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칼리에서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가 열리고 있다.[AFP}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중동과 지리적으로 한참 떨어진 라틴아메리카의 좌파 지도자들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에 항의하며 이스라엘과의 외교관계를 비틀고 있다. 강경 좌파 정부가 들어선 볼리비아는 가자지구 내전으로 인한 민간인 피해를 비난하며 이스라엘과 단교한다고 발표했으며, 칠레와 콜롬비아는 가자지구 공격에 항의하며 주재 대사를 소환, 하마스를 근절하려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시도에 경고장을 날렸다.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이 선명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까닭은 이스라엘 디아스포라와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이 지역에 다수 거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역사적으로 라틴아메리카의 좌파 성향 국가들은 팔레스타인의 대의명분에 동조해 왔고, 보다 우익 성향이 강한 다른 남미 국가들은 대체로 미국 노선을 따르면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를 미국과의 외교 관계에 이용해왔다.

칠레는 좌파정부가 집권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동 외 지역 중에서 가장 큰 팔레스타인 난민이 살고 있는 국가다.

100여년 전 팔레스타인 기독교인들이 오스만투르크의 징집 명령을 피해 고향과 비슷한 남아메리카의 지중해성 기후를 가진 칠레로 이동한 것이 시작이다. 그 이후로도 팔레스타인 친척들을 지속적으로 초청하고 무슬림까지 받아들이면서 칠레 내에 팔레스타인 인구가 늘어나게 됐다.

칠레는 하마스의 폭력 사태를 비난하면서도 팔레스타인 권리를 지지한다고 주장했다. 가브리엘 보릭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이 국제법을 위반하고 있으며 민간인에 대한 무차별적인 공격을 벌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과거 이스라엘을 노골적으로 비판했던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도 이번 가자지구 공격을 “학살” 이라고 부르며 이스라엘 대사를 초치했다.

볼리비아 대통령실 장관 마리아 넬라 프라다는 이스라엘과의 단교를 발표하면서 “지금까지 수천 명의 민간인이 사망한 가자지구 공격과 팔레스타인 강제 이주를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에보 모랄레스 전 볼리비아 대통령은 자국의 공식 성명이 부족하다며 “볼리비아 국민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영토를 불법적으로 점령한 것을 언제나 비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와 팔레스타인을 구분하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민간인을 공격하는 것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있다.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X’에 “팔레스타인 혈통을 지닌 엘살바도르인으로서 말한다… 저 야만적인 짐승들(하마스)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대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지금의 이스라엘 갈등 사태는 역사적으로 팔레스타인인들이 억압 받아온 결과라는 인식도 깔려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성명에서 “현재 진행 중인 분쟁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국제법에서 자신들의 역사적 권리를 주장할 여지를 찾지 못한 결과”라고 언급했다.

반면, 남미에서 가장 큰 유대인 공동체가 있는 아르헨티나는 이스라엘 국민에 대한 하마스의 공격을 비난했다.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하마스를 가리키며 “폭력은 세계에서 확실히 근절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브라질은 다소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은 하마스의 10월 7일 공격을 “테러 행위”라고 비난했지만 지난주 가자지구에서의 이스라엘의 행동은 “전쟁이 아니라 대량 학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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