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원 직원 A씨 “정확한 사실 알게 하고 싶었다”

감사원, 청와대·국토부 통계조작 인식 근거라 판단

최달영 감사원 제1사무차장이 지난 9월 15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서 주요 국가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수사요청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최달영 감사원 제1사무차장이 지난 9월 15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서 주요 국가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수사요청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감사원이 한국부동산원 주택통계부의 직원 A씨 등이 청와대와 국토교통부의 부동산 정책 담당자들에게 통계 자료를 첨부한 메일을 보내는 과정에서, 본문에 자신들이 첨부한 통계가 사실과 다르다는 내용을 지속적으로 기재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2일 조선일보 등의 보도에 따르면 아파트 가격 상승률 등을 산출하는 부동산원 주택통계부 직원들은 지난 정부 당시 윗선의 압박에 ‘상승률을 임의로 낮춘’ 통계를 청와대와 국토부의 부동산 정책 담당자에게 그때그때 메일로 보냈는데, 이 과정에서 직원 A씨 등은 메일 본문에 통계가 사실과 다르다는 내용을 함께 적어 보냈다.

감사원이 확보한 ‘고발 멘트’들 가운데에는 ‘실제 상황은 우리가 보고하는 통계와는 많이 다르다’는 직설적인 내용도 포함됐다.

예컨대 2019년 5월에 청와대와 국토부에 메일로 보낸 통계 파일에는 서울 송파구의 아파트 가격이 하락한 것으로 돼 있었지만, 같은 메일의 본문에는 ‘서울 송파구는 잠실 권역의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높아, 구 전체적으로는 상승률이 플러스(+)가 나와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고 적었다.

2019년 6월에는 2018년 말부터 하락세를 보였던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부동산원의 조작된 통계를 기준으로 해서도 상승세로 전환됐는데, 이 때도 부동산원 직원들은 청와대와 국토부에 서울 아파트 가격이 전주에 비해 0.01% 떨어졌다고 조작한 통계를 보내면서도 메일 본문에는 ‘시장은 이미 플러스로 전환됐다. (민간의) KB부동산 통계로는 2주 전부터 플러스로 전환됐다’고 적시했다.

2019년 7월 초, 한국부동산원 주택통계부의 직원들은 청와대와 국토부에 보낸 보고서에 서울 지역 아파트 가격이 전주에 비해 평균 0.02% 올랐다는 내용을 보냈다. 그러나 메일 본문에는 ‘실제 시장 상황은 0.1% 이상으로 보인다’고 썼다.

일부 시민단체들이 통계 숫자가 왜곡돼 있다고 지적하기 시작하자, 이 때도 부동산원 직원들은 메일에 ‘사실은 시민 단체들의 주장이 옳다’고 적어 보냈다.

A씨는 감사원 조사에서 “정책 담당자들에게 실제 시장 상황을 정확히 알게 해주고 싶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원은 이런 메일을 받은 청와대와 국토부 담당자들이 통계의 조작 사실을 몰랐을 수는 없었을 것이라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감사원이 지난 9월 발표한 문재인 정부의 국가 통계 조작 의혹에 대한 감사 중간 결과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17년 6월부터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국토부에 집값 변동률 ‘확정치'(7일간 조사 후 다음 날 공표)를 공표하기 전 ‘주중치'(3일간 조사 후 보고)와 ‘속보치'(7일간 조사 즉시 보고)를 보고하라고 요구했다.

이 때 주중치보다 속보치와 확정치가 높게 보고되면 ‘사유를 보고하라’고 압박하는 것은 물론, 나중에는 주중치도 실제보다 낮게 조작하라고 지시했다.


청와대와 국토부는 원장 사퇴 종용과 예산 삭감 등으로 압박을 이어갔고, 한국부동산원은 2019년 2월부터 2020년 6월까지 70주간은 아예 조사 없이 임의 예측치를 주중치로 만들어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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