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착(到達)”.

지난 1일 베이징에서 항공편으로 1시간 40분여를 이동해 도착한 국제공항. 경로를 안내하는 표지판에 반가운 한글이 눈에 띈다. 조선족 거주자가 많은 동북 3성(지린성, 랴오닝성, 헤이룽장성)의 풍경이 아니다. 중국 장쑤성 인구 750만 옌청의 난양 국제공항에 발을 디디면, 이 두 글자가 가장 먼저 여행객을 반긴다.


옌청은 자타공인 대표적인 ‘친한(親韓) 도시’다. 기아차와 SK 등 한국 기업의 자본이 유입되며 경제 발전에 기여했다는 인식 덕에 옌청은 한국에 대한 우호 분위기로는 중국 전역에서 손에 꼽힌다. 실제로 한국-옌청의 연평균 수출입 증가율은 20%를 웃돌고, 한국은 옌청의 최대 무역 파트너 국가이자 외국인 투자처로 순위권이다. 옌청시 관계자들은 코로나19 확산 와중이던 2020년 10월 중국 정부 대표단으로는 처음으로 방한해 투자유치 활동을 벌인 바 있으며, 방한 전세기편에 중국행을 원하는 우리 국민을 태우는 등 우호적 태도를 보여왔다.

이 지역 대부분의 도로 표지판에 한글이 병기돼 있고, 중국 시장에서 부진한 기아차는 이곳에서 초록색 택시로 분해 도시를 누빈다. 현장을 찾은 1일 도심 전역에는 한글 현수막이 끝없이 걸려있었다. 오는 3일부터 7일에는 양국이 조성한 산업단지에서 열리는 대규모 한중무역투자박람회를 홍보하기 위한 것이다.

옌청의 대표적 관광지 역시 한국과 뗄 수 없는 관계다. 지난 2014년 조성을 시작해 지난해 10월 개장한 KK-파크가 그것이다. 중국 자본이 100% 투자(21억7000만위안·약 3988억원)해 한중산업원이 조성한 이곳은 테마파크와 상가를 결합한 엔터테인먼트 거리다. 초대형 관람차를 비롯한 놀이기구 등 놀이·문화 시설과 한국의 번화가를 연상케 하는 식당가를 재현한 화려한 상업지구가 11만1000㎡ 규모로 조성됐다. KK-파크는 개장 5개월여 만에 방문객 100만명을 기록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다. KK-파크 관계자는 “(기자가 방문한) 주중에는 비교적 한산하지만, 주말이면 지역 주민과 젊은 층이 몰리는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중간 우호관계와 한국에 대한 이곳의 뜨거운 관심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와 코로나19 확산기 등을 거치며 과거의 정점에서 다소 사그라든 게 사실이다. 2015~2017년께 1만여명에 달하던 한국 교민 규모는 현재 3000명 안팎으로 급감했다.

유구근 옌청 한국상회(한국인회) 회장은 “기아차 등 현지 진출 기업들의 판매 부진 등으로 관련 기업들도 함께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사드 사태가 발생한 이후 진출 기업이나 자영업자를 비롯한 교민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 회장은 “그러나 여전히 시 정부에서 제공하는 혜택이 적지 않다”면서 “산업단지 내 공장 임대료를 저렴하게 유지하고, 기업이 준수해야 하는 각종 법규에서 어긋났을 때 곧바로 처벌하기보다 유예기간을 주고 선처하는 등 무형의 혜택도 많이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교민 사회에서는 오는 3일 열리는 한중무역투자박람회를 계기로 현지 분위기가 변곡점을 맞이하길 기대하고 있다. 이 박람회는 2019년을 시작으로 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매년 이어져 왔던 행사다. 참가 업체와 바이어, 관람객 수는 누적 기준 10만명을 웃돈다. 무역 거래액은 70억달러(약 9조5025억원), 계약 산업 프로젝트 191개, 총 투자액은 2700억위안(약 49조9581억 원) 수준이다. 한국 주중대사관에 따르면 정재호 주중국대사는 1~4일 한중무역투자박람회 참석과 한국기업 지원을 위해 장쑤성을 공식 방문한다.

유 회장은 “그간 코로나19 사태로 지역 사회 전체가 침체돼 있었는데, 최근에는 주말 어린이 한글학교 등 교민 자녀를 위한 활동이 재개됐다”면서 “곧 한국의 김치를 알리는 김장 축제와 연말 송년 행사를 앞두고 있어, 어느 때보다 분위기가 좋다”고 강조했다.

옌청=김현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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