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중진 험지 출마론에 불을 붙였다. 앞서 하태경 의원의 수도권 출마 선언을 계기로 중진 차출론이 나왔지만, 당내에서는 연쇄효과가 나오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김기현 대표 등 실명이 거론된 영남 중진 의원들이 혁신위 주장에 동참할지 관심이 쏠린다.

인 위원장은 지난 27일 여러 언론과 인터뷰에서 김 대표의 실명을 거론하며 인지도 있는 영남 의원들이 내년 총선에서 서울 등 험지에 출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이 받는 ‘영남정당’ 이미지를 탈피하자는 것이다.

앞서 하 의원의 수도권 출마 선언이 중진 차출론의 불씨를 댕길 것이란 관측도 나왔지만, 현재까지 다른 의원이 동참하는 등 연쇄효과는 없었다. 다만 김 대표가 ‘전권을 위임하겠다’고 한 인 위원장 입에서 “안 하면 안 할 수 없게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게 제 업무”라는 발언이 나왔다는 점에서 당내 험지 출마 압박 여론이 거세질 수도 있다.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지난 강서 보궐선거 참패 이후로 국민의힘이 요구받은 주문은 영남 중심 정당에서 수도권 중심 정당으로 체질 개선하라는 것”이라며 “인 위원장이 ‘낙동강 하류 세력’ 발언을 탁 던져서 영남권 의원들이 들으면 기분 나쁠 수 있지만, 국민들이 봤을 때는 국민의힘이 뭔가 변한다는 느낌을 확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 최고위원은 3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결국은 여론이 모든 것들을 결정한다”며 “이번 주 정도가 되면 지난달 보궐선거 참패 이후로 굉장히 어려웠던 국민의힘이 바닥을 딛고 조금씩 올라가는 여론이 조성될 거다. 그 과정에 인요한 위원장이 힘을 받는다면 총선 앞두고 과반 의석을 확보해야 하는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어느 누가 이걸 거부할 수 있겠나”라고 했다.

문제는 현실성이다. 영남 지역과 달리 수도권은 전국적 지명도가 있는 중진 의원이어도 당선이 쉽지 않은 보수 정당의 험지다. 국민의힘 의원 111명 중 절반에 달하는 56명이 영남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당내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2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나를 내치면 당권수호와 대권후보가 된다고 착각한 황교안 전 대표는 지난 총선 때 나를 수도권에 출마하라고 언론에 흘리기만 하고 질질 끌다가 끝내 나를 내치고 막천으로 총선을 망치고 정계에서 사실상 퇴출됐다”며 “영남 안방 방구석 4선으로 총선 지휘할 역량이 되겠나? 분수 모르고 날뛰면 황교안 시즌 2가 된다”고 비판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30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 인터뷰에서 “영남에 있는 분들이 올라와도 수도권에서 당선될 가능성은 제로다. 누군지를 모르지 않느냐”라며 “지금 상황에서 그런 무리한 수를 두는 것은 찬성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영남 중진을 서울로 출마시키고 남은 빈자리에 누구를 채우는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인 위원장의 영남 중진 수도권 출마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내년 총선 공천 밑그림을 그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혁신위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이 용산 대통령실이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저는 모른다”며 확답은 피했지만, “눈을 크게 뜨면 보인다”, “영남 중진들을 수도권 험지에 출마시키고 수도권의 경쟁력 없는 당협위원장들을 정리하면 빈자리가 많이 생긴다”고 에둘러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인 위원장이 임명되자마자 저한테 정보로 들어온 게 혁신위에 주어진 미션은 두 개라는 것”이라며 “첫째는 영남의 3, 4선 중진들 서울로 올려보내거나 불출마시키기, 둘째는 수도권에 경쟁력 없는 당협위원장 다 자르기”라고 말했다.

이어 “이 정보가 맞는지 틀리는지 반신반의했는데 첫 번째가 맞았다. 그렇기 때문에 두 번째도 맞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영남 중진 험지 출마론 전망이 맞아떨어졌으니 ‘수도권 당협위원장 자르기’ 미션 역시 현실화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전 대표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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