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현지시간) 독일 도르트문트에서 열린 팔레스타인 지지 집회에서 참가자가 가자지구를 구하라는 피켓을 들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지상작전을 개시하고 가자지구 내 인도적 위기 상황이 이어지자 유엔이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다시금 이스라엘과 하마스에 즉각적인 휴전과 인질 석방을 호소했고 사우디아라비아와 프랑스도 충돌 수위를 낮추기 위해 외교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29일(현지시간) CNN 등 보도에 따르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30일 긴급회의를 열고 팔레스타인 문제를 포함한 중동 상황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날 회의에선 가자지구 유엔 구호품 창고에 가자지구 주민들이 몰려들어 구호품을 탈취하는 등 인도주의적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유엔 측 보고와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앞서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는 이날 성명을 내고 “수천 명의 가자지구 주민들이 구호품 창고와 물품 배분 센터에 난입해 밀가루를 포함해 생존에 필요한 물품들을 가져가고 있다”고 밝혔다.

가자지구에는 이날 총 47대의 구호물자를 실은 트럭이 진입해 지난 21일 구호 물자 반입 이후 가장 많은 구호 물자가 반입됐다. 그러나 개전 이전 매일 500대 분량의 물자가 반입된 것과 비교하면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유엔은 우선 양측의 즉각적인 휴전을 통해 인도주의 위기를 해소할 대대적인 지원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앞서 유엔 회원국들은 27일 긴급 총회를 열고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주의적 접근을 위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한 바 있다.

이 결의안에는 120국이 찬성표를 던졌지만 미국 등 14개국은 하마스의 테러 행위를 규탄하는 내용 등이 포함되지 않았다며 반대표를 행사했고, 한국 등 23개국은 기권했다.

네팔을 방문 중인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푸슈파 카말 다할 네팔 총리와의 공동 회견에서 “가자지구의 상황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절박해지고 있다”며 “전 세계는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는 인도주의적 재앙을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먼저 하마스를 향해 “끔찍한 공격에 대해 다시 한번 강력히 규탄한다. 민간인을 살해하고 다치게 하고 납치한 행위는 무엇으로도 정당화할 수 없다”며 즉각적이고 조건 없는 인질 석방을 요구했다.

이스라엘을 향해서도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는 인도주의적 휴전 대신 군사작전을 강화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국제사회도 양측의 충돌 수위를 낮추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 “이스라엘이 테러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할 모든 권리와 책임이 있다”면서도 “이는 민간인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는 국제 인도법을 준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가자지구 주민의 인도주의적 위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지원을 대폭 늘릴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칼리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국방장관은 30일 미국을 방문해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을 만날 예정이다.

칼리드 장관은 사우디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동생으로 2017~2019년 주미대사를 역임한 바 있다. 사우디가 수니파 이슬람 종주국인 만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지상작전 중단을 미국 측에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세바스티앙 르코르뉘 프랑스 국방장관 역시 다음달 1일 레바논을 방문해 나집 미카티 총리 등 레바논 정부 관계자를 만나고 유엔 평화유지군 기지를 방문할 예정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주일 삼종기도에서 “가자지구에서 인도주의적 지원을 보장할 공간을 반드시 남겨둬야 하며 인질들은 즉시 석방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 “전쟁은 언제나 패배만 남긴다”면서 양측의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했다.

한편,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지상작전이 전개되면서 유럽과 아랍국가를 중심으로 반 이스라엘 집회가 확산되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지난 28일 이스탄불에서 팔레스타인과 튀르키예 국기를 흔드는 대규모 행사를 열고 “하마스는 테러 조직이 아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좌파 셩향의 유대계 미국인 단체인 ‘평화를 위한 유대인의 목소리’는 뉴욕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을 점거하고 휴전과 팔레스타인 주민 보호를 요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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