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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결론부터 말하자면 ‘죄’다. ‘잘못’으로 명명하기엔 어쩐지 부족하다. 물론 법리적 기준에서의 죄가 아니다. 그건 사법기관이 가릴 일이지 제 3자가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다. 사례를 찾아볼 수 없는 한 편의 촌극과 같은 사기에 휘말린 전 펜싱 국가대표 선수 남현희를 온전히 피해자라 부를 수 있을까.

남현희 선수의 약혼자로 소개된 비연예인 전청조 씨를 둘러싼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남성이 아닌 여성인 것으로 알려진 전청조는 과거 남성과 여성, 성별을 오가며 결혼한 이력이 있고 이들 모두 전청조에게 금전적 손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확인된 전과 역시 여러 개.

전청조의 사기극이 허무맹랑하게 느껴지는 건, 그의 사기 수법이 삼척동자도 눈치챌 수 있을 정도로 허술했기 때문이다. 전청조의 정체는 대중에게 공개된 순간부터 의심을 샀다. IT에 대해 잘 모르지만 글로벌 IT 기업((누구나 아는 그 기업) 대표를 지냈고, 현재 직접 운영 중이라는 IT기업이라는 곳은 베일에 싸여있다. 병행 중이라는 교육 사업은 듣도 보도 못한 ‘예체능 심리학 예절교육원’이다. 대체 뭘 가르치는 곳일까. 예체능, 심리학, 예절교육원. 각각의 단어를 해체해 상상해도 도저히 연결이 되지 않는다. 전청조의 발언을 접한 누리꾼들이 오죽하면 ‘어린시절 태권도 학원에서 배운 거 아니냐’고 비아냥거렸을까.

남현희에게 묻고 싶다. 왜 전청조에게 속았느냐고. 아니, 질문을 수정해야 겠다. 왜 전청조에게 ‘현혹’된 것이냐고. 남자친구의 거짓말이 워낙 논리적이고 빈틈없어서? 글쎄. 전청조의 사기극 시나리오는 허술하다 못해 코웃음이 날 지경이다. 코미디 축에도 못 낄 지경이다.

남현희는 속은 것이 아니라 현혹됐다. 그는 전청조와 만난 첫 순간을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젊은 친구가 경호원들을 대동하고 나타나 놀랐다는 것이다. 남현희는 그 날의 전청조를 ‘똘똘한 부잣집 도련님 같았다’고 회상했다. 불과 두 번째 만남에서 전청조는 남현희에게 비지니스 제안을 했다. 남현희는 ‘똘똘한’ 전청조의 비지니스 계획안을 듣고 ‘이걸 거절하면 바보다 싶을 정도였다’로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마침 남현희는, 그의 말에 따르면 ‘항상 펜싱의 저변 확대, 펜싱 지도자의 일자리 창출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그 찰나에 전청조가 백마 탄 왕자님처럼 갑자기 툭 나타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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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현희의 사랑을 의심하지는 않는다. 전청조를 사랑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다만 남현희가 사랑했고 믿었다는 것에 대한 대중의 생각이 다를 뿐이다. 운명의 첫 날, 남현희가 마음에 담은 건 전청조가 아니라 그가 대동한 경호원들, 경호원을 거느릴 수 있는 전청조의 재력 정도에 대한 호기심이었을 것이다. 남현희가 사랑한 것은 전청조가 데이트 중 쥐어준 B사 외제차 키이고, 펜싱 아카데미 직원들에게 선물한 명품이었다.

현혹이든 사랑이든 남현희 마음을 정의하는 건 우스운 일이다. 속된 말로 돈 많고 어린 남자가 ‘결혼하고 싶을 정도로 좋다’는데, 선물 공세를 퍼붓는데 마다할 까닭이 있을까. 문제는 남현희의 현혹에서 파생된 사기극이다. 그는 전청조와 함께 ‘예체능 심리학 예절교육원’ 사업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눴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청조와 남현희는 펜싱 아카데미에서 만났고, 전청조는 곧바로 남현희에게 관련 사업을 제안했다. 두 사람의 관계가 발전하는데 사업적 대화가 주요한 역할을 했다는 뜻이다. 이 계획안은 (논리적 헛점에 대한 논의는 차치하고) 두 사람이 함께 해야 가능한 사업이었다.

이들은 연인이자 비지니스 파느터였다. 실제로 전청조는 예비 아내 남현희가 운영하는 펜싱 아카데미에서 발생한 사건에 깊숙히 개입하기도 했다.

사건은 올해 7월 남현희가 운영하는 펜싱 아카데미에서 벌어진 것으로, 당시 아카데미에 근무하던 코치 A씨는 수 개월 동안 수강생 2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피소됐다. 남현희는 곧바로 A씨를 해고했고, A씨는 경찰 조사 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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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일간스포츠의 보도에 따르면 전청조는 사건이 외부에 알려질 것을 우려, 피해 학생을 불러 “(이 사건을 외부에 발설하면) 어디에서든 펜싱을 하지 못하게 만들겠다”고 협박했다. 남현희는 전청조와 피해 학생이 만난 사실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피해 학생은 전청조와 만난 후 과호흡으로 쓰려져 병원에 실려갔고, 학부모는 남현희에게 전화를 걸어 항의했다. 남현희, 전청조가 약혼과 더불어 ‘예체능 심리학 예절 교육원’ 사업을 발표한 지 불과 수개월 전에 발생한 일이다.

이는 전청조가 남현희의 아카데미 운영에 어떤 방식으로든 참여하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남현희는 전청조가 피해 학생을 불러 협박한 사실을 알았음에도 정식 사과는 미룬 채 전청조와 함께 할 미래 사업에 대한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피해 학생 부모는 남현희를 방조죄로, 전총조를 감금 협박죄로 신고하려다 큰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해 포기했다. 이런 두 사람이 예절 교육을 운운한 것 자체가 황당무계하다. 남현희의 사랑과 믿음이 순수하게 읽히지 않는 이유다.

최근 김민석 서울 강서구의회 의원은 서울경찰청에 전청조는 물론 남현희까지 수사 대상에 포함해달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제출했다. 전청조는 남현희의 이름을 내걸고 투자금을 유치했고, 현재 자금의 행방은 알 수 없는 상황. 이에 대해 남현희는 “피해를 본 분들에게 죄송한 마음은 있는데, 저랑 얼굴을 본 적 없는 분도 계시고, 봤다 하더라도 연락처를 공유한 분들은 전혀 없다”라며 “결국 저도 피해 본 것이 많은 피해자”라고 해명했다.

며칠 전 ‘이 사업을 거부하면 바보다’라고 말한 남현희의 입에서 나온 발언이다. 남현희가 전청조의 사기 의도와 목적을 눈치채지 못했을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이름으로 투자금을 유치한 사실을 알았고, 이 과정에 개입한 정황이 있다면 남현희의 책임은 전청조 만큼 무거워진다. 물론 ‘사빠죄아’,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다. 그러나 전청조의 재산이든, 전청조의 (놀랄운)사업 계획이 가져 올 재물이든, 자본에 눈이 먼 남현희의 욕망은 전청조가 세운 모든 사기극의 트리거로 작용했다.

다시 남현희에게 묻는다. 사빠죄아’라 결백한가. 그렇다면 피해자들의 ‘남믿죄아’, 남현희를 믿은 게 죄는 아니잖아(요?)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news@tv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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