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기자동차 시장에 적신호가 켜졌다. 올해 들어 전 세계 주요 전기차 시장 성장률이 둔화되기는 했지만 한국 전기차 시장만 유독 심각한 침체에 빠졌기 때문이다. 주요 국가 중에 유일하게 판매량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수 판매 부진이 장기화하면 자동차 산업 전체에 미치는 악영향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향후 전 세계가 ‘전기차 전환’을 예고한 상황에서 내수 부진이 계속되면 글로벌 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29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1~9월 국내 전기차 누적 판매 대수는 전년 동기 대비 1.9% 감소한 11만7611대를 기록했다. 2019년 이래 3분기 누적 전기차 판매량이 전년 동기보다 감소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같은 기간 하이브리드차는 41.5%, 가솔린차는 9.3% 판매가 늘었다. 전체 자동차 판매량도 6.5% 늘어난 가운데 전기차만 주춤했다.

한국 전기차 판매량 감소는 이례적이다. 글로벌 주요 자동차 시장에서는 전기차 성장률이 지난해 세 자릿수에서 올해 두 자릿수로 둔화했지만 판매량이 줄지는 않았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1~8월 유럽 전기차 판매량은 53.6% 늘어난 128만4920대를 기록했다. 지난 8월에는 사상 처음으로 순수전기차(BEV) 신차 비중이 20%를 넘어서기도 했다. 미국은 전년 동기보다 53.7% 증가한 105만7000대를 기록했다. 2021년(69%) 대비 성장률이 15%포인트 하락하긴 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시장에서는 전년 대비 60.2% 증가한 414만대가 팔렸다. 중국 시장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약 353만5000대로 전년 대비 43.8% 증가했다. 유일하게 우리나라 전기차 판매량만 역성장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국내에서 판매되는 전기차 가격이 비쌀 뿐만 아니라 충전 인프라 부족, 정부 보조금 축소 등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최근 들어 완성차 업체들은 앞다퉈 전기차 할인 공세를 펼치고 있고 정부가 올해 한시적으로 일부 전기차 모델에 대해 할인 혜택을 제공하지만 효과가 미미하다는 평가다. 할인 혜택 대비 차량 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내수 시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즉 우리나라 전기차가 안방에서 자리를 제대로 못 잡으면 수출에까지 악영향을 끼쳐 여러 가지 부작용이 예상된다. 내수 시장이 흔들리면 생산 능력이 감소하고 이로 인한 생산 라인 효율성 저하로 인해 생산 비용이 상승하거나 납품 일정이 지연될 수 있다. 이는 곧 수출 제품 가격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게 된다. 게다가 내수 판매 저하로 인해 기업 브랜드 이미지가 실추되면 글로벌 시장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 판매가 감소한 가장 큰 원인은 비싼 가격인데 내년부터 보조금을 다시 줄이면 판매량이 더 감소할 수 있다”며 “전반적으로 보조금·인센티브 정책 등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전기차 충전 모습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전기차 충전 모습.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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