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에서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

Reuters
이중국적을 지닌 팔레스타인인들은 이집트로 넘어가고자 라파 검문소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다

이스라엘과 가자 지구 간 전쟁이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지난 1일(현지시간) 가자 지구와 이집트를 잇는 라파 국경 검문소가 열려 일부 피란민들이 이집트로 들어왔다.

이날 팔레스타인인 중상자 수십 명이 구급차에 실려 이송됐으며, 외국 여권 소지자 수백 명이 검문소를 지나 이집트 땅을 밟았다.

카타르의 중재로 알려진 합의에서 당초 이집트는 부상자 80여 명, 외국인 및 이중국적자 500여 명의 이동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전쟁이 시작된 지 25일 만에 라파 검문소를 통해 가자 지구에서 사람이 빠져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검문소가 개방될지는 확실하지 않다.

한편 구호 물품을 실은 트럭의 이동은 이미 10여 일 전부터 허용됐다. 이에 지금껏 트럭 200대 이상이 이곳 검문소를 넘어 가자 지구로 향했으나,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라파 검문소’란?

라파 검문소는 가자 지구 최남단의 출구이자, 이집트 시나이반도와 맞닿아 있다.

라파 검문소 외에 가자 지구를 오갈 수 있는 경계 검문소는 단 2곳뿐이다. 가자 지구 북부에서 이스라엘로 사람이 출입할 수 있는 에레즈 검문소와 가자 지구 남부와 이스라엘 사이에서 유일하게 물품이 들어올 수 있는 케렘 샬롬 교역로다.

현재 이 두 검문소는 폐쇄된 상태다.

라파 검문소가 현재 중요한 이유는?

지난달 7일 가자 지구를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를 전례 없이 공격했다. 이 과정에서 13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로부터 며칠 후 이스라엘은 추가 지시가 있기 전까지 에레즈 검문소와 케렘 샬롬 교역로를 폐쇄한다고 밝혔다.

이에 라파 검문소는 현재 인도적 지원이 가자 지구에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지점이다.

UN 직원들

REUTERS
지난달 21일 일부 구호 물자가 가자 지구로 넘어갔다

라파 검문소의 상황은?

하마스와 이집트가 누가 검문소를 통과할 수 있는지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하지만, 하마스의 공격 이후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에 대한 보복 공습을 시작하면서 이 또한 차질을 빚고 있다.

이집트 언론에 따르면 지난달 9~10일 벌어져 팔레스타인과 이집트 양쪽에서 부상자가 발생한 이스라엘의 3차례 공습 이후 라파 검문소는 폐쇄됐다고 한다.

그러던 12일, 이집트 정부는 가자 지구 주민들의 “지원 생명줄”이 될 수 있도록 이스라엘에 라파 국경 검문소 근처에서의 공격을 중단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검문소 직원들의 안전이 보장되기 전까진 폐쇄 조치를 유지하겠다고 단호히 밝혔다.

그로부터 3주 후 뒤 카타르가 가자 지구 탈출을 일부 허용하는 합의를 중재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라파 검문소엔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다.

가자 지구와 이집트 사이 라파 검문소에서 발생한 폭발

로이터 통신은 페르시아만 국가들이 미국과 함께 이집트, 이스라엘, 하마스 간 대화를 중재했다고 보도했다. 일부 중상자 및 외국 여권 소지자들의 라파 검문소를 통한 가자 지구 탈출 허용이 바로 그 내용이다.

카타르는 하마스의 정치 지도층이 머물고 있는 곳으로, 하마스는 지난 2012년부터 카타르 수도 도하에 정치 사무소를 운영 중이다.

각 검문소의 위치를 표시한 가자 지구 지도

BBC

라파 검문소가 폐쇄된 이유는?

지난 2007년 하마스가 가자 지구를 장악한 이후, 이스라엘과 이집트는 가자 지구로 드나드는 상품 및 사람의 이동을 제한해왔다. 보안상의 이유로 봉쇄 조치가 필요하다는 게 두 국가의 설명이다.

그러던 지난달 9일, 하마스의 공격 이후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가자 지구를 “완전 포위”하겠다며 “전기, 식량, 연료 등 모든 것이 폐쇄된다”고 선언했다.

한편 이집트는 이렇듯 어지러운 상황을 피해 도망치는 팔레스타인 난민의 대규모 유입을 우려한다.

이집트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가자 지구에서 대거 탈출할 경우 팔레스타인인들이 내세우는 명분이 “흐지부지해질” 위험이 있다면서,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자신들의 땅에 변함없이 남아달라”고 요구했다.

또한 시나이반도에서 거의 10년 동안 지하디스트 반란 문제를 겪어온 이집트 입장에선 이 과정에서 이슬람 무장세력의 국내 유입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라파 검문소의 평소 운영 방식은?

팔레스타인인이 라파 검문소를 거쳐 가자 지구를 떠나기란 쉽지 않다. 검문소를 이용하려는 팔레스타인인은 우선 2~4주 전 현지 팔레스타인 당국에 사전 신청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팔레스타인 관계자나 이집트 당국으로부터 별다른 경고나 설명 없이 거부당할 수도 있다.

UN에 따르면 올해 8월 이집트 당국은 가자 지구에서 1만9608명의 입국을 허용했으며, 314명의 신청은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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