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 3분기 파운드리 사업부의 극심한 부진 속에서도 반도체(DS) 부문 영업손실을 2분기보다 14% 가량 줄였다. 메모리 판가가 오르면서 적자폭이 대폭 줄어든 덕분이다. 업계에선 반도체 업황이 바닥을 다지는 것으로 해석하고, 내년부턴 고대역폭 메모리(High Bandwidth Memory·HBM) 사업까지 강화하며 실적반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31일 ‘2023년 3분기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올 3분기 매출액이 67조4047억원, 영업이익 2조4336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2% 감소했고, 영업이익의 경우 77.6%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올 2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액은 12.3%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264% 늘었다.

삼성전자는 3분기 실적이 ‘갤럭시 Z플립5’, ‘갤럭시 Z폴드5’ 등 스마트폰 플래그십 신제품 출시, 디스플레이 프리미엄 제품 판매 확대로 DS 손실을 만회한 것으로 분석했다. 또 메모리 판가 인상과 HBM 판매 확대 등도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했다. 다만 환율의 경우 전분기 대비 달러화, 유로화 등 주요 통화의 평균 환율 변동이 크지 않아 영업이익에 대한 환영향은 매우 적은 수준이었다.

사업부문별로 보면 DS부문은 매출 16조4400억원, 영업손실 3조750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3분기(5조1200억원) 대비 적자 전환했으나, 전 분기(4조3600억원 손실) 대비 적자 폭을 6100억원가량 줄였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에서 적자 폭이 감소한 것에 대해 메모리 반도체 사업의 성과로 공을 돌렸다. 실제 △HBM(고대역폭메모리) △DDR5(이중데이터전송5) △LPDDR5x(저전력DDR5x) 등 고부가 제품 판매 확대와 일부 판가 상승으로 전분기 대비 적자폭이 축소됐다. 특히 업황 저점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며 부품 재고를 확보하기 위한 고객사의 구매 문의가 다수 접수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시스템LSI는 주요 응용처 수요 회복이 지연되고 재고 조정으로 인해 실적 개선이 부진했다. 파운드리(위탁생산)는 라인 가동률 저하로 실적 부진이 지속됐다. 그러나 고성능컴퓨팅(HPC) 중심으로 역대 최대 분기 수주를 달성하는 등 미래 준비를 공고히 했다고 밝혔다.

디바이스경험(DX)부문은 매출 44조200억원, 영업이익 3조7300억원을 기록하며, 2분기 대비 탄탄한 성장을 보였다. 플래그십 신모델 출시로 MX(모바일)사업부의 3분기 영업익은 3조3000억원으로, 전년 같은 분기(3조2400억원) 수준을 웃돌았다. 스마트폰 플래그십 비중이 확대되면서 판매단가가 상승해 전반적인 매출이 성장했으며 두 자리 수익성을 확보한 것이다. 다만 네트워크는 통신사업자들의 투자 감소로 북미 등 주요 해외 시장 매출이 감소했다.

