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잔해 위에 흩뿌려진 아기의 사진

BBC
공습으로 무너진 가자시티의 성 포르피리오스 교회 건물 잔해에서 발견된 이 사진 속 아기의 생존 여부는 알려진 바 없다

지난달 19일(현지시간) 밤 가자시티에 자리한 그리스정교회 소속 성 포르피리오스 교회에 포탄이 떨어졌다. 생존자 수헤일 사바는 “내 몸은 이곳저곳으로 내동댕이쳐졌다. 콘크리트가 땅에 떨어지고, 사람들이 내 위로 비틀거리고, 아이들과 여성들의 비명소리가 곳곳에서 들렸다”고 회상했다.

아랍 그리스정교회 평의회 의장이기도 한 사바는 이 과정에서 머리, 등, 다리를 다쳤다. 사바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로켓포가 평의회 본부 건물을 직격으로 덮치면서 9명으로 된 한 가족 전부가 즉사했다”고 말했다.

“정말 엄청난 폭격이었습니다. 마치 지진 같았죠.”

성 포르피리오스 교회 일부분은 파괴되지 않고 제 기능을 하고 있으나, 사바는 근처 가톨릭교회 소속 성가정 가톨릭 성당에 머물고 있다.

사바는 가자 지구 전역을 통틀어 유일하게 운영 중인 단 2곳의 교회 건물에서 지내고 있는 기독교인 수백 명 중 하나다.

앞서 이스라엘군의 대피 명령에 따라 집을 떠나 이곳으로 모여든 이들이다.

아이의 상처를 돌보는 모습

BBC
교회 건물 폭격 이후 구조대원이 다친 어린이를 돌보고 있다

미사일 공격

미사일이 성 포르피리오스 교회를 덮친 건 지난 19일이었다. 교회 신도들과 목격자들에 따르면 이로 인해 17명이 사망하고 어린이를 포함한 수십 명이 부상당했다고 한다.

이스라엘은 해당 교회를 노린 건 아니었다고 부인했다. 리오르 하야트 이스라엘 외무부 대변인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군이 인근 하마스의 기반 시설을 공격하는 과정에서 “부수적인 피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목격자인 모나(가명)는 “순식간에 모든 일이 벌어졌다”면서 “경고도 없이 미사일이 떨어졌다. 이후 두꺼운 먼지가 퍼져나갔다. 그 누구도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BBC가 입수한 영상엔 주민들과 민방위 대원들이 어둠 속에서 건물 잔해를 기어 다니고, 일일이 손으로 잔해를 치우며 갇힌 이들을 찾는 모습이 담겨있다.

어둠 속 건물 잔해를 뒤지는 사람들의 모습

BBC
구조대가 성 포르피리오스 교회 건물 잔해를 샅샅이 뒤지고 있다

무너진 교회 건물 잔해 속에선 갓 태어난 아기가 평화롭게 잠들어 있는 사진이 발견됐지만(해당 기사 최상단 및 최하단에 있는 사진) BBC는 이 아기의 생존 여부는 확인할 수 없었다.

한편 SNS엔 아이들의 안전에 대한 두려움으로 합동 세례식을 여는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다.

요르단강 서안 지구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 기독교인 문터 아이작은 “가자 지구의 기독교인들은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조대의 손을 잡고 잔해를 헤치며 걸어가는 사람들의 모습

BBC
지난 19일 공습 직후 교회 건물에 있던 피난민들이 구조대원들의 지도로 대피하고 있다

교회로 대피한 기독교인들

성 포르피리오스 교회와 성가정 가톨릭 성당엔 기독교인 피난민 약 900명이 머물고 있다.

가자 지구의 그리스정교회 및 가톨릭 신자는 1100여 명에 불과해 가자 지구 전체 인구의 0.05%도 되지 않는다. 그중에서도 대부분은 그리스정교회 신자들로 가자 지구 곳곳에 흩어져 거주한다.

익명을 원한 한 그리스정교회 신자에 따르면 기독교인 중엔 1948년 ‘나크바’ 이후 가자 지구에 온 이들도 있다고 한다. ‘나크바’란 아랍어로 ‘대재앙’을 의미하며, 아랍-이스라엘 전쟁으로 팔레스타인인 70만여 명이 대거 살 곳을 잃었던 때를 뜻한다.

또한 “서기 402년부터 이 땅에 살아오며 이교도에서 기독교로 개종한” 초기 주민들의 자손들도 있다는 게 이 신자의 설명이다.

