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진입을 앞두고 국경 인근에 이스라엘군 탱크와 불도저가 모여있다. [AP]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이스라엘이 팔레스트인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전쟁 2단계’를 선언하며 가자지구 내 지상작전을 본격화하고 있다. 가자지구 북부지역 일부를 장악한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대원들과 교전을 벌이고, 전투기를 동원해 수백여개의 목표물을 공격하는 등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스라엘은 지난 27일(현지시간)부터 사흘째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지상작전을 확대하고 있다.

29일 이스라엘군 대변인 다니엘 히가리 소장은 브리핑에서 “우리는 가자지구에서 지상 활동과 병력 범위를 점차 확대해나가고 있다”면서 “우리는 병력의 안전을 보장하고 전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공중, 해상, 육상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남부로의 대피를 촉구하며 “오늘 우리는 이것이 매우 긴급한 요구임을 강조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 대한 대규모 지상작전을 앞두고 사실상 최후통첩을 보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전날 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기자회견을 열고 가자지구에서 시작한 지상 군사작전으로 전쟁이 두 번째 단계에 들어섰음을 공식화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길고 어려운 전쟁이 될 것”이라며 “하마스의 통치와 군사력을 파괴하고 인질들을 집으로 데려오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29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의 폭격을 당한 가자지구 건물들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AP]

이날도 이스라엘군은 지상전과 공중전을 막론한 공세를 이어갔다. 현지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남부 국경 인근 가자지구의 한 터널 입구에서 하마스 대원들과 교전을 벌였다. 이스라엘군은 이 과정에서 하마스 병력 다수가 사살됐다고 주장했다.

또한 로이터 통신은 이날 이스라엘군 전투기가 가자지구의 하마스 소속 450여개 군사 목표물을 타격했다고 전했다.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이날까지 팔레스타인인 누적사망자는 미성년자 3324명을 포함해 8005명이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지상전이 본격화하자 하마스를 지원하는 이란은 이스라엘이 “레드라인을 넘었다”면서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내놨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X(옛 트위터)를 통해 “이것(지상전 개시)이 모두를 행동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경고하면서 “미국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하면서 그들은 이스라엘에 전방위적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같은 날 조 바이든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와의 통화에서 민간인 보호 등 국제법 준수 의무를 강조하면서도, ‘테러’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할 권리와 책임이 전적으로 이스라엘에 있다며 반격권을 인정했다.

29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진입을 위해 국경 인근에 집결한 이스라엘군의 모습 [AFP]

한편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지상전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 노출을 제한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대규모 공세 대신 소규모 부대를 앞세운 단계적 침투를 바탕으로 초기 지상작전을 전개하고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지하에 숨어있는 하마스 대원들을 지상으로 노출시킴과 동시에 대규모 진군에 앞서 폭발물 등의 장애물을 효과적으로 식별·제거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에 대한 지상군 투입 규모와 진군 현황 등 ‘2단계 전쟁’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고, 이날 이스라엘군이 공개한 정보 역시 가자지구를 행진하는 군인들과 탱크 일부를 담은 짧은 영상에 그쳤다.

이와 관련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위성이미지를 통해 이스라엘군이 29일 기준 가자지구 북쪽 국경의 약 3km 지점까지 침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가자지구로 진입한 이스라엘군이 북부 지역 일부를 점거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요엘 구잔스키 국가안보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조금씩 (가자지구로) 침투함으로써 하마스 대원들을 도발해 노출시킴으로써 더 큰 공격을 준비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NYT) 역시 전직 미 국방부 관리들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소규모 정찰 부대를 앞세워 가가지구 내에서 단계적 작전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믹 멀로이 전 미 국방부 중동담당 부차관보는 “(하마스의) 약점과 틈이 발견되면 즉시 주요 공격 부대가 투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레데릭 B. 호지스 전 유럽 주둔 미군 최고사령관은 “이스라엘이 사상자나 부수적인 피해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 같은 방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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