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혁신위원 인선 배경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의 ‘낙동강 하류 세력은 뒷전에 서야 한다’라는 발언이 당내 도마에 올랐다. 인 위원장은 영남권 정치인들이 경쟁력이 있는 만큼 수도권 선거에 도전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하지만, 해당 지역 의원들은 ‘잡아놓은 고기 취급’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당내에선 ‘인요한표’ 쇄신에 일정 부분 공감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실정이다.

인 위원장은 30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참배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영남, 경상남·북도에 훌륭한 국회의원들이 서울에 와서 경쟁력이 있으면 좀 도왔으면 좋겠다”며 “이제 문화를 바꿔서 정치인들이 희생하고 국민에게 이득이 되는 사상 전환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연세대 의대 교수인 인 위원장은 앞서 혁신위 방향성에 대해 “꼭 먹어야 할 쓴 약을 조제해 여러분이 아주 시원하게 느낄 수 있도록 바른 길을 찾아가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는 고강도 쇄신을 예고하면서 당내에서도 “걱정을 많이 할 것”이라고 예견한 만큼, 영남권 중진 험지 출마론에 대한 후폭풍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이날 당 안팎으론 인 위원장의 ‘낙동강 하류’ 발언을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선 다수 대구·경북(TK) 지역 의원들이 인 위원장의 해당 발언을 언급하며 사과를 요구했다고 알려졌다. 그동안 당의 선거 승리를 위해 TK가 많은 희생했을 뿐 아니라, 현재 지역 민심도 호의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즉, 수도권만 험지라고 규정한 인 위원장의 발언은 TK 지역을 가볍게 여기는 실언이라는 지적이다.

대구 달서병에 지역구를 둔 김용판 의원은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인 위원장은 대구·경북 시·도민에게 정중히 사과해야 한다”며 “당이 어려울 때 우리 당을 지킨 분들이자 윤석열 대통령에게 압도적 지지를 보낸 지역인데, 뒷전이라는 말 자체는 마치 잡아놓은 고기 취급하는 격”이라고 말했다. 이외 다수 TK 인사들은 영남권 탈피 전략이 영남권 무시로 이어져선 안 된다는 의견과 수도권만 험지라고 규정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의견 등 인 위원장을 겨냥해 직격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우선 지도부는 인 위원장과 TK 지역 의원 간 갈등에 거리를 두고 있는 상황이다. 김기현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혁신위에서 아직 제안을 해온 바 없는 만큼, 정식으로 제안하면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도 “혁신위가 공식적 논의를 거쳐 의결한 안건에 대해 개인 의견을 표명할 수 있지만 아직 그런 단계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지도부는 인 위원장의 주장은 현재로선 혁신위 안건이 아닌 ‘개인 의견’이라며 신중론을 펼치고 있지만, 막상 당내 비영남권 인사는 물론 영남권 전직 의원(중진)도 필요성에 대해선 인정하는 분위기다.

한 영남권 전직 다선 의원은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인 위원장의 어설픈 접근법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다만 인 위원장 발언에 담겨 있는 뜻은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수도권이 죽느냐 사느냐가 핵심이지, 영남은 항상 그 자리에 있었다”며 “영남 의석만 가지고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만큼, (영남 의원들이) 현실을 직시하고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당 관계자도 “영남권 스타 의원들이 수도권에 나오는 것은 필요하고 결론적으로 받아들일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어려운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끝내 거부한다면 영남당이 되는 것이고, 수도권 위기론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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