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생산 훈풍에도…중동 리스크가 변수

올 5월 이후 넉 달 만에 생산·투자·소비지표가 일제히 상승하는 ‘트리플 증가’를 기록하면서 하반기 경기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31일 “경기 반등 조짐이 점차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하며 10월 수출의 플러스 전환을 예고했다. 다만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확산과 미국발 긴축 장기화 등 잇따른 대외 불확실성이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는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9월 산업활동동향에서 가장 눈여겨볼 대목은 생산 부문이다. 전(全) 산업생산은 올 8월(2.0%)에 이어 9월(1.1%)까지 두 달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광공업(1.8%), 서비스업(0.4%), 건설업(2.5%), 공공행정(2.3%) 등 4대 생산 부문도 일제히 2개월 연속 늘었다. 추 부총리는 “생산을 구성하는 4대 부문의 실적도 90개월 만에 처음으로 2개월 연속 모두 개선됐다”고 말했다.

반도체 경기 회복세도 뚜렷해졌다. 반도체 생산은 전월 대비 12.9% 늘며 8월(13.5%)에 이어 2개월째 두 자릿수 증가율을 나타냈다. 반도체 생산이 두 달 연속 두 자릿수의 증가율을 기록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2월 이후 14년 7개월 만이다. 반도체 출하도 내수(18.3%)와 수출(69.4%) 모두 늘어난 덕에 전월 대비 65.7% 급증했다. 이는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반도체 재고는 전월 대비 6.7% 줄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출하는 늘고 재고는 줄면서 제조업 재고율(113.9%)은 전월 대비 10.4%포인트 하락했다.

반도체 경기 회복에 힘입어 10월 수출 플러스 전환에도 기대감이 실린다. 기재부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3분기 반도체 적자 폭이 축소된 데다 SK하이닉스도 D램 실적이 흑자 전환하는 등 반도체 경기가 의미 있는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10월 수출은 플러스 전환이 유력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여전히 부진한 소비지표와 잇따른 대외 악재 등을 고려하면 본격적인 경기 반등을 장담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9월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2% 늘었지만 올 3분기(7~9월) 기준으로는 직전 분기보다 2.5% 줄었다. 이는 2009년 1분기(-4.5%)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소매판매는 지난해 2분기부터 6분기 연속 줄어들며 1992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후 최장 기간의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경기 흐름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올 6월부터 4개월 연속 하락세다.

중동 사태 확산도 새로운 리스크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정학적 불안으로 국제유가가 다시 오르면 국내 물가와 환율은 물론 무역수지까지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세계은행(WB)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격화 시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추 부총리도 “경기 회복 흐름 속에서도 중동 지역의 긴장 고조와 국제유가 변동성 확대, 주요국 통화 긴축 장기화 우려 등 대외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제시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1.4%)도 불투명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1.4%를 달성하려면 4분기 성장률이 0.7%는 나와야 한다”며 “국제유가 상승으로 무역수지가 악화하면 4분기 성장률 달성은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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