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W 노이슬 기자] 윤계상이 장첸을 지우고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 마음 약한 초보 유괴범 김명준으로 분한 윤계상은 그 어떤 캐릭터보다 물 만난 물고기처럼 뛰놀았다. 덕분에 윤계상은 ‘믿고 보는 배우’자리에 단단히 자리매김했다.

지난달 25일 인기리에 종영한 ENA 수목드라마 ‘유괴의 날'(연출 박유영, 극본 김제영, 제작 에이스토리·KT스튜디오지니)은 어설픈 유괴범과 11살 천재 소녀의 세상 특별한 공조를 담은 코믹 버디 스릴러다. 최종회 시청률은 자체 최고인 전국 5.2% 수도권 5.5%(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를 기록하며 종편과 케이블 전채널 1위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특히 분당 최고 시청률은 7.1%를 돌파했고, 2049 시청률은 2.2%로 2023년 방영된 ENA 드라마 가운데 가구 평균 최고 시청률을 달성하며 1위를 차지했다.
 

▲ENA 수목드라마 ‘유괴의 날’ 김명준 역 윤계상/저스트엔터테인먼트

‘유괴의 날’ 최종회에서는 김명준이 체포된 후 최로희(유나)는 경찰 상윤(박성훈)을 비롯한 경찰들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부친 최진태(전광진) 살해 용의자인 혜은(김신록)을 잡기 위해 덫을 놓았다. 결국 잃어버렸던 5월 20일의 기억을 되찾은 로희를 토대로 수사한 경찰은 혜은이 진범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모든 사건이 해결된 후 로희는 명준의 딸 희애와 함께 학교에 다니며 명준이 당부한 ‘사회성’을 배우는 모습으로 막을 내렸다.

‘유괴의 날’은 종영에 앞서 유괴범 김명준과 공조하던 로희가 김명준이 경찰에 체포 위기에 처하자 오열하며 이를 막아세웠다. 평범한 현실의 유괴범과 피해자가 아닌, 공조 파트너에 이어 가족 그 이상의 존재가 된 두 사람의 관계성은 많은 시청자들에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선사했다.

특히 ‘유괴의 날’은 신인 박유영 감독이 입봉작으로, 윤계상은 남다른 애정으로 함께했다. 그는 방영 첫 주 시청률에 좌절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종회는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감독님의 입봉작이고, 유나의 첫 주연작이기도 하다. 잘 됐으면 하는 바람에 더해 절실한 마음으로 임했다. 첫 시청률이 나왔을 때는 좌절감에 흥행할 수 있을까 걱정을 했다. 그래도 많이 오르고 있어서 좋았다. 제목부터 비호감이라서 원작의 제목을 그대로 써야하나 고민도 많이 했지만, 속임수를 해도 이미 원작은 유명하다. 정말 진실되게 가는 게 옳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ENA 수목드라마 ‘유괴의 날’ 김명준 역 윤계상 스틸/지니TV

윤계상이 연기한 김명준은 ‘범죄도시’ 장첸과는 상반대는 역할이다. 윤계상은 어설프지만 마음만은 순수하고 진실된 김명준으로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 그는 “명준이는 순순한 면이 있다. 사건을 기획한 사람은 혜은이다. 딸 희애(최은우)를 보던지, 로희를 보던지 똑같은 마음일 것이라 생각했다. 이 아이의 사건이 마무리될 때까지는 보호자의 모습이다. 대본에 쓰여져 있는대로 따라갔다. 아이가 천재라는 설정이 납득이 되서 너무 재밌게 했다. 그 사이에서도 호흡을 많이 나누기도 했다. 연기 전에 되게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조율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어설픈 초보 유괴범이 부각되면 될수록 11살 천재소녀의 면모는 더욱 도드라졌다. 윤계상은 “로희의 천재성이 부각되야 했다. 그 아이를 높이는 것보다는 명준이를 낮추다보니까 지금의 명준이가 된 것 같다. 대본보다 조금 더 바보같아 보이려고 했다”고 짚었다.

