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상철의 번트 시도. ⓒ곽혜미 기자
▲ 문상철의 번트 시도. ⓒ곽혜미 기자

▲ 이강철 kt 위즈 감독과 문상철(24번). ⓒ곽혜미 기자
▲ 이강철 kt 위즈 감독과 문상철(24번).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수원, 박정현 기자] 물음표가 가득할 수밖에 없던 번트였다. 상대 내야를 흔들 수 있는 깜짝 시도였으나 결과적으로는 완벽하게 실패해 짙은 아쉬움을 남겼다.

문상철은 지난달 31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NC 다이노스와 플레이오프(5전 3승제) 2차전에서 6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이번 포스트시즌 문상철은 중책을 맡고 있다. 장타력을 겸비한 강백호가 오른쪽 내복사근 손상 진단을 받아 시즌 아웃됐고, 팀에 부족한 한 방을 채워야 한다.

문상철은 플레이오프 1차전 맹활약을 펼쳤다. 팀은 5-9로 패했지만, 상대 선발이자 KBO리그 폭격기 에릭 페디를 상대로 솔로포를 포함해 최종 성적 2타수 1안타(1홈런) 1타점 2볼넷으로 활약했다.

2차전에서도 분위기가 이어졌다. 첫 타석이던 2회말 2사 후 상대 선발 신민혁을 공략해 좌측 파울 라인을 타고 흐르는 2루타를 쳐 누상에 나섰다. 문상철 외 kt 타자들은 신민혁을 뚫지 못하며 5회말까지 단 한 명도 1루 베이스를 밟지 못했다. 그만큼 타격감이 좋았기에 이번 포스트시즌 kt 타선에서 경계해야 할 타자라는 것이 분명했다.

▲ 문상철은 이번 포스트시즌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연합뉴스
▲ 문상철은 이번 포스트시즌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연합뉴스

그랬던 문상철이 마지막 타석에서 의문 가득한 플레이를 했다. 팀이 2-3으로 끌려가던 9회말 무사 1,3루에서 번트를 시도한 것이다. 이는 장타가 특기인 그에게 익숙하지 않은 플레이다.

문상철은 번트 경험이 많은 타자가 아니다. 야구 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올 시즌 희생번트는 1개. 2014년 데뷔 후 들어선 903타석에서 단 12번에 불과하다. 성공률은 41.6%(5/12). 50%가 넘지 못한다.

번트가 익숙하지 않은 문상철은 번트에 성공하지 못했다. 볼카운트 0-1에서 파울이 돼 오히려 0-2로 불리한 상황이 만들어졌다. 문상철은 3구째 이용찬의 주무기 포크볼에 그대로 방망이를 휘둘렀고, 결국 3구 삼진으로 돌아섰다.

▲ 삼진으로 돌아서는 문상철. ⓒ곽혜미 기자
▲ 삼진으로 돌아서는 문상철. ⓒ곽혜미 기자

득점 기회에서는 첫 타자가 중요한데, 문상철이 힘없이 물러나자 뒤이어 나온 대타 김준태는 루킹 삼진, 오윤석은 유격수 뜬공으로 돌아서 역전하지 못했다.

문상철의 번트가 작전인지, 아니면 선수 개인의 판단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이 감독은 플레이오프를 앞둔 팀 훈련에서 “(박)병호 빼고 모두 번트 연습을 시키라고 지시했다. 1점을 빼서 이겨야 한다. 불펜에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박영현) 있고, 3년 연속 30세이브 이상 거둔 마무리 투수(김재윤), (엄)상백이도 있다. 선발들이 6회까지만 막아줘도 불펜을 투입할 수 있다”라고 얘기했다.

타이트한 점수 차를 지킬 힘이 있으니 거포 박병호를 제외한 전 선수가 언제든지 번트를 시도할 수 있는 스몰볼도 고려하고 있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 이강철 감독은 문상철에게 번트 작전을 냈을까. 아니면 선수 개인의 판단일까. ⓒ곽혜미 기자
▲ 이강철 감독은 문상철에게 번트 작전을 냈을까. 아니면 선수 개인의 판단일까. ⓒ곽혜미 기자

kt가 만약 1점을 내 3-3 동점을 만들었다면, 이 감독의 말대로 승리할 그림을 그려볼 수 있었다. NC는 류진욱과 이용찬을 비롯해 이미 필승조를 소진한 상황. 반대로 kt는 연장에 접어들더라도 철벽 마무리 김재윤을 비롯해 주권 등 막아낼 수 있는 투수들이 상대보다는 더 많았다. 연장전 불펜 싸움에서 승리 확률을 높여볼 수 있던 것이다.

다만, 선수 판단이든 작전이든 결과적으로 번트는 실패했고, 결과적으로 kt는 쓰라린 패배를 맛봐야 했다. 경기 중 많은 장면이 뇌리를 스쳐 가겠지만, 치는 것에 특화된 문상철의 번트 시도는 곱씹을수록 아쉬움이 가득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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