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민생 안정·건전재정 방점

여야 순서 호명 관례 깬 파격·야당 의석 먼저 찾아가 악수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시정연설은 ‘민생 안정’과 ‘건전 재정’에 방점이 찍혔다. 건전 재정 기조를 통해 절감한 재원으로는 서민·취약 계층을 두텁게 지원하고, 국방·치안·치수와 같은 국가 본연의 기능을 강화하는 데 중점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윤 대통령의 이날 27분간의 시정연설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경제'(23번)였다. 그 다음으로는 ‘국민'(19번), ‘재정'(13번), ‘민생'(9번), ‘물가'(8번) 등의 순으로 많았다.

특히 지난해 시정연설과 달리 전임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하는 비판적인 표현은 사용하지 않고, “부탁드린다” “도와달라”며 한껏 몸을 낮췄는데, ‘여야 협치’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4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4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윤 대통령은 3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진행된 시정연설에서 “우리 정부의 재정 운용 기조는 건전 재정”이라며 “건전 재정은 단순히 지출을 줄이는 것이 아니고 국민의 혈세를 낭비 없이 적재적소에 효율적으로 쓰는 것이다. (또) 미래 세대에 감당하기 어려운 빚을 넘겨주지 않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내년 총지출(656조9000억원)은 200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2.8% 증가하도록 편성해 건전 재정 기조를 유지했고,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총 23조원 규모의 지출을 구조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재정사업을 제로 베이스에서 검토하여 예산 항목의 목적과 취지에 맞지 않는 지출, 불요불급하거나 부정 지출이 확인된 부분을 꼼꼼하게 찾아내서 지출 조정을 했다”며 “이를 통해 마련된 재원은 국방·법치·교육·보건 등 국가 본질 기능의 강화와 약자 보호,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더 투입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제가 어려울 때일수록 어려움을 더 크게 겪는 서민과 취약계층, 사회적 약자를 더욱 두텁게 지원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연구개발(R&D) 예산 구조조정 필요성도 직접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국가 R&D 예산은 민간과 시장에서 연구 개발 투자를 하기 어려운 기초 원천 기술과 차세대 기술 역량을 키우는 데 써야 한다”며 “이번 예산안에는 첨단 인공지능(AI)·디지털·바이오·양자·우주·차세대 원자력 등에 대한 R&D 지원을 대폭 확대했다”고 했다.

삭감된 R&D 예산 3조4000억 원에 대해선 “300만명의 사회적 약자와 취약계층을 더 두텁게 지원하는데 배정했다”고 설명했다. R&D 지출 구조조정 과정에서 제기되는 고용 불안 등의 우려와 관련해선 “정부가 세심하고 꼼꼼하게 챙기고 보완책도 마련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재정준칙 도입을 위한 국가재정법 △회계부정 방지를 위한 보조금방지법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위한 산업은행법 △우주항공청 설립을 위한 우주항공청법 등의 조속한 처리도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연금·노동·교육 ‘3대 개혁’에 대한 의지도 재차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대한민국 미래와 미래세대를 위한 3대 개혁에도 힘을 쏟아왔다”며 “특히 연금개혁을 위한 준비를 착실하게 진행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입장하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입장하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윤 대통령은 지난해 시정연설에서 ‘방만 재정’이란 비판적 표현으로 문재인 정부를 정조준했던 것과 달리 이날은 야당의 초당적 협력을 부탁하며 한껏 몸을 낮췄다.


당초 연설문 초안에 있던 방만 재정과 카르텔 관행, 부적절한 세금 착취 등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비판 문구 등도 윤 대통령이 직접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회 본회의장 입장 때부터 ‘협치 러브콜’을 보냈다. 윤 대통령은 본회의장에 입장하면서 맨 뒷줄에 있던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에 먼저 악수를 청했다.

시정연설을 시작하면서도 통상 여야 순으로 호명하는 관례를 깨는 파격을 보여주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김진표 국회의장님, 김영주·정우택 부의장님, 또 함께해 주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님, 이정미 정의당 대표님,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님”이라는 인사로 연설을 시작했다. 윤 대통령은 연설을 마친 뒤에도 야당 의석으로 먼저 찾아가 악수를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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