아랍 그리스정교회 평의회 소속 엘리아스 자라다 또한 가자 지구의 기독교인들은 그 뿌리가 서기 400년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면서, 오늘날 가자 지구 주민 대부분이 고대부터 이곳에 살던 이들의 후손이라고 강조했다.

봉쇄

이스라엘과 이집트는 15년 넘게 가자 지구를 봉쇄하고 있다. 가자 지구 주민들은 사전에 공식적인 허가를 받아야만 이곳을 나갈 수 있다.

가자시티에서 세 자녀를 포함한 가족과 함께 살고 있는 림 자라다가 요르단강 서안 지구에 사는 언니를 마지막으로 만난 건 5년 전이다. 림의 언니는 25년 전에 그곳으로 이사 갔다.

그런데 림은 이스라엘 여행 허가증은 “가족 중 일부 혹은 아이들에게만 발급된다”면서 “내 남편은 한 번도 허가증을 발급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언니의] 딸들은 결혼도 했고, 아들도 대학을 졸업했지만 (만나서) 기쁨을 나누지 못한다”는 림은 “인터넷으로 소통하려고 노력하지만, 항상 가능한 건 아니”라고 설명했다.

‘우리의 종교 의례는 간소하게 진행됩니다’

한편 익명을 원한 가자 지구 그리스정교회 신자는 “우리도 모든 종교 의례를 수행하지만, 서안 지구나 베들레헴의 기독교인들과는 (상황이) 다르다. 이 지역의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우리의 종교 의례는 간소하게 진행된다”고 언급했다.

아랍 그리스정교회 평의회 소속 엘리아스 자라다는 가자 지구의 기독교 공동체는 규모가 작기에 모든 종류의 인간관계에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가자 지구엔 기독교인이 별로 없다. 우리는 우리 자녀들이 기독교 공동체에 마음을 열고 가족을 이해하고 정상적인 삶을 꾸려가길 원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엘리아스는 “이곳에선 삶의 경계가 빠듯하다”면서 19일 발생한 교회 공습으로 인해 “어떤 가족은 전원이 사망하는 등 이곳 기독교인의 거의 2%가 숨졌다. 끔찍하다”고 덧붙였다.

부상당해 우는 아이를 돌보는 구조대원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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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지구 보건당국은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사망한 이들의 40%가 아동이라고 밝혔다

‘삶의 선택권은 없습니다. 죽음에 대한 선택권만 있을 뿐’

가자 지구 가톨릭 공동체 라틴 총대주교청의 조셉 아사드 신부에 따르면 현재 성가정 가톨릭 성당은 특별히 도움이 필요한 60명과 5살 이하의 어린아이 등 노약자를 포함해 약 550명을 수용하고 있다고 한다.

아이를 들어 옮기는 구조대원의 모습

BBC
교회 공습 후 부상당한 아이를 옮기는 구조대원

“우리는 침실, 욕실, 이불이 턱없이 부족한 라틴 총대주교청 학교 건물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아이를 안아 옮기는 구조대원의 모습

BBC
부상당한 소년을 병원으로 이송하는 적신월사 직원

가자 지구 그리스정교회의 한 관계자는 성 포르피리오스 교회가 폭격당하며 100여 명이 또 한 번 갈 곳을 잃는 바람에 상황이 더욱 복잡해졌다고 전했다.

10월 7일 하마스의 공격

이스라엘 측은 가자 지구를 겨냥한 공습에 대해 지난달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 지역을 기습해 1400여 명을 살해하고 239명을 납치해간 것에 대한 대응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지난달 30일,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7일 이후 어린이 3457명을 포함해 가자 지구에서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사망한 이가 8306명이라고 밝혔다.

가자 지구 가톨릭 라틴 총대주교청 교구에 사는 엘리아스 질데는 “우리는 분노와 부당함을 느낀다. 우리는 마치 정글에 있는 기분이다. 그 어떠한 보호도 없다”는 말로 현재 느끼는 감정을 요약했다.

아울러 질데는 이스라엘군을 언급하며 “저들은 사람들에게 삶의 선택권을 주지 않는다. 그저 죽음으로 향하는 선택권만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림은 “가자 지구엔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까”는 질문과 함께 “우리는 쫓겨나게 될 것인가”라고 물었다.

“제 아이들을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이곳을 떠나 해외에서 일하며 살아가길 바랍니다. 우리는 이러한 삶에 익숙해졌지만, 왜 아이들마저 우리와 함께 고통받아야 하나요?”

건물 잔해 위에 흩뿌려진 아기의 사진

BBC

편집: 앤드류 웹, BBC 월드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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