그럼에도 장발의 헤어스타일은 장첸을 연상케 했다. “장첸은 가만히 있어도 보이는 외형만으로 무서움이 나와야 한다. 저는 명준의 비주얼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허술하다. 쟤는 약간 더러워보이는데? 이런 설정을 더했다. 수염에서 까무잡잡한 피부, 세수도 잘 안 안할 것 같은 이미지다. 명준이 머리는 붙인 것이다. 내 예전 공항 패션 흑역사 콘셉트를 가지고 왔다. 저는 멋있어 보였는데, 사람들이 제 얼굴보고 느꼈던 것을 작품에 쓴 것이다. 하하.”

▲ENA 수목드라마 ‘유괴의 날’ 김명준 역 윤계상 스틸/지니TV

극 중 명준은 유괴 사건을 일단락 지은 후 중국으로 등떠밀려 밀항을 시도한다. 해당 선박에서 조선족과 선상 액션 씬 후 등장한 명준은 ‘범죄도시’를 떠올리게 했다. 윤계상은 “오마주를 넣었다. 명준의 액션은 되게 어려웠다. 대본에는 멋있게 쓰여있지만, 그렇게 하먼 캐릭터가 붕괴될 수 있어서 우연적으로 이기는 느낌으로 가자고 했다. 헬멧 씬도 현장에서 만든 결과물이다. 또 선상 액션 씬 후의 모습은 ‘범죄되시’를 오마주한 부분도 있다. 감독님과 상의해서 마치 장첸이 중국집 올라가는 커텐을 치는 씬처럼 연출했다.”

함께 호흡한 로희 역의 유나 배우는 무려 500대 1의 경쟁률을 뚫은 혜성같이 등장한 13세 신예다. ‘유괴의 날’이라는 작품의 전개가 신선했던 만큼 윤계상과 유나의 호흡도 쉽게 볼 수 없는 조화였다. “저를 삼촌이라고 부른다. 그 친구는 배우를 진심으로 하고싶어 하더라. 많은 아역배우들은 대부분 부모님의 꿈을 대신 이룬 경우가 많다. 근데 유나는 현장을 대하는 태도가 성인 배우들과 다를 바가 없다. 자신이 뭘 하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얘기한다. 실제 정교회장 선거에도 나간다고 하더라. 정말 똑부러지지만 젤리도 좋아한다. 그래서 간식도 나눠먹고 그랬다(미소).”

그러면서 윤계상은 “저는 그 나이대에 절대 그렇게 못 했을 것 같다. 저에 해 알기 위해 god를 검색해서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의 모습을 찾아본다고 하더라. 이번에 송도 콘서트에 와서 즐기고 갔다. 유나는 정말 제가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느낌을 주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ENA 수목드라마 ‘유괴의 날’ 김명준과 로희, 딸 희애 스틸/지니TV

로희와 딸 희애까지 아역 배우들과의 호흡은 윤계상에 예비 아빠 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였다. “딸이 있다면 막연하게 이렇지 않을까 싶다. 태도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자연스럽게 명준이처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실제 유나의 아버지가 저랑 동갑이더라. 간접경험하는데도 너무 좋았다.”

윤계상은 영화 ‘발레교습소'(2004년)를 시작으로, 올해로 배우 인생 20주년을 맞았다. 2017년 영화 ‘범죄도시’로 대중에 주목을 받은 후 더욱 힘찬 날갯짓으로 꾸준히 연기해왔다. 특히 윤계상은 짐캐리 같은 연기자를 꿈워왔기에 김명준으로서의 그는 물 만난 물고기마냥 뛰놀았다. 그리고 마침내 김명준으로 절대 깰 수 없을 것 같은 ‘장첸’의 벽을 허무는데 성공했다. “배우가 기억될 수 있는 작품이 있다는 것은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장첸이 회자 될 때마다 정말 감사하다. 장첸의 이미지를 지웠다는 평가는 너무 감사하다. 대본에 갇히지 않고 확장시켜서 했던 것 같다. 또 그런 캐릭터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다.”

