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융자 잔고 한 달여 만에 3조↓…반대매매 규모↑

정부의 빚 탕감 기조가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도

“올바른 금융교육 등 중장기적 대책 필요”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국내 증시에서 연이은 ‘테마주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이에 편승한 개인투자자들의 빚투(빚내서 투자) 규모가 확대되다가 증시 부진 등으로 인한 반대매매로 큰 손해를 입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금융당국 및 증권사들의 경고도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가운데 현 정부의 빚투 탕감 기조가 이런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일부 종목 증거금 상향 등 무작정 투자를 막는 조치보다 잘못된 금융 상식을 가진 개인 투자자들을 바로잡기 위한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주가 변동성이 큰 테마주 중심 시장이 지속되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빚투에 나섰지만 이후 주가 하락으로 반대매매를 당하면서 이중으로 부담이 커지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실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금액은 16조970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하반기 기준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특히 지난 9월 22일 20조625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고려하면 한 달여 만에 3조원 이상이 증발한 셈이다.

지난해 말 16조5000억원 규모였던 신용융자 잔고는 지난 2월 중순부터 빠르게 급증하기 시작해 지난 4월 20조원을 돌파(4월 24일 20조4319억원) 하기도 했다. 이후 잠시 줄어들어 18조원대(5월 17일 18조3861억원)까지 떨어졌으나 이내 다시 증가세를 나타냈다. 이에 지난 7월 25일 20조596억원을 회복한 뒤 지난달 중순까지 20조원대를 유지했다.

문제는 신용융자 잔고가 늘어나면서 반대매매 규모도 연일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월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 규모는 일 평균 126억원을 나타냈다. 하지만 이후 계속 늘어나 지난 5월 2일에는 하루에만 563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같은 양상은 하반기 들어서도 지속돼 7월(569억원)·8월(514억원)·9월(508억원)에도 한 달을 빼놓고 500억원대를 기록했다.

지난달에도 영풍제지 하한가 사태 전인 지난 17일까지 일 평균 513억원을 기록하는 등 여전히 높은 수치를 유지했다. 이후에는 중복집계 오류로 정확한 수치가 반영되지 않고 있지만 연말까지도 계속 이같은 수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반대매매에 나선 증권사는 투자자의 주식을 ‘적당한 가격’에 파는 것이 아니라 가장 낮은 가격으로 매도 주문을 체결한다. 투자자 입장에선 빚투에 따른 채무와 반대매매로 인한 손실까지 함께 떠안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빚투 탕감 정책이 ‘쉬운 빚투’를 유행시키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교롭게도 정부는 지난 4월 34세 이하 저신용 청년층을 대상으로 시행하던 신용회복위원회의 ‘신속채무조정 특례 프로그램’을 전 연령층을 대상으로 확대한 바 있다.

이에 정부가 빚투로 부담이 커진 투자자들에게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최악의 경우 파산 위기에 몰려도 빚을 일정 부분이나마 탕감받을 수 있다는 식의 도적적 해이(모럴 해저드)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빚투 관련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금융당국과 증권사들이 일부 종목에 대한 신용융자를 중단하는 등 진화에 나섰다. 다만 효과가 일시적일 수밖에 없어 근본적인 해결책을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힘을 얻고 있다. 이에 무리한 빚투를 최소화하면서 투자자 피해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집을 구매할 때 대출을 받는 등 사회적으로 빚을 통해 자산을 형성하는 분위가 만연한 것과 더불어 혼자만 수익에서 제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인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 심리가 무리한 빚투로 이어지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투자자들의 공정한 자산 형성을 돕기 위한 제도 개선 및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빚투 등 레버리지 투자는 널리 쓰이는 투자 기법 중 하나로 이를 무조건 금지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당국에서 신용에 대한 리스크 관리와 투자 관련 교육을 통해 개인 투자자들이 올바른 금융 상식을 가지고 투자할 수 있도록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
0
+1
0
+1
0
+1
0
+1
0

댓글을 남겨주세요.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