루는 축구 팬들을 위해 준비한 잔잔한 칼럼입니다. 머리 아프고, 복잡하고, 진지한 내용은 없습니다. 가볍거나, 웃기거나, 감동적이거나, 때로는 정말 아무 의미 없는 잡담까지, 자기 전 편안하게 시간 때울 수 있는 축구 이야기입니다. 매일밤 12시에 찾아갑니다.

[2007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유니폼 공개 사진, 박지성.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많이 본 뉴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
0
+1
0
+1
0
+1
0
+1
0

댓글을 남겨주세요.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