장첸을 지울 수 있었던 이유는 무채색 얼굴이란다. “처음 ‘발레교습소’ 때 변영주 감독님께서 되게 무채색 같은 얼굴이 너한테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하셨다. 그런 면들 때문에 변신이 조금 더 쉬웠던 게 아닌가 생각한다(미소).”

▲ENA 수목드라마 ‘유괴의 날’ 김명준 역 윤계상/저스트엔터테인먼트

가수 god로서는 올해 25주년을 맞았다.  그룹으로서 활동이 왕성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콘서는 매번 전석 매진, 추석을 맞아 KBS에서 개최된 ‘ㅇㅁㄷgod’ 콘서트는 2만여명이 4시간동안 뛰어놀며 ‘국민그룹 god’의 명성을 다시 한번 떨쳤다. “정말 많은 생각을 하면서 왔던 것 같다. 목적은 똑같았다. 사랑받고 싶다. 어떻게 사람들의 관심 속에 살 수 있을까. 그러다보니 고민하고 공부할 수밖에 없다. 지금은 제가 생각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 지금도 고민인데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들은 계속 변하지만 어떤 영향을 끼쳐야하는지는 알게 되는 것 같다. 지금도 팬들을 보면 매번 놀란다. 이번 콘서트도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팬분들이 있기에 가능한 무대다. 매년 신곡을 발표하는 것도 아닌데 너무 신기하다. 이제는 god가 브랜드화 된 것 같다.”

윤계상을 비롯한 god 멤버들은 25주년에도 변함없이 아낌없는 응원과 성원을 주는 팬들에게 보답할 방법을 생각한다. 연말 콘서트 티켓팅을 앞두고 팬클럽을 모집한 이유도 이때문이다. “저희가 해줄 수 있는 것이 팬클럽 선예매더라. 암표 때문에 너무 손해를 많이 보시더라. 웃돈 주고 공연을 보러 오시는 분들이 많더라. 그래서 팬클럽 모집을 결심했다. 그렇게라도 보답하고 싶었다. 신곡 발매는 고민하고 있다. 의무라기보다는 의미를 더하고 싶어서 고민 중이다. 나이가 들수록 퍼포먼스를 예전과 똑같이 보여주지 못하는게 너무 마음이 아프다. 하루라도 더 젊을 때 보셨으면 한다. 그런 의미로 쭌이형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미소).”

가수로서도, 배우로서도 자리매김을 단단히 한 윤계상의 바람은 지키는 것이다. “god를 지키고 싶다. 예전에는 다섯명이 한 팀을 이뤄서 사랑을 받야 하는 목적으로 활동해왔다. 지금은 다양한 콘텐츠가 많아서 어떤 형태로 만나야할지도 고민하고 있다.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이자가 아니라 쌓아놓은 것을 잃지 않게 끔 지키는 게 중요한 타이밍인 것 같다. 지금까지의 것들에서 배신하지 않고 지켜나가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매번 흔들리고 좌절하지만 그것 조차도 감추지 않는다. 솔직하게 얘기하고 제 감정을 드러내는 게 요즘은 더 맞는 것 같다. 좋은 사람으로 존재해야 한다는 것은 확고한 것 같다. 오르막 내리막 구분하지 않고, 쭉 흔들리지 않게 자신있게 확고하게 가자는 생각이다. 장첸처럼 시간이 지나도 기억에 남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렇기에 배우로서는 조금 더 시도적인, 앞으로 나아가고 잇는 느낌이다. 50주년에도 무대에 설 수 있으면 하지만, 쭌이형이 80이 넘는 상황이라 아직 잘 모르겠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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