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사이 여당과 야당은 ‘통합’을 외치기 바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3일 “체포동의안 처리 과정의 일로 더는 왈가왈부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자신이 외치는 “통합의 실천”인 것처럼 보인다.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국민의힘이 얼마 전에 출범한 혁신위원회의 인요한 위원장의 첫 마디 역시 ‘통합’이었다.

양당의 이런 모습은 역으로, 그동안 분열의 골이 얼마나 깊었는지를 알 수 있게 한다.

그런데 양당의 분열은 이런 외침에 응답하지 않고 있다. 우선 민주당의 경우 지명직 최고위원에 박정현 전 대덕구청장을 임명한 것을 두고 비명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박 신임 최고위원이 친명이기 때문이란다. 이재명 대표는 “그분이 친명이냐?”고 반문했지만 비명계는 박 최고위원이 친명이라면서 최고위원 임명이 일종의 비명계에 대한 ‘자객 공천’의 일환으로 보는 모양이다.

국민의힘 혁신위의 1호 안건은 ‘당내 대사면’이었다. 이준석 전 대표를 비롯해 홍준표 대구시장 그리고 김재원 최고위원 등에 대한 대사면을 당 지도부에 건의하겠다는 것이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언급한 ‘통합’을 위한 첫걸음인 모양이다.

김기현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도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정작 ‘대사면’ 대상자들은 오히려 이런 대사면을 반대하고 나섰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27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면은 바라지 않는다. 장난도 아니고 그런 짓은 하지 마라’라고 언급했고, 이준석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당권을 장악하기 위해 있었던 무리한 일들을 공개적으로 지적하고 반성하도록 하는 게 혁신위의 일이지, 우격다짐으로 아량이라도 베풀듯이 이런 식의 접근을 하는 것은 사태를 악화시킨다’고 언급했다. 혁신위를 머쓱하게 만드는 언급들이다.

이는 양당 모두 통합이 쉽지 않은 상황임을 보여준다. 양당이 이렇듯 통합을 외치는 이유는 진짜 통합을 간절히 바라기 때문일 수 있다. 총선에서 분열된 모습을 보이는 것은 곧 자멸의 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짜 속내는 따로 있을 수 있다. 즉 분열의 골이 깊어질수록 자신들의 표를 갉아먹는 신당 출현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이런 리스크를 최대한으로 줄여보기 위함일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경우 비명계들이 자신들의 공천 가능성에 회의적일 경우 모종의 결단을 내릴 수도 있다. 이재명 대표는 통합을 외치지만 ‘당원 50%, 여론조사 50%’로 공천을 확정하는 현재의 시스템으로 보아 비명계는 공천받을 확률이 희박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권리당원 상당수가 강성 친명 지지자들이기 때문에 당 대표가 통합을 말하더라도 강성 친명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면 공천받을 확률이 매우 작아진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공천 경선에 참여해서 낙천할 경우 그때는 탈당할 수도 없고 그냥 앉아서 당하는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분위기 돌아가는 것을 봐서 조기에 탈당할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경우보다 좀 더 ‘솔직’하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지난 19일 “12월까지는 제가 그(신당 창당) 결심을 끝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고, 이준석 전 대표는 25일 “신당 가능성은 당연히 배제하지 않고 간다”고 언급했다.

양당의 신당 출현 가능성을 비교하면 국민의힘이 민주당보다 커 보이게 하는 부분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오히려 반대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이렇다. 우선 민주당의 비명계의 숫자가 국민의힘 비윤 혹은 반윤의 숫자보다는 많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더구나 비명계의 다수는 의원들이다. 신당을 만드는 데 있어, 그리고 신당의 이름으로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함께하는 의원 수가 중요하다. 신당 창당에 참여하는 의원 수가 20명을 넘을 경우 상당액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고 동시에 그 세력을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민의힘에선 비윤 혹은 반윤에 속하는 인물이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새로운 살림을 차린다고 하더라도 주목도나 금전적 측면에서 난관에 봉착할 가능성이 크다.

또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체제가 현재는 매우 견고하다고 하더라도 주류는 언젠가는 바뀔 수 있고 비명 의원 대다수는 친노·친문이기 때문에 신당을 만들어도 민주당의 적통임을 주장할 수도 있다. 호남에서 상당한 세력을 확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경우 소수의 비윤이 신당을 만들 경우 정통 보수세력이라고 인정받기는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국민의힘에 돌아갈 표를 잠식해 총선 패배를 촉발했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비윤들이 신당을 만들 경우 보수세력은 이들에게 등을 돌릴 가능성이 매우 크다. 실제로 보수 신당이 성공한 사례는 거의 없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총선 때가 되면 신당들이 우후죽순처럼 등장하지만 성공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이번에는 예외가 될 수 있을지가 이번 총선에서의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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