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거래 재개 후 3거래일 연속 하한가

5거래일 이어지면 4000억원 육박할 듯

호 실적에도 외부 변수 ‘불똥’…속앓이

서울 여의도 키움증권 본사 전경. ⓒ키움증권 서울 여의도 키움증권 본사 전경. ⓒ키움증권

주가 급락 사태로 인해 거래가 정지됐던 영풍제지가 거래 재개 이후 3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하면서 미수금이 큰 키움증권의 손실도 계속 늘어나는 양상이다.상반기 실적 선방으로 올해 1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이 기대됐던 키움증권에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영풍제지는 전날인 30일 개장하자마자 주가가 전 거래일 대비 29.97% (4990원) 하락한 1만1660원으로 떨어진 뒤 하한가가 풀리지 않은 채 그대로 장을 마쳤다.

영풍제지는 지난 18일 주가가 29.96%(1만4500원)나 급락했고 이에 금융당국은 다음날부터 영풍제지에 거래 정지를 내렸고 이후 지난 26일부터 거래가 재개된 바 있다.

하지만 26일부터 거래가 재개된 이후에도 3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한 것으로 18일 종가(3만3900원)를 감안하면 3분의 1 토막, 하한가가 시작되기 전인 17일 종가(4만8400원)과 비교하면 4분의 1 토막이 난 상태다.

영풍제지는 약 1년간 주가조작 세력에 의해 시세 조종된 것으로 드러났고 시세 조종을 주도한 것으로 의심되는 피의자 4명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지난 20일 구속된 상태다.

영풍제지 사태의 불똥은 키움증권으로 튀고 있다. 키움증권은 타 증권사 대비 낮은 종목 증거금률(거래대금에 대한 보증금의 비율)로 인해 계좌가 시세조종에 악용됐는데 키움증권은 영풍제지 거래 정지 다음날인 20일 공시를 통해 고객 위탁 계좌에서 4943억원의 미수금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미수거래는 투자자가 거래대금 중 종목별로 정해진 증거금률에 해당하는 돈만 내고 주식을 매수한 후 나머지를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거래로 이상이 생기면 미수금이 발생한다. 다시 말해 증권사가 증거금률을 100%로 설정하면 해당 종목은 오로지 현금으로만 매수할 수 있어 미수거래가 차단돼 미수금이 발생할 수 없는 구조다.

키움증권은 영풍제지 하한가 사태가 터진 지난 18일까지 증거금률을 40%로 유지하다가 거래가 정지된 19일에서야 100%로 조정했다. 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삼성증권·KB증권·신한투자증권 등 다른 증권사들이 올해 초부터 지난 7월까지 영풍제지 증거금을 속속 100%로 상향 설정한 것과는 달랐다.

증거금률을 40%로 유지하면서 키움증권 계좌를 통한 투자자들은 현금 40만원만 있으면 주식 100만원어치를 살 수 있었던 것이다. 나머지 60만원은 실제 주식이 계좌로 입고되는 날(거래일로부터 2영업일) 이전까지 납부하면 됐다.

키움증권으로서도 투자자들이 3일 안에 빌린 돈을 갚지 못하면 투자자들이 산 주식을 강제로 내다 파는 반대매매를 진행해 못 받은 돈을 회수할 수 있는 안전 장치가 있었지만 영풍제지가 거래재개 이후에도 연일 하한가를 기록하면서 주식 매수 수요자가 없으면서 무용지물이 된 것이다.

키움증권이 20일 미수금 발생 사실을 공시할 당시 “반대매매를 통해 미수금을 회수할 예정이며 고객의 변제에 따라 최종 미수채권 금액은 감소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반대매매가 어려워지면서 미수금으로 인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것이다.

영풍제지 CI.ⓒ영풍제지 영풍제지 CI.ⓒ영풍제지

증권가에서는 이번 사태로 인한 키움증권의 손실 규모가 3000억원을 넘길 것으로 보고 있다.다올투자증권은 앞서 지난 26일 영풍제지가 거래 재개 이후 3거래일 하한가를 기록해 주가가 1만1630원까지 떨어지면 키움증권의 손실액은 2965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는데 30일 종가는 1만1660원이다.

김지원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키움증권의 손실 규모)는 영풍제지의 하한가 기록 횟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하한가가 4거래일(8140원 기준)과 5거래일(5700원 기준)까지 이어지면 손실 규모는 각각 3558억원과 3974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로인해 키움증권의 올해 실적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키움증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증시가 호황이었던 지난 2021년 1조208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처음으로 1조클럽(연간 영업이익 1조원)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6564억원) 다소 부진했던 것을 딛고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5697억원을 달성하며 연간 영업이익이 1조원에 육박하는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돼왔지만 이번 사태로 사실상 어려워진 상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키움증권이 지난 4월 말 차액결제거래(CFD) 사태에도 상반기 호 실적을 거두면서 연간 실적 기대감을 높였지만 이번 사태로 실적이 당초 예상치에 비해 크게 감소할 수 밖에 없게 됐다”며 “희미하게나마 남아 있던 2년만의 1조클럽 재가입은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지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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