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지난 9월 21일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 인프라 투자 포럼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최근 5%를 돌파하는 등 채권 시장이 출렁이자 미 재무부가 장기 국채 발행 속도 조절에 나섰다. 시장에선 국채수익률이 일제히 하락하며 재무부의 결정을 반겼다.

미 재무부는 1일(현지시간) 15일 만기가 도래하는 1022억달러의 채권을 환매하기 위해 다음 주 국채 발행 규모를 1120억달러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발행규모는 지난 8월 발표한 1030억달러보다 90억달러 늘어난 것이지만 시장 예상치를 하회했다. 재무부 국채 경매에 직접 참가하는 대형 투자은행(IB), 즉 프라이머리딜러들은 그동안 재무부가 1140억달러의 국채를 추가 발행할 것으로 예상해 왔다.

8월과 비교해 두드러지는 점은 10년물과 30년물 등 장기채 발행 물량이 감소했다는 점이다. 10년 물 추가 발행 규모는 전분기 30억달러에서 20억달러로 줄었고, 30년물은 20억달러에서 10억달러로 축소됐다. 20년물은 그대로 유지됐다.

재무부는 오는 7일 480억달러 규모의 3년물 입찰을 시작으로 8일 10년물 400억달러, 9일 30년물 240억달러의 입찰에 나선다.

지난 8월 재무부가 당초 960억달러로 예정됐던 차환 발행규모를 1030억달러로 늘리겠다고 밝히자 채권 시장은 충격에 빠졌다. 2년 만에 처음으로 발행 규모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발표 이후 10년물 금리는 0.75% 포인트 넘게 급등하며 출렁였다. 이후 10년만기 미국채 금리는 지난주 초 5% 선을 돌파하면서 지난 2007년 금융위기 이후 1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재무부의 이번 발표로 1일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뉴욕증시 마감 무렵 4.76%를 나타내 하루 전 대비 0.15%포인트가량 하락했다. 지난달에는 10년물 금리 4.8%선이 한번도 무너진 적이 없었다.

도이체방크의 스테븐 젱 미국 채권 전략가는 “재무부가 10년물과 20년물, 30년물의 발행 증가 속도를 줄일 것으로 생각했고 유사하게 발표됐다”면서 “시장에서는 8월의 증가 속도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재무부가 다소 발행 규모를 적게 발표했다”고 평가했다.

브라이언 제이콥슨 아넥스웰스매니지먼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두려워했던 것 보다 나쁘지 않았다”며 “한 분기만 추가로 발행 규모를 증액할 것이라는 점도 안도감을 줬다”고 평가했다.

재무부가 장기 국재 발행 속도를 늦춘 것은 시장에서 미국 장기채 수요가 줄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미 재무부 차입자문위원회(TBAC) “몇몇 전통적인 채권 매수자들 사이에서 미국 국채 수요가 약해졌다”면서 “국채 입찰에서 수요 감소의 초기 징후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무부가 채권 증액 발행을 이어가는 만큼 계속 이어지는 막대한 재정적자가 미국 경제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경고도 계속 나오고 있다. 억만장자 투자자로 통하는 스탠리 드러큰 밀러는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 정부의 재정지출 행태에 대해 “마치 술 취한 선원과 같다”고 비판하며 초저금리와 낮은 물가상승률이 당연했던 과거 10년과 달리 향후 10년은 주식투자자들에게 상당히 고된 시기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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