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 5월 피크아웃, 메모리는 내년 회복'…삼성, HBM 2.5배 더 생산한다

올해 3분기 삼성전자 실적 개선의 핵심 포인트는 반도체(DS) 부문의 적자폭 축소다. 삼성전자 DS부문은 3분기 3조7500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1분기 4조5800억 원, 2분기 4조3600억 원 영업 손실에 비하면 적자 폭이 줄어들었다. 다만 SK하이닉스가 D램에서 흑자로 돌아선 것에 비해 삼성전자는 아직 적자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아쉬운 대목이다. 물론 상황은 낙관적이다. 하반기 들어 메모리 재고 소진 속도가 빨라지면서 본격적인 회복세에 들어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4분기에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필두로 한 고성능 메모리 출하에 집중하면서 흑자 전환을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메모리 수요 부진은 3분기 들어 시황이 눈에 띄게 호전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의 주력 제품인 D램 시장에서 서버·모바일 분야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삼성전자 측은 3분기 D램 비트그로스(비트 단위로 환산한 생산량 증가율)이 10%, 평균거래가격(ASP)이 한자릿수 중반(약 5%) 수준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5월 이후 수요 부진의 세기가 정점을 찍은 이후 소강세를 보이며 생산량이 늘고 고객사 주문이 증가해 가격도 올라가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내년 메모리 수요가 더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김재준 삼성전자 부사장은 31일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업계 내 재고 정상화와 더불어 인공지능(AI) 수요 성장, PC·모바일 D램 고용량화가 수요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이 회복세로 돌아서자 고용량 메모리를 적기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도 강화할 예정이다. 회사는 최근 반도체 업계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HBM 생산 라인 규모를 내년까지 현재 대비 2.5배 확장한다. 김 부사장은 “현재 HBM3와 HBM3E 신제품 사업을 확대 중”이라며 이미 주요 고객사와 내년 공급 물량에 대한 협의를 완료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HBM은 AI 시대에 각광받는 D램 제품이다. 여러 개의 D램 칩을 쌓아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프로세서 바로 옆에 장착돼 재빠른 연산을 돕는다. 엔비디아, AMD 등 세계적인 그래픽처리장치(GPU) 회사들이 HBM을 활용하기 시작하자 메모리 업계에서는 기술 선점 경쟁이 뜨겁게 벌어지고 있다. 현재 HBM 업계 점유율 1위는 SK하이닉스다. 삼성전자는 HBM 1위를 노리기 위해 생산 확장은 물론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한다. 최근 공개한 5세대 HBM(HBM3E)도 24기가바이트(GB) 샘플 공급을 시작해 내년 상반기 내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고 36GB 제품은 내년 1분기 샘플을 공급할 예정이다. 김 부사장은 “HBM3는 3분기에 이미 8단과 12단의 양산 공급을 시작했고 4분기에는 고객사 확대를 통해 판매를 본격화하고 있다”며 “HBM3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내년 상반기 내 HBM 전체 판매 물량의 과반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최첨단 낸드플래시 제품 개발과 양산에도 집중한다. 삼성전자는 9세대(300단) 초고용량 V낸드 플래시를 경쟁사 대비 낮은 원가에 신속하게 만들 수 있도록 개발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독보적인 식각 공정으로 세계 최초 160단 낸드 위에 한 번에 구멍을 뚫는 싱글스택 기술을 구현했다”며 “월등한 양산력, 짧은 공정 시간으로 원가 경쟁력과 시장 대응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수요가 적은 레거시(옛) 제품 감산 정책은 지속할 것이라는 언급도 했다. D램보다 상황이 좋지 않은 낸드플래시 구형 제품 위주로 선별적인 감산이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업계에서는 중국 시안, 평택 공장 등에서 생산되고 있는 6세대(128단) 낸드플래시 위주로 생산량 축소가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역대 최대 규모의 반도체 시설투자도 이어 나간다는 것을 재차 확인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연간 시설투자에 역대 최대 금액인 53조 7000억 원을 집행할 예정이다. 사업별로는 반도체(DS)부문 47조 5000억 원, 디스플레이 3조 1000억 원이다. 2020년 이전 20조 원대였던 삼성전자의 연간 반도체 시설 투자 액수는 2021년 40조 원을 돌파한 뒤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시설 투자에 역대 최대인 53조 1000억 원을 집행했고 이 중 90%에 달하는 47조 9000억 원을 반도체 설비 보완·증축에 썼다. 향후 삼성전자 최대 반도체 생산 기지인 평택 공장과 미국 첨단 파운드리 기지가 들어설 테일러 공장 위주로 신규 설비 투자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불황으로 경쟁사들이 시설 투자를 멈춘 와중에도 풍부한 자본력으로 투자를 이어가면서 다음 ‘업사이클’에서 유리한 고지를 잡겠다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정기봉 삼성전자 부사장은 “AI 수요 급증에 대응해 현재 업계에서 병목현상이 일어나는 HBM과 2.5D 패키지를 중심으로 공급 능력을 신속하게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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