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오소영 기자]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상무부는 최근 2년 연속 한국을 찾았다. 삼성의 북미 가전 공장 기지로 알려진 사우스캐롤라이나지만 방문 이유가 삼성에만 있진 않다. 완성차부터 폐배터리 재활용까지 전기차 분야의 투자를 싹쓸이하고 있는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없는 딱 하나. ‘배터리 강국’ 한국 기업의 투자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한국 방문의 선봉장에 선 이는 해리 라잇시(Harry M. Lightsey III) 상무부 장관이다. 그는 프린스턴 대학에서 동아시아 문화를 공부했다. 한국에 오면 비빔밥과 치맥(치킨과 맥주)을 즐길 정도로 ‘K푸드’도 좋아한다.

아시아 문화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함께 GM, AT&T 등 글로벌 기업에서 일한 경험을 토대로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전기차 배터리 투자 유치를 이끌고 있다. 지난 20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난 라잇시 장관은 사우스캐롤라이나주를 홍보하며 열변을 토했다.

◇’정부-대학-기업’ 전기차 배터리 특화 인재 양성에 ‘한뜻’ 

라잇시 장관은 “인센티브 측면에서 다른 주에 뒤지지 않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우스캐롤라이나는 기업의 투자에 따른 보조금에 더해 △원재료와 장비 관련 판매세 면제 △재산세 면제 △법인세 우대 혜택을 제공한다.

사우스캐롤라이나가 내세우는 경쟁력은 비단 인센티브만 아니다. 라잇시 장관은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진출한 회사와 오랜 기간 좋은 파트너십을 맺은 역사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 비결 중 하나는 인재 양성 지원이다.

사우스캐롤라이나는 기업에 특화된 인재를 길러내는 ‘레드SC’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라잇시 장관은 “가령 배터리 회사가 투자를 원한다면 사우스캐롤라이나주는 훈련 강사를 그들의 공장에 보내 어떤 기술이 필요한지 보도록 한다”라며 “이후 돌아와 필요한 기술을 가르칠 프로그램을 개발한다”라고 설명했다.

미국 항공기 제조사 보잉은 레디SC 수혜를 입은 대표 기업이다. 보잉은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진출한 첫 항공우주 기업이었다. 인력이 전무했던 만큼 사우스캐롤라이나가 지원에 나섰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라잇시 장관은 “사우스캐롤라이나 공장은 전 세계 보잉 생산시설 중 가장 생산성이 높다”며 “이제 다른 공장에서 방문해 우리 사례를 모방하려 한다”고 말했다.

대학도 인력 양성과 교육에 적극적이다. 클럼슨 대학은 미국에서 유일한 자동차 공학 대학원인 ‘CU-ICAR(International Center for Automotive Research, 이하 ICAR)’을 뒀다. ICAR에서 배터리 화학을 비롯해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지난 2월 학부생을 대상으로 한 엔지니어링 프로그램도 시작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은 40여 개의 다양한 엔지니어링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라잇시 장관은 “클램슨 대학은 연간 2000명의 엔지니어를 배출한다”며 “사우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은 1000여 명, 다른 대학은 800여 명”이라고 부연했다. 

작년 10월 설립된 ‘파워SC(Power SC)’도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자랑거리다. 파워SC는 전기차 기업 유치를 최우선으로 삼고 이를 지원할 총괄 프로그램을 개발하라는 헨리 맥마스터 주지사의 행정 명령에 따라 만들어졌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는 실무 그룹을 꾸리고 웹사이트(파워SC EV)를 개설했다.

라잇시 장관은 파워SC의 주요 역할로 규제 완화와 신속한 인허가를 꼽았다. 전력망을 설치할 때 환경 영향 평가 절차를 빠르게 완료해 기업이 적기에 전력을 수급할 수 있도록 한 사례를 성과로 들었다. 

◇”배터리 생애주기 모든 단계 기업 있어…韓 유치 희망”

연방 차원의 전기차 공급망 확보 의지는 사우스캐롤라이나에 호재다. 미국은 지난해 배터리 부품을 북미에서, 광물을 미국 또는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서 조달하도록 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발효했다. 최근 테크 허브 31곳도 지정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컨소시엄 ‘SC 넥서스(SC Nexus)’가 명단에 포함됐다. 배터리를 포함해 청정에너지 산업 육성에 필요한 지원금을 연방 정부로부터 받게 됐다. 

여러 호재를 맞으며 사우스캐롤라이나에 대한 관심은 어느 때보다 뜨겁다. 사우스캐롤라이나는 △엔비전 AESC의 배터리 공장 △앨버말의 리튬 정제소 △레드우드 머티리얼즈의 폐배터리 재활용 공장 등을 유치했다. 특히 35억 달러(약 4조7300억원)의 투자를 약속한 레드우드 머티리얼즈는 지난해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열린 EV 서밋에도 참가하며 현지 투자에 높은 애정을 드러냈다. 라잇시 장관은 “우리 주는 전기차 생애주기 전 단계의 기업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 공장을 보유한 BMW는 2년 안에, 볼보는 올해부터 전기차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폭스바겐이 소유한 스카우트는 사우스캐롤라이나 신공장에서 2026년부터 전기차 생산을 추진한다. 프로테라는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전기 버스, 오시코시 디펜스는 우편배달용 전기차를 양산한다.

라잇시 장관은 “OEM이 전기차로 전환하며 공급사도 EV에 진출하고 있다”며 “500곳 중 440곳 이상의 회사가 전기차 부품을 공급하도록 생산라인 전환 계획을 발표했다”고 말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는 한국 기업을 끌어들여 전기차 공급망을 더욱 강화한다는 포부다. 라잇시 장관은 최근 2박 3일 동안 한국에 머물려 쉴 틈 없이 기업들과 미팅을 가졌다. 그는 “한국 기업들은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글로벌 리더”라며 “한국을 두 번째 찾은 이유도 한국 기업을 만나고 (사우스캐롤라이나가) 그들에게 열려있다는 것을 알리려는 데 있다”고 투자 유치 의지를 내비쳤다.

라잇시 장관은 현지에 진출한 삼성전자, 기린정밀공업 등과도 회동했다. 그는 삼성과의 만남에 대해 자세한 언급을 피하면서도 “우리는 삼성과의 관계를 매우 소중히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2018년 뉴베리 카운티에 3억8000만 달러(약 5100억원)를 투자해 북미 첫 가전 공장을 준공했다. 연간 100만 대의 세탁기 생산능력을 확보했다. 현재까지 5억 달러(약 6700억원)를 투입하고 1500개가 넘는 지역 일자리를 창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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