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9000억 가까이 증가

빚 상환 여력 악화에 리스크↑

은행권 “감당할 수 있는 수준”

은행 먹구름 이미지. ⓒ연합뉴스 은행 먹구름 이미지. ⓒ연합뉴스

국내 5대 은행이 가계와 기업에 내준 대출에서 발생한 부실채권이 올해 들어서만 9000억원 가까이 불어나면서 4조원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장기화로 대출자들의 채무 상환 여력이 악화하자 부실도 계속 확대되는 모습이다.

다만 은행권은 그동안 리스크 관리에 주력해온 만큼 현재 부실 수준은 관리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이 실행한 대출에서 불거진 고정이하여신은 4조305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4.9%(8580억원) 늘었다.

고정이하여신은 금융권에서 부실채권을 구분하는 잣대로 쓰인다. 은행들은 대출채권 상태를 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로 구분한다. 이중 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을 묶어 구분하는 부실채권은 3개월 이상 연체돼 사실상 떼인 돈으로 볼 수 있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국민은행이 9890억원으로 43.5% 늘어나며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이어 ▲농협은행(1조원·증가율 33.3%) ▲우리은행(6770억원·22.6%) ▲하나은행(7690억원·16.0%) ▲신한은행(8700억원·9.7%) 등의 순으로 뒤를 이었다.

이처럼 은행들의 부실이 확대되는 배경에는 지난 한 해 동안 가파르게 치솟은 금리가 자리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2021년 8월 0.50%였던 기준금리를 올 1월까지 10차례 인상해 3.50%로 급격히 끌어올렸다. 이에 따라 경기가 냉각되고 금융비용이 치솟자 기존 대출자들의 원리금 상환 여력이 크게 악화했다.

앞으로도 은행 대출의 부실화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이 지난 2·4·5·7·8·10월 등 올해 들어 6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 유지되고 있는 탓이다. 시장에서는 내년 하반기에나 금리 인하가 시작될 수 있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측하는 분위기다.

특히 기준금리의 계속된 동결에도 대출금리가 고공행진하고 있는 점은 우려를 더하는 대목이다. 미국 국채 금리 상승과 중동 분쟁 등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시장금리가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이 가중되면서 부실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은행들이 선제적 충당금 적립과 보수적 여신 정책으로 리스크 관리에 주력해온 만큼 현재 부실 수준은 관리 가능한 범위에 있다는 평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까지 은행들의 부실 수준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보수적인 기준으로 충당금을 적립하면서 리스크 관리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에 부실이 갑작스럽게 확대될 가능성은 제한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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