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영빈관을 방문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악수하고 있다. 아래쪽 사진은 네옴 프로젝트 건설 현장 [연합·네옴 유튜브 캡처]

탄소중립 가속화에 화석연료 후속으로 ‘포스트 오일’ 시장이 주목되는 가운데, 한국이 중동 최대 경제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대형건설·인프라, 정보통신기술(ICT), 친환경 에너지 관련 산업을 집중 공략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의 사우디 국빈 방문을 계기로 달성한 21조원 투자 규모 성과가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고위급 회담을 정례화하고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 네트워크도 구축해야 한다는 주문이 제기된다.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는 단국대 GCC국가연구소에 의뢰한 ‘한국-사우디아라비아 경제협력 확대 방안’ 보고서를 통해 30일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중동·북아프리카(MENA) 지역에서 가장 큰 경제 규모를 가진 사우디 경제를 분석하면서,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세계 각국의 규제로 화석연료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른 포스트 오일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형건설·인프라 부문에 대해서는 사우디의 중점 협력국으로서 긴밀한 관계를 지속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사우디에서 진행되고 있는 대형 프로젝트들은 2016년 발표된 ‘사우디 비전 2030’을 근거로 하고 있다. 비전 2030의 주요 목표는 비석유 부문 수출의 국내총생산(GDP) 기여도를 16%에서 50%로 높여, 석유산업에 대한 경제 의존도를 낮추고 경제를 다각화한다는 것이다.

대규모 투자를 통해 사우디아라비아를 무역·관광 중심지로 위상을 높이고 경제를 확장하려는 계획이다. 한국은 지난 60여년 동안 사우디아라비아 건설시장에서 1800여건(1600억달러)의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오랜 신뢰 관계를 구축했다. 올해도 9월 말까지 15건의 프로젝트에서 62억4000만달러(약 8조4000억원)를 수주해 2022년 전체 수주액 34억8000만달러(약 4조7000억원)를 이미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17년에는 사우디 정부가 8개 국가를 ‘중점 협력국가’로 선정했는데, 여기에 한국도 포함되며 향후 수주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의 건설시장에서 민간과 정부의 합작투자 사업이 증가하고 있으며, 현지인 의무고용제도(니타까트), 사우디 지역본부설립 제도, 민영화법 제정 등 현지화를 위한 관련법과 제도가 활발히 정비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사우디의 ICT 산업도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어 시너지가 기대된다. 사우디의 비전 2030의 세부 실현 프로젝트 중 하나인 ‘국가 혁신 프로그램’의 한 축으로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가 지정된 것도 긍정적이다. 글로벌 리서치 기관 테크나비오의 분석에 따르면, 사우디 IT시장 규모는 2022~2027년 사이에 연평균 7.5%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보고서는 사이버보안, 사물인터넷(IoT) 분야는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AI, 5G, 클라우드 컴퓨팅 분야도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은 ICT 제조업 부문에서는 2021년 수출액 4위를 기록할 만큼 국제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세계지적재산권기구가 발간한 ‘2023 국제혁신지수’에서 ICT 인프라 지수는 세계 1위를 기록, ICT 제조업과 인프라 부문의 강점을 내세워 사우디와 협력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사우디 순방에서 수소 오아시스 협력 이니셔티브를 체결하며 가시화된 친환경 에너지산업에 대한 협력 필요성도 제기됐다. 향후 에너지 패권이 친환경 수소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수소연료전지 원천기술을 보유한 가온셀이 사우디·한국 산업단지(SKIV)에 생산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가 사우디의 친환경 에너지산업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발전소 건설 ▷태양광 산업 ▷수소 관련 부문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태양광 산업의 경우, 폴리실리콘, 잉곳 등은 중국이 저가 공세를 통해 전 세계 시장을 장악하면서 한국 기업은 2020년을 기점으로 대부분 사업을 철수해 진출에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차전지나 모듈은 국내 대기업을 중심으로 세계 시장에서 약진하고 있어 상호 협력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보고서는 부족주의 문화가 여전한 사우디의 특성을 고려해 정상외교와 고위급 관료 회담을 정례화하여 와스따(인맥) 구축·유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동시에 현재 건설·인프라 프로젝트 수주지원을 위해 구성된 민관합동 지원단인 ‘원팀 코리아’에 ICT와 친환경에너지와 같은 신산업 분야 관련 기업들의 참여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지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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