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이언 흐라번베르흐
▲ 라이언 흐라번베르흐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지난여름 리버풀의 1순위 타깃은 주드 벨링엄(20, 레알 마드리드)이었다.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은 지난 4월 “최근 18개월간 벨링엄은 리버풀 영입 목록 최상위에 올라 있는 이름”이라며 “실제 리버풀이 영입전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전했다.

그런데 상황이 묘해졌다. 벨링엄 소속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가 최소 이적료 1억 파운드를 선언하면서 리버풀 내부에 기류 변화가 일었다. 한 명의 스타 영입보다는 여러 재능을 새 식구로 들여 ‘착실한 리빌딩’ 추구 쪽으로 기조가 바뀌었다.

벨링엄을 포기한 리버풀은 메이슨 마운트(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코너 갤러거(첼시) 마테우스 누네스(맨체스터 시티) 주앙 팔리냐(풀럼) 등 준척으로 고개를 돌렸다. 결국 벨링엄은 이적료 1억300만 유로에 레알로 이적했다. 

벨링엄이 입성 첫 시즌부터 라리가 무대를 폭격하면서 리버풀은 씁쓸한 입맛을 다시고 있다. 리그 10경기 10골 2도움으로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화력쇼’를 자랑 중이다. 공격형 미드필더가 득점 1위를 달리면서 세계 최고 미들라이커 등장이란 찬사가 쏟아진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에서도 3경기 3골 1도움으로 눈부시다. 지난달 28일에는 바르셀로나와 올 시즌 첫 엘 클라시코에서 멀티골을 꽂으며 팀 2-1 승리에 견인했다. 성적과 임팩트 모두 거머쥐는 센세이셔널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 아약스 시절 '넥스트 폴 포그바' 평가를 받은 흐라번베르흐
▲ 아약스 시절 ‘넥스트 폴 포그바’ 평가를 받은 흐라번베르흐

그럼에도 리버풀은 희미하게 웃는다. 벨링엄을 놓친 아픔을 조금이나마 달래주는 또 한 명의 샛별이 있기 때문이다. 여름 이적시장 데드라인인 지난 9월 1일에 극적으로 레즈 유니폼을 입은 라이언 흐라번베르흐(21, 리버풀)가 쓰린 속을 보듬어주고 있다.

영국 매체 익스프레스는 1일(한국 시간) “흐라번베르흐는 특별하다.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이 벨링엄 영입 실패를 잊게 하는 데 도움을 주는 재능”이라면서 “또 다른 이적생 소보슬러이 도미니크(23)와 더불어 지난 시즌 레즈에 부족했던 역동성과 ‘불꽃’을 주입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전 소속 팀 바이에른 뮌헨에서 출장 기회를 잡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흐라번베르흐는 리버풀이란 새 집에서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다”며 “중원에서 기동성, 결정력, 기회 창출 능력 등 그가 지닌 거대한 자산은 지난여름 팀 1순위 타깃이던 벨링엄과 비견될 만하다”고 강조했다.

‘클롭 오른팔’인 펩 레인더스(40) 어시스턴트 코치는 익스프레스와 인터뷰에서 “아약스 시절부터 흐라번베르흐를 봐왔다. 그를 보면 선수에게 클럽이 얼마나 중요한질 알 수 있다. 경기를 못 뛰면 선수는 자신감을 잃는다. 같은 인물이라도 자신감이 있는 것과 없는 건 천지차이”라고 귀띔했다.

“흐라번베르흐가 뮌헨에서 무슨 일을 겪었는지 난 잘 모른다. 그는 지금 리버풀 선수이고 확신으로 가득 차 있다. 우리는 함께 훈련하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눴으며 그 결과 (레즈는) 특별한 선수를 보유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 흐라번베르흐에게 바이에른 뮌헨에서 시간은 성장통이다.
▲ 흐라번베르흐에게 바이에른 뮌헨에서 시간은 성장통이다.

흐라번베르흐는 정교한 패스와 중거리슛, 큰 키(190cm)를 활용한 공중볼 다툼에 일가견이 있다. 좁은 공간서도 유려한 드리블로 볼을 간수하고 탈압박하는 재능이 일품이다. 2019년 아약스에서 프로 데뷔했는데 당시 ‘넥스트 폴 포그바’ 평가를 받을 만큼 큰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세계적인 빅클럽 뮌헨에서 생존은 녹록지 않았다. 지난해 분데스리가 ‘절대 1강’에 합류했지만 팀 내 주전 경쟁에서 열세를 보였다. 레온 고레츠카와 요주아 키미히에게 밀려 첫 시즌 리그 24경기 출장에 그쳤다. 24경기 가운데 21경기가 교체 출전이었고 득점, 도움은 하나도 없었다.

지난여름 더 많은 경기 출장을 위해 ‘탈 뮌헨’을 추진했다. 벨링엄을 포기한 리버풀이 빠르게 접근했다. 레즈 팬들 입장에선 흐라번베르흐가 벨링엄 플랜B로 보일지 모르지만 이때 역시 달리 보는 시선이 적지 않았다. 

흐라번베르흐의 아약스 선배이자 선수 시절 독일 분데스리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스페인 라리가 등 여러 리그를 경험한 라파엘 판데르파르트(40, 네덜란드)가 대표적이었다.

판데르파르트는 지난 4월 영국 매체 팀토크와 인터뷰에서 “많은 이가 공감하지 않겠지만 흐라번베르흐가 벨링엄보다 낫다 생각한다. 진심이다. 둘은 클럽의 선택에서만 차이가 났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유럽 톱 클럽인 뮌헨을 택해 주전으로 뛰지 못한 흐라번베르흐와 달리 벨링엄은 2020년에 상대적으로 ‘많이 뛸 수 있는’ 도르트문트 유니폼을 입어 둘 사이 인지도 격차가 났을 뿐이란 뉘앙스였다.

“재능만 보면 벨링엄보다 훨씬 낫다. 다만 벨링엄은 매주 경기를 하고 흐라번베르흐는 그렇지 못해 (재능을) 보여줄 기회가 적었을 뿐”이라며 “그가 꾸준히 피치를 밟는다면 득점과 도움을 고루 수확할 수 있는, 지금 뮌헨에서 보여준 모습보다 훨씬 좋은 경기력을 보일 수 있는 미드필더”라고 힘줘 말했다. 아직 시즌 초이긴 하나 현재까지 이 판단은 옳은 것으로 판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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