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전경_2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전경. /한화오션

국내 조선업이 ‘슈퍼 사이클(초호황기)’에 접어들며 한화오션도 3년 간의 적자를 마침표 찍고, 인수 첫 분기 만에 흑자로 전환하는 등 활기를 되찾고 있다. 특히 지난 26일 방문한 한화오션의 거제사업장은 이른 아침부터 자전거와 오토바이를 타고 출근하는 임직원들 얼굴에서 일자리가 안정됐다는 행복감을 엿볼 수 있었다.

한화오션의 거제사업장 입구에 들어서자 여의도 크기의 1.5배에 달하는 490만㎡(약 150만평) 부지에 700여개가 넘는 크레인이 웅장한 분위기를 풍겼다. 아울러 크게 쓰여진 ‘안전을 두고 그 무엇과도 타협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과거부터 조선업은 철판가공과 조립, 탑재, 도장 등 노동집약적인 노무 중심 산업으로 ‘고위험군’에 분류돼 안전에 대한 높은 인식을 엿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한화오션은 최근 자동화 기반의 ‘스마트 야드’ 구축 계획을 밝히며 이미지 개선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 2조원 중 3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로봇 및 자동화로 생산성을 높이고, 스마트팩토리와 물류자동화를 시행한다. 이를 통해 조선소 전체를 빅데이터 기반의 거대한 스마트 야드로 전환한다는 구상이다.

◇40대 여성도 로봇 용접…기술 ‘진입장벽’ 낮춰 효율성 높인다

국내 조선업계는 숙련된 용접 기능인력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선박 제조 현장에 로봇 도입을 늘리고 있다. 용접 작업을 자동화해 인력난 해소는 물론 생산성 향상과 안전사고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조선업은 매 수주마다 필요한 작업과 공정 설계가 다르고, 제작 현장이 넓다는 단점 때문에 주로 사람이 들고 쓸 수 있을 정도로 가벼운 중·소형 로봇을 도입하고 있다.

특히 한화오션은 조선업계 최초로 밀폐구역용 용접로봇을 개발해 조선소에서 사용하고 있다. 이날 방문한 용접기술 연구소에서는 세계 최초로 레일 없이 한 번에 용접이 가능한 ‘무레일 자동용접장치(EGW)’ 시연을 볼 수 있었다. 해당 기계는 무게가 17kg에 불과해 기존 장치보다 작업 시간을 평균 3.5시간 줄이고, 선박 제작 원가 절감에 큰 역할을 맡는다.

무레일 EGW 용접 장치 (1)
한화오션의 용접자가 무레일 EGW 용접 장치를 시연하고 있다. /한화오션

홍태민 한화오션 생산혁신연구센터 용접기술연구팀 연구위원은 “가벼운 무게 탓에 조선소 내 무레일 EGW 용접사 6명 중 3명이 30~40대의 여성”이라며 “무레일 EGW를 활용해 용접 난이도가 낮아짐과 동시에 ‘그라인딩 작업’을 생략할 수 있을 정도로, 품질도 높아 향후 국내외 조선·해양 업체와 판매 계약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원형 강관 500~2000mm까지 용접이 가능한 ‘오비탈 GTAW’ 용접장치와 레이저 용접 로봇도 소개했다. 두 로봇 모두 고난도 용접 기술이 필요하지만, 작업자가 버튼을 한 번 누르자 단 5초 만에 용접을 끝내 근골격계 질환을 예방하고 용접 품질 균일화에 큰 효과를 거두는 데 성공했다고 한화오션은 설명했다.

오비탈 GTAW 용접장치
한화오션의 오비탈 GTAW 용접장치. /한화오션

◇15개월 만에 ‘초대형 원유운반선’ 인도…스마트 야드로 ‘혁신’

지난해 8월 강재절단식을 시작해 이번주 인도를 앞둔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내부에도 진입해 봤다. 싱가포르 선사 AET에 수주된 VLCC ‘이글 벤투라호’는 원유 탱크를 15개 보유해 총 30만톤의 원유를 한 번에 이동시킬 수 있다. 이는 부산 시민 330만명을 모두 태울 수 있는 무게다. 기존 화석 연료가 아닌 액화천연가스(LNG)를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해당 선박의 높이는 47m로, 아파트 15층 정도의 웅장한 크기를 자랑했다. 실제로 선박에 탑승하기 위해 한화오션이 안벽에 설치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데 약 10초가량이 소요됐다. 선박의 데크에 올라서자 300m가 넘는 광활한 공간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특히 초록색으로 칠해진 거대한 LNG 연료 탱크 2개가 데크 중심에 자리잡고 있었다.

아울러 데크에서 5층가량을 올라 조타실로 향했다. 좁은 문으로 들어서자 넓은 공간이 펼쳐졌다. 이곳에는 선박 운행에 필요한 계기판과 레이더 분석 기계 등 복잡한 기계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특히 조타실에는 선장이 조작할 수 있는 거대한 핸들과 경적을 울릴 수 있는 ‘혼(horn)’ 손잡이가 인상 깊었다. 혼을 당기자 반경 1km까지 들릴 수 있는 웅장한 소리가 뿜어져 나왔다.

이중연료추진 VLCC_2
10월 30일 인도를 앞둔 한화오션의 ‘인도이중연료추진 VLCC’. /한화오션

박명세 한화오션 선박CM팀 책임은 “이글 벤투라호는 한화오션이 11번째 생산하는 VLCC로, LNG 연료를 가득 채울 시 한 달 동안 운행이 가능하다”며 “매년 선박 가격에 변동이 있지만, 평균적인 가격은 1억 달러(약 1400억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오션이 거대한 VLCC를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던 배경에는 지난 2021년 조선업계 최초로 데이터와 로봇 기반의 디지털 및 자동화 방식을 적용한 ‘스마트 야드’ 시스템이 꼽힌다. 생산 공정 정보 현황 등을 드론과 사물인터넷(IoT) 센서 등으로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 생산관리센터’와 시운전 중인 선박을 분석할 수 있는 ‘스마트 시운전센터’로 구성돼 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과거에는 시운전 중 선박에 문제가 발생할 시 기술 인력이 직접 파견을 나가야 했지만, 지금은 육지에서 원격으로 문제점을 진단하고 실시간으로 해결책을 제공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전체 시운전 기간을 단축, 원가 절감과 생산성 향상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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