영상가전(VD)·가전 사업의 영업이익은 3800억원으로, 전년 3분기(2500억원) 대비 소폭 증가했다. VD는 글로벌 TV 수요는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으나, △Neo QLED △OLED △초대형 등 고부가 제품 판매에 주력하면서 프리미엄 시장 리더십을 확대했다. 단 생활가전은 성수기 효과 감소로 전년 수준의 실적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하만은 올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9% 증가한 3조8000억원, 영업이익의 경우 80% 늘어난 4500억원을 기록했다. 하만은 전장 고객사의 수주 확대와 포터블 스피커 등 소비자 오디오·카오디오 판매 확대로 기존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3700억원)을 뛰어넘었다. 하만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2017년(600억원)과 2018년(1600억원), 2019년(3200억원), 2020년(600억원)의 연간 영업이익보다도 많다.하만의 올해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8300억원이다. 하만은 3분기 누적 기준 삼성전자 전체 이익의 22%, 매출의 5.5%를 차지했다. 하만은 지난해에도 연간 매출 13조2100억원, 영업이익 8800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디스플레이(SDC)는 올해 3분기 매출액 8조2200억원, 영업이익 1조9400억원을 기록했다매출액 9조3900억원, 영업이익 1조9800억원을 기록한 전년 동기보다 매출액은 줄었으며, 영업이익은 소폭 증가했다. 디스플레이는 중소형 패널의 경우 주요 고객사의 플래그십 제품 출시에 적극 대응해 전분기 대비 이익이 대폭 증가했다. 대형 패널은 수율 향상 및 원가 개선 등으로 적자폭이 축소됐다. 중소형 패널의 경우 주요 고객사의 플래그십 제품 출시에 적극 대응해 전분기 대비 이익이 대폭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4분기 반도체 부문의 실적 개선세가 한층 뚜렷해지며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메모리는 고객사 재고 수준이 대체로 정상화된 가운데 시장 회복 추세가 가속화되고 전 분기 대비 가격 상승 폭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DDR5 고정가격은 PC와 모바일을 중심으로 상승하고 있고, 서버용 DDR5 고정가격도 8월부터 하락을 멈춘 상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의 9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전월과 같은 1.30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4월부터 5개월 연속 하락하던 메모리 가격이 바닥을 찍고 반등할 기미를 보이는 것이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9월 반도체 생산은 전월 대비 12.9%, 전년 동월 대비 23.7% 증가하며 뚜렷한 회복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DDR5와 LPDDR5x, HBM3 등 고부가 제품 판매를 확대하고 기술 리더십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고수익 제품인 차량용 판매 비중을 확대하고 생성형 AI 수요 증가에 맞추어 HBM3 양산 판매를 본격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평택 반도체공장 3기가 초기 가동 중이며 이를 기반으로 DDR5, LPDDR5x, UFS 4.0 등 신규 인터페이스 수요 증가에도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연 ‘메모리 테크 데이’에서 용량이 기존의 1.5배 수준인 HBM3E D램 ‘샤인볼트’를 처음 선보이고, 고객사에 HBM3E 샘플을 전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HBM3를 엔비디아에 독점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온 가운데 4분기 후반부터는 삼성전자도 HBM3를 엔비디아에 공급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밖에 MX는 폴더블 신제품과 S23 시리즈의 견조한 판매를 이어가고, VD는 네오 QLED, 98형 초대형 TV 등 고부가 제품군 비중을 확대해 수익성 확보에 주력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시스템LSI의 경우 모바일 외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파운드리의 경우 GAA 3나노 2세대 공정 양산과 테일러 공장 가동으로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고 다양한 응용처로 수주를 확대할 방침이다. 어드밴스드 패키지 사업의 경우 국내외 HPC 고객사로부터 로직반도체와 HBM, 2.5D 패키징을 아우르는 턴키(Turnkey) 주문을 포함해 다수의 패키지 사업을 수주했으며, 내년 본격적인 양산과 사업 확대가 기대된다고 삼성전자는 전했다.

삼성전자는 실적 부진에도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의 3분기 시설투자액은 11조4000억원이다. 사업별로는 DS 부문 10조2000억원, 디스플레이 7000억원 수준이다. 3분기 누계로는 36조7000억원이 집행됐다. 이중 DS 부문은 33조4000억원, 디스플레이 1조6000억원 수준이다.

올해 연간 시설투자는 DS 47조5000억원, 디스플레이 3조1000억원 등 약 53조70억원 수준으로 예상되며, 연간 최대 수준의 시설 투자가 집행될 예정이다. 메모리의 경우 중장기 수요 대응을 위한 평택 3기 마감, 4기 골조 투자, 기술 리더십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R&D)용 투자 비중 확대가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업계 최고 생산 수준의 HBM 생산능력 확보를 위한 투자 등 신기술 투자를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운드리는 첨단공정 수요 대응을 위한 평택 생산능력 확대와 미국 테일러 공장 인프라 투자 등으로 전년 대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디스플레이는 IT OLED와 플렉시블 제품 대응을 위한 투자 위주로 집행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앞으로도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시설투자와 R&D 투자를 꾸준히 이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삼프로TV 류종은 기자 rje312@3protv.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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