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료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서 향후 10년간 10만명이 넘는 의사 부족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 중 하나로 의대 시스템의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 시사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 의과대학협회(AAMC)를 인용해 향후 10년 이내에 미국에 최대 12만4000명의 의사가 부족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보도했다. 고령화로 인해 의료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으나 의료 일선에 나오는 의사 수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미국은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2021년 기준 2.67명으로 한국(2.56명)과 비슷하다. 전체 37개국 중 미국은 28위, 한국은 일본에 이어 30위다. OECD 국가 중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가장 많은 국가는 오스트리아(5.5명), 가장 적은 국가는 인도네시아(0.7명)다.

이코노미스트는 크게 보면 미국에서 의사라는 직업이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퇴직 또는 이직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현재 미국 의사의 평균 연봉 수준은 35만달러(약 4억8000만원)로 높은 수준이다. 미국의 의대 지원율도 200%를 넘겨 지원자 절반 이상이 입학을 하지 못할 정도로 인기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미국 현직 의사 5명 중 2명 이상이 향후 10년 이내에 65세를 넘기며 퇴직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비영리단체인 피터슨-KFF의 분석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의료 종사자의 퇴직률이 30% 올랐다고 한다. 일반 직장인의 두 배 수준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이러한 의사 부족 사태가 발생하는 이유로 의사를 양성하는 의대 시스템의 구조적인 문제가 언급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잘못 관리된(mismanaged)’ 훈련 시스템으로 인해 의료진 공급이 인위적으로 줄었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대학 4년에 별도로 의대 4년을 다녀 총 8년을 다녀야 한다. 다른 주요국에서는 대학 생활이 총 6년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2년 정도의 시간이 더 걸린다는 것이 이코노미스트의 설명이다. 이후 레지던트 기간이 3~7년가량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학 입학부터 의사가 되기까지 총 10~15년이 걸린다. 이 과정에서 의사가 되는 것을 포기하는 경우가 꽤 많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또 미국이 1980년대에 의사가 과도하게 많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의대 정원을 줄이고 해외 의대 졸업생의 입국도 제한하면서 의사가 부족해졌다고 보기도 했다. 최근 25년간 미국의 인구는 7000만명 증가하고 의대 지원자도 크게 늘었으나 의대 입학 정원은 크게 늘지 않았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1990년대 후반에는 의대에 지급되던 연방정부의 지원금도 줄었고 이로 인해 병원이 의사 양성 과정에서 재정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에서 임상 간호사나 보조 의사 등 의사의 권한을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사람들이 활동하거나 해외에서 교육받은 의사가 진료를 보기도 하지만, 여전히 의사가 